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 시사)모어-리뷰
오래 전입니다.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네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좀 특이했습니다. 전교생이 남자, 선생님도 전부 남자, 수위, 순무 가릴 것 없이 전부 남자였습니다. 학교에 있는 남자가 아닌 "존재"라고는 매점 아주머니와 서무를 담당하던 "여고생"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탓인지 매점 아주머니와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던 서무 담당은 때론 추앙의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에 "이질적인 존재"가 학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고3 같은 반이 되어 보니 여간만 특이한 게 아니었습니다. 꽉 끼어 몸매가 드러나는 청바지에, 체육복을 갈아입을라치면 혼자 화장실에 뛰어가고, 매일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던 "존재"! 지금이라면 분명 왕따니 뭐니 말이 나올 만도 할 텐데 선생님들도 또 학생들도 그 "존재"를 우리는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절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따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우리들 역시 "학교의 명물"로 우대하며 무얼 하든 응원했습니다. 심지어 생일 선물로 화장품을 사주기도 했으니까요.
모두가 대학에 입학하고 뿔뿔이 흩어진 4, 5년 뒤 주점에서였습니다. 누구는 제대했고 누구는 아직 군인이던. 여름방학이라 고등학교 동창이 모여 거나하게 술을 마시던 자리에 그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녀석이 명함을 내밀더군요. 전국 게이협회 **이사! 놀라기도 했고 어린 나이에 자신의 갈길을 정해버린 친구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의 바람 하나는 그거였습니다. 자기를 여자로 대해 달라. 선뜻 너는 여자다, 하고 말해주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은 다들 여자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보지 못했으니 어영부영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인식과 정보, 시간과 사람도 변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분들의 모임을 축제로 승화시켰고 누군가는 이러한 분들을 혐오하는 대상으로 낙인 찍었습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번지면 그저 논란에 대한 논란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 저 역시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합니다. 다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차별금지법' 전문을 읽어본 분을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이 정도로만.
이번에는 단어 하나를 꺼내보겠습니다. "도착"이란 단어입니다. 도착倒錯, 사전에서는 "뒤바뀌어 거꾸로 됨, 본능 감정 품성의 이상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을 나타냄" 같은 뜻입니다. 적어도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어느 정도 사회 전반에 자리 잡기 전까지 여장남자를 "복장도착자"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성적인 관계를 가지려 들면 이들을 "성도착자"라 불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복장도착자, 성도착자 같은 단어에 어떤 느낌이 드나요? 무언가 크게 이들을 사회에서 잘못한 사람으로 취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는지.
"모어"를 보았습니다. 짧은 사이 두 번의 시사에서 웃고 울컥하고 또 아름다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어>를 보며 그 친구가 떠오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모지민, 끼순이의 삶을 극화한 다큐멘터리!
어쩌면 이게 전부이고, 그러하기에 영화에 대해서는 크게 쓸 것이 없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배우님의 용기와 결단에 그저 경애하고 또 존경하는 손뼉을 쳐드릴 수 있을 뿐.
더욱이 제가 왈가왈부하는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잘못 전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영화를 보시라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다만!
영화라는 매체를 일반적으로 접근해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생기고 이야기가 오가면 드라마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드라마를 일반화시키려 하면 인문학이 됩니다. 그러나 개인의 지극히 비밀스러운 관계를 써내면 그 자체가 드라마 플롯이 됩니다. 이 드라마 플롯에 감정의 고저를 만들면 기승전결이 생겨납니다. 결국 이 기승전결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게 영화라고 친다면 성패의 관건이 될 겁니다.
여러 감독의 직관과 철학에 따라 기승전결은 모양새를 달리합니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하나는 이겁니다. 기승전결을 유쾌하고 아름답게 영화로 풀어낸다면 그건 "잘 만든 영화!"라고.
이 잘 만든 영화가 두 번을 보아도 감정이 사드라들지 않고 더욱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면 그것에 더해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명작이다!
<모어>는 분명 명작입니다.
드라마의 강요도, 억지 감정 소모도 없습니다. 눈물을 짜내려면 짜낼 지점이 한둘이 아니고 내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려면 그러한 포인트도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두 비켜갑니다. 그저 유쾌하고 아름답습니다. 반대적으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흥겹다기보다 이토록 역설적으로 들리는 것은 단적이자 성공적인 일례입니다. 이는 당연히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정치와 종교, 그리고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모지민 씨와 같은 분의 삶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합니다. 이들이 살아온 세월을 어떻게 표현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 맞선 차별, 날선 시선, 상처 받는 자존감 같은.
그러나 정말 결이 다른 유쾌함과 아름다움은 많은 이를 공감하게 만들고 고개 끄덕이게 했을 거라 여깁니다. 상당히 높은 타율로. 결국 이러한 결론에 다다릅니다.
모지민,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쓰고 보니 참 알맹이 없는 리뷰를 적고 말았습니다만. 또 제가 비겁하게 피해간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결론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게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모어> 명작입니다. 그리고 이일하 감독님, 영화 마무리짓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분명 작은 영화에 많은 관객이 들기를 바라는 것은 역설이고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어>가 잘 만든 영화이고, <모지민>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라는 결론입니다!
익무의 훈풍을 타고 흥행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마지막 농담 하나, 게임1도 하지 않는 제가 포켓몬에 대해 해볼까, 하고 생각했답니다. 모지민 씨야 뵈었으니 포켓몬 하다 보면 남편 분도 뵙지 않을까 하며. 유료 관람할게요. 영화 잘 되기를 거듭 바라고 기원하겠습니다.
추천인 17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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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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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 관람하신 거죠? 아니라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근래 본 영화중에 가장 빠져들어서 봤습니다..
여러번 보면 또 다른부분이 인상깊게 남을 것 같아서 몇번 더 보러 가려합니다 :)
댓글 감사해요.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소설가님의 질문 말하며 명작이다! 다크맨님이 외쳤을 때 많이들 공감하셨죠 :)
어찌보면 흔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화려하게, 그러면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 같습니다!
기억력 정말 좋으시네요!!! 메이늬 님, 제가 기억해야겠습니다. 우와!!!!!!
흔한 소재를 유쾌하고 화려하게 그리고 공감하게!!! 영화 잘 만들었다는 뜻이겠지요. 모어,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밤이 깊어가는데 행복한 마무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밤이 깊어가는데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요. 좋은 일 행복한 일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할게요.
영화 흥행하십시오!!!
더 잘 썼어야 했는데요. 아까 에스켈레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좀 당황스럽게 만든 거 아닌가 싶어 내심 좀... 죄송했던.
오늘도 행복하세요. 내일도 행복하세요. 행복한 것 말고는 하지 마셔요. 그리고 이밤도 행복하십시오.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도 행복하십시오.
유료 관람해서 꼭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행복하세요!!!
밤이 깊어갑니다.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십시오.
자고 난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