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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시사)헌트-리뷰

소설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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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png.jpg

 

평소 영화 리뷰를 쓰고나면 마치 그 영화를 정리하듯이 머릿속에서 치워버리는 편이라. <헌트>를 보고난 뒤 여운을 좀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영화 <헌트>가 준 감흥 특히 역사에 대해 작가들조차 건드리지 않으려는 부분을 뚝심 있게 펼쳐낸 부분에서 상당한 감동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시대나 예술은 시대를 반영했습니다. 특히 압재나 독재 같은 역사의 구렁이 찾아올 때는 항상 저항해서 일깨운 사람들이 소수의 예술인인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최근 미얀마 군부에 의해 처형된 예술인들에 대한 뉴스가 전해집니다. 세월이 흘러 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전해줄 사람들 역시 예술인일 겁니다. 역사의 이야기가 정치의 이야기로 비칠까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MZ세대에게 압재와 폭력이 없다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정치가 만들어낸 극단적 양극화와 이로 인한 부의 불평등 등은 차츰 극복해가야 할 숙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비약으로 결론하는 듯합니다만, 이러한 과거를 잊지 않고 정우성, 이정재라는 두 분의 배우이자 감독이 주도한 <헌트>는 이야기만큼이나 꽉 들어찬 주제 역시 빛났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며 리뷰를 진행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스포일러를 누구보다 경계하며 글을 씁니다만. 익스트림무비 내에서도 이미 제목으로 까발려진 스포가 상당하고, 특히 마케팅으로 활용된 "대통령을 제거하라" 외에도 누가 "남"이고 누가 "북"인지까지도 알려져버린 터라 하여도, 최대한 조심하고 자제하며 쓰도록 하겠습니다. 

 

 

헌투4.png.jpg

1. 대체 역사 

최근 흐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웹소설을 중심으로 대체 역사물이 상당히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일단 이 부분은 분야가 달라 광고처럼 여겨질 것 같아 제목은 생략합니다만, 약간의 검색만 해도 적지않은 대체 역사물이 보이실 겁니다. 영화로 보자면 오래 전이기는 합니다만(이제 오래 전이라고 표현해야겠죠?)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있었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럴 듯한 상상력을 입은 판타지 대체 역사였습니다.

반면 근대사를 가로지르는 특정 역사, 그 특정 역사 중에서도 지금까지 논란과 반목을 거듭하는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을 가운데로 끌어오되, 당대 최악이자 폭압의 중심이던 중앙정보부와 엮어낸 참신함은 한국 영화 어디에도 없던 영역이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라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한국의 역사는 그 비운의 세월만큼이나 비극이 많았고 이러한 과정을 마치 한국민의 기질처럼 기꺼이 그리고 재빠르게 극복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에 반해 독재와 정치적 이익 등이 겹치며 특정인이나 집단이 역사를 이용한 것도 진실입니다. 

단순히 대체 역사가 아니라, 이토록 우아하게 세련되게 역사를 그려낸 작품이 있었던가 떠올려 봅니다. 정말이지 의지와 대립을 활용해 역사를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은 한국에서는 처음이 아닐까. 

박평호와 김정도로 상징되는 정치의 극단, 시대와 반목, 남한과 북한, 미래와 과거 등을 엮어낸 작가의 탁월함은 정말 기립박수를 받을 만했습니다. 

조성희 작가의 <남산>을 6년 가까이 다듬은 시나리오! 

 

<헌트>를 만들어낸 작가는, 바로 이정재였습니다!

