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고지와 시연, 그리고 UFO (스포)
제가 오래 전 부터 품고 있는 생각입니다만...
전 UFO가 그저 '자연 현상' 일 뿐, 거기에 특별히 외계인의 심오한 의도나 우주 법칙 등은 없다고 믿는 입장입니다. 그냥 난데없이 해일이 닥치거나 예상치 못했던 돌연변이 생물이 발견되는 것 처럼, 굳이 원인과 의도를 따질 필요 없는 자연현상 중의 하나라는 것이지요.
가끔 외계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들이 접촉하는 인간은 대부분 랜덤하고 딱히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지도 않습니다. 비행기나 함선 옆에 나타나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군사작전에 위협을 주지도 않습니다. 인간세상이 그들에 대해 떠들던 말던, 그냥 자기들 내키는 대로 출현했다 사라지기를 쭉 인류 역사와 함께 지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이 분명 지구 밖 우주에서 온 외계생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출현하는 것은, 그것이 인류문명을 위한 도움이건 파괴이건 간에, 인류에 대한 명확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하지요. 이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 UFO와 외계인과 관련된 수많은 단체와 종교, 비지니스가 창궐합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바로 이 지점을 관통하더군요. 고지와 시연이라는 이상한 자연현상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려는 인간들끼리 벌이는 권력다툼. 어쩌면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대자연의 현상에 불과한 것임에도, 여기에 온갖 서로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서로 싸우고 죽이는 지금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습니다.
한때 제 학교 선생님이셨던 분을 졸업 후 오래 지나 사석에서 만나뵌 적이 있습니다. 서로 안부를 나누고 나서 대뜸 UFO와 구원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외계인들이 언젠가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 강림할 것이기에 굳게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얼마 후 그분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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