(익무 시사) 녹턴 감상문(영화 내용 있음)
밤의 시간이 한낮의 모든 희로애락을 덮듯
녹턴의 선율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이해와 화해의 시간
1. 어머니의 피땀이 키워낸 음악가
저는 오늘 영화를 통해 은성호 연주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검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과 함께
음악의 길을 걸어온 어머니의 희생과 노고는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자식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영화 초반 지하철을 타고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을 보며
영화에서는 몇 분 안 되는 장면이지만
매일 저런 실랑이를 해야 하는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실까
그 어려움이 짐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시간을 묵묵히 인내하시는 모습을 보며
왜 모든 사랑 가운데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위대하고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 가깝고도 먼 사람, 그 이름은 형제
피로 맺어진 부모와 형제 사이를 천륜이라 하지요.
서로에게 살갑지 않고 데면데면하기까지 한 형제이지만
어찌 보면 이게 현실 형제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 형제에게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비록 동생은 형처럼 음악을 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틈틈이 피아노를 칠 정도의 실력과 애정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이 음악이 형제를 다시 이어주는 매개가 됩니다.
3. 동생에게 가장 큰 박수를...
엄마의 관심이 오로지 형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동생은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라도 이런 상황이 야속하고 힘들었을 테니까요.
겉으로는 툴툴대고 화도 내지만 그래도 형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그 곁을 지키며 힘이 되어 줍니다.
가장 압권은 러시아 공연에서 형이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
피아노 반주를 맡아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었습니다.
‘진정으로 형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형이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어쩌면 심정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동생에게
저는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4.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러시아 공연
‘엄마가 죽으면 알아서 형이 음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죽는 게 엄마의 목표다‘
라는 대사가 동생의 입을 빌어 나옵니다.
그리고 은성호 연주가는 국내 무대를 넘어 러시아에서 첫 연주회를 갖습니다.
러시아 무대에 서기까지 십 여 년의 시간이 이후에 펼쳐지지요.
어머니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형제가 우애 있게 지내기를 바라셨는데
동생이 러시아에 함께 동행해서 형을 살뜰히 챙깁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의 성당에서 함께 한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5. 시간이 만들어낸 정직한 감동
2008년 시작하여 영화의 마지막인 러시아 연주회 무대에 서기까지
약 11년의 시간이 1시간 40분에 담겨 있습니다.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때로 자책하기도 하고
혹은 힘겨운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긴 시간이 보여주는 삶의 굴곡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입니다.
6. 총평
현실을 충실히 보여주는 다큐 영화의 미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분들의 상황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음악 영화라고 할 정도로 연습 장면이나 공연 장면에서
녹턴 등 클래식 곡들이 잔잔하게 흘러 나와서 귀가 호강을 했습니다.
어떤 인물 혹은 상황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생각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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