 

 

 

헌트1.png.jpg

2. 이정재 V 정우성

필연적으로 이 영화를 이야기하려면 <태양은 없다>까지 거슬러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 영화의 아이콘이 된 이정재와 정우성에게도 탄생은 있고 과거는 있기 마련입니다.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이정재가 파격적으로 관객에게(시청자에게) 눈길을 사로잡은 역할은 모래시계의 백재희였습니다. 카더라, 당시 워낙에 많이들 언급되던 이야기 중 하나가 <보디가드>가 대히트를 치며 없던 역할을 만들었다고 하던, 통신입니다만. 전설의 드라마 <모래시계>는 방영될 당시, 서울 시내가 교통의 흐름이 사라질 정도로 귀가를 당겼으며 출산율이 늘어날 정도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히트를 쳤습니다. 고현정이 분한 백혜린을 지켜주던 순정마초 백재희는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은 캐릭터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 최고의 CG를 투입했다고 광고를 때리던 영화에 역시 신인이나 다름없던 얼굴천재가 등장하지요. <구미호>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보자면 연기로 평가하기는 애매합니다만, 상당한 관객에게 정우성을 각인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얼굴천재 정우성과 순정마초 이정재가 만났던 영화가 바로 <태양은 없다>였습니다. 영화는 정말 잘 만들지만 흥행과는 희한하게 담 하나쯤 가로놓은 듯한 김성수 감독님! 이 감독님과 만난 두 배우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세기말로 혼란하던 시대에 "오히려 후대에 각광 받는 영화 한 편"을 두고 각자의 삶을 살지요. 그리고 23년이 지난 오늘에야, <헌트>를 통해 함께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그 23년 사이, 두 사람은 최고의 친구가 되었고 한국영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둘이 맞붙는 헌트! 정말 무식하게 질문합니다.

 

이정재 V 정우성, 누가 이겼을까요? 

 

 

 

헌트3.png.jpg

3. 적의 적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1983년! 안기부 내에 거의 모든 첩보나 정보가 북으로 건너갑니다. 이를 안기부는 간첩 "동림"의 짓으로 판단합니다. 국내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인 김정도(정우성)와, 국외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인 박평호(이정재)의 알력다툼은 대통령의 방미 당시 불거진 암살 시도로 인해 더 큰 대랍각을 세웁니다. 

분명히 누설되는 정보, "동림"을 찾아내려는 극한의 의지 앞에 결국 김정도와 박평호는 서로를 "동림"으로 지목하기에 이릅니다.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건드리고 자르며 최악의 대립을 이어가던 때에!

김정도도 박평호도, 서로를 파괴할 거대한 목적 앞에 다다릅니다. 

이러한 과정 전체가 주는 짜릿함은 딱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물!

 

헌트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 모를 한국의, 한국형, 한국인을 위한 스파이물입니다. 오롯이 한국인을 위한 스파이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스파이물은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 한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칸에서 <헌트>가 탁월한 성과를 못냈던 이유 역시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앞서 누군가 이러한 한국의 역사를 짧고 간략하게 서술해주기만 했더라도 관객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칸의 적에게 적의 적을 알려주었더라면!

 

적의 적을 활용한 뛰어난 한국형 스파이물, <헌트>입니다.

 

 

 

헌트2.png.jpg

4. 2022년 최고의 발굴, 감독 이정재

참 희한한 말씀입니다만. 거의 매년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박스오피스에서 전 세계 상위권에 반드시 포진하는, 그러면서 상업 영화가 120편 이상, 매년 250편 이상의 독립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인구는 겨우 5천만 명이 넘는 정도의 나라라면!! 통계적으로 이를 믿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불모의 나라가 불가능의 나라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라고 해야 실질적으로 한국전쟁 이후이니 이제 70여 년!  

특히 최근에는 매년 세계 3대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OTT를 통해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정도가 선을 넘고 있으니 근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만든 신드롬과 중심에 선 이정재는 설명이 불가합니다. 그냥 신드롬!!! <고요의 바다>를 통해 제작자로 한발을 내디딘 정우성 역시 지금껏 전해진 미담에 비하자면 오히려 뒤늦게 각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배우가 영화계와 콘텐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져갑니다. 

