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카우보이 비밥> 웰메이드네요
오늘에야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워낙 명성이 대단한 시리즈라서, 볼 생각 없이 그냥 이름만 알고 있을 때는 여러 시즌(?)에 걸친 장대한 우주 모험활극인 줄 알았었죠.
그런데 웬걸, 각 에피소드의 오프닝 엔딩 시간을 다 포함해도 도합 10시간을 조금 넘는, 다소 소박한 볼륨의 시리즈더군요.
금방 끝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초반 에피소드를 달릴 때는 별 유기성 없이 얼렁뚱땅 제각기 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 길지 않은 분량에 뭐 얼마나 대단한 내용을 담을런지 의심했는데...
여타 애니메이션이나 시리즈와 유독 다른 점이 있는데, 멤버 중 어린이인 에드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본편 이전 시점에서 충분히 여러 사건들을 겪고 각자의 성격과 방향성이 자리잡힌 인물들입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극중 각 인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에피소드들을 봐도, 새로운 상황과 고난에 맞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인연의 연장선에서 각자가 스스로의 잔해를 묵묵히 수거하는 안타까운 모습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멋대로 굴러가는 듯 보였던 이야기 와중에도 차곡차곡 쌓이는 멜랑꼴리한 감성이 바로 주제와 이어지는 거죠.
이 상실을 테마로 한 씁쓸한 정서는 후반 갈수록 짙어지는데, 그 중 제가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최종화인 26화보다도 24화...
마지막에 Call Me Call Me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서 정말 예상치 못하게 울컥해서 살짝 울었고, 그 자리에서 다시 24화를 처음부터 보고 26화까지 다 보고 난 오늘 다시 한번 24화를 감상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보고 이렇게 강렬한 울림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되새겨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또 느낀 것이... 참 쿨하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의 여러 영상매체를 접해봤을 때, 제가 느끼기에 많은 장르물이 공유하는 특성은 다소 과장되고 고양된 감정선이었던 것 같아요.
반면 이 카우보이 비밥은 그에 비해 정말로 절제의 미덕이 두드러집니다. 가끔은 좀 냉랭하다 싶을 만큼 전반적으로 쿨하고 무덤덤하군요 ㅎㅎ
또한 작품에는 능청스럽고 느긋하며 때론 쓸쓸한 재즈 음악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었는데, 이런 스코어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솔직히 정주행을 시작할 때는 기대만큼 좋은 느낌은 없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리고 시리즈를 완주한 지금 다시 생각해볼수록 점점 마음 속에서 자라는 애니메이션이네요.
훌륭한 작품을 늦게라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저 말고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90년대 TV만화라고 너무 겁먹거나 꺼려하지 마시고 일단 쭉 보시길 권할게요 ㅎㅎ
그럼 이만
See you 익무 Cowboys...
추천인 19
댓글 2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그거에 맞춰서 연출을 다르게.. ㅎㄷㄷ
이번 넷플이 많이 아쉬움이...
아인빼고는... 같지않아요
생명력이 대단합니다 ㄷㄷㄷ
극장판 ' 천국의 문 ' 도 꼭 보세요. 원작의 좋은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일본은 이제 이런 작품 못 만든다고 봐요.
소년 만화와 미소녀 굿즈를 팔아야해서...ㅠㅠ
그래서 넷플릭스가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바랬는데...
재즈처럼 낯설며 늘어지는 쿨함이 있었죠. 저 시절 감성과 실력을 일본이 다시 발휘할 날이 오게될지....
옛날에 국내 케이블 애니채널 투니버스에서 더빙판 방영했었는데 아주 재밌게 봤던 ㅎㅎ 개인적으로 한국 방영 버전은 성우진,ost 뭐하나 빠질게 없는 명작이라고 생각해요.박완규가 불렀던 삽입곡 alone 이 정말 좋았었죠😀
박완규라는 락커도 거기서 처음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