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애플>, n차가 필요한 영화네요.
보려고 벼르던 영화 중 하나였는데 왓챠에 풀렸다는 말을 듣고 바로 보았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먼저 언급부터 하고 시작하자면, 저는 아주 마음에 드네요.
처음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리로 관심을 끌더니 극초반부는 전체적으로 기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제목이랑 포스터가 제가 느끼기에는 직관적이라서 쉬워보였는데, 막상 까보니까 아니더라고요.
그러다가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에 기시감이 들어서 혹시...? 했는데 역시나였어요. 뇌를 사과마냥 깎아 먹는 것처럼 표현해두어서 처음에는 기억을 잃어가는 자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잃어가는 척을 하고 싶었던 이의 영화일 줄이야.
의외로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요. 분명히 아직 덜 찾은 게 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한 번은 더 보려고 합니다. 다만 봐야할 것들이 잔뜩 밀려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오렌지와 사과로 그려낸 장면이 소름끼치게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확신을 얻었거든요. 러닝 타임 상으로 많이 늦긴 했지만... 아, 아니었구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던 순간이었습니다.
사과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과일 가게 주인의 말 한마디에 가장 좋아하는 사과 대신 오렌지를 가득 안고 돌아왔던 그가 마지막에는, 이런저런 기억들을 만지작거리다가 가장 괜찮은 녀석 하나를 골라 상한 부분을 도려냅니다. 그렇게 쥔 기억을 무덤덤하게 아삭- 베어 무는 라스트 씬에서는 어설픈 연기를 해서라도 잊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결국 현실에 순응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애플>은 상실의 아픔에 대해 현실을 도피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한 인물의 고뇌를 여운이 깊게 남도록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극장용 영화를 또 놓치고 오히려 이런 걸 극장에서 봐야 됩니다, 저는.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서😵 뒤늦게 왓챠로나마 사과 한 조각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올해 좋은 영화가 너무 많이 나와서, 전부 다 흡수하려다가 숨이 막힐 지경이네요. 컥컥...😵💫
스크린을 통해 접했다면 훨씬 더 많은 부분이 한꺼번에 피부에 와닿았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저의 뒤늦은 발걸음이요. 제 잘못이죠, 뭐.
한번보고 괜찮아서
다시 봐야지하고 생각해둔 영환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