이런 가운데에서 <헌트>가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헌트>를 보신 분들은 동의하시겠지만 2022년 영화계 최대 발굴은 감독 이정재가 아닐까! 그만큼 이 영화는 대단합니다. 

 

 

헌트6.png.jpg

5. 영화 <헌트>, 무엇이 대단할까?

<쉬리> 때였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만큼의 총격전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몰랐었고 또한 처음이었기에 환호했다면, 2022년이 된 지금은 웬만큼 완벽하지 않는 한은 손뼉치는 것조차 부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헌트>는 어땠을까요?

영화의 절정이 되는 테러 사건을 위해 건물을 짓고 야자수를 심었으며 도로를 깔았다고 하지요. 이 미친 웅장함과 의지, 디테일은 마지막 테러 장면에서 관객의 땀을 쥐는 압권으로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그뿐일까요? <쉬리>는 우습게 깔고 가버리는 어마어마한 총격전은 단순히 총을 쏜다, 가 아니라 목적 있는 총알이 적의 심장으로 날아가 박히는 쾌감마저 선사합니다. 그만큼 액션 장면은 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 하나하나는 분명한 이유를 지녔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관통하기 위해서!

 

이제야 써봅니다. 광주민주화항쟁.

이 민주화 항쟁을 이토록 세련되고 의지를 담아서 박력 있게 펼쳐낸 영화가 과연 한국에 있었던가!

처음에는 몰랐기에 그럴 수 있지만 점점 교육하고 알게 되고 해석하게 될 때에는 분명 발전한 다른 의지가 담긴 해석도 나타나야 합니다. 그저 답습하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영화 <헌트>는 의지가 담긴 해석을 내놓은 영화입니다. 이 면에서 저는 탁월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트5.png.jpg

6. 결론

감독 이정재의 발굴과 배우 정우성의 의지가 역사를 해석하고 담아낸 탁월한 작품이 <헌트>였습니다. 역사의 굴레를 분명하게 드러내되 대체 역사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결론한 영화가 또한 <헌트>였습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액션에 고통마저 수반해 보는 관객을 아프게 만드는 액션이라면, 이건 한마디로 표현 할 수 있을 겁니다.

 

복잡한 역사를 분명한 의지를 담아 그려낸, 수작이다!

 

분명 진행형의 역사와 함께,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도 존재하기에 격론이나 불호의 평도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익스트림무비 GV에서도 정우성 배우님께서 여러 번 언급하신 것처럼 역사에 대한 부분은 분명, 가슴에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독재자에 의해 보통사람이 총칼에 맞아 죽었습니다. 역사가가 눈치 보고 정치인이 이를 이용하기 바빴던 나라에서 배우가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감독 이정재가 화답했습니다. 이제 관객이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액션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마저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영화라니! 

비록 액션이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아픈 역사를 빗대 오늘을 관통하고 내일을 그려내려는 영화적 기능에 절대 쉬운 영화가 아니라는 덤 역시 짚어봅니다. 

마지막! 이 영화에는 대량 카메오가 등장합니다. 그야말로 대량! 대형 카메오!! 이들을 보는 재미 그리고 찾는 재미 역시 대단합니다. 김남길 배우,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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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맑고묽게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4:31
22.08.01.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맑고묽게
과찬이세요. 그냥 영화 좋아하니까요. ㅎㅎㅎㅎㅎ
오늘도 행복하시구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14:35
22.08.01.
2등
애정과 정성이 느껴지네요! 관람 후에 한번 더 읽어볼게요
15:08
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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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작성자
음바페
감사합니다. 즐거운 관람 되시기 바랍니다. 영화 좋습니다!!!
16:18
22.08.01.
profile image
저도 헌트 봤었는데
유료더라도 gv시사회 된거에 너무 기뻐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초보감독이 이런퀄 내기 어려워요..
이정재님 정우성님 정말 보고싶었는데 실물로 봐서 좋았고요
00:15
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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