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리뷰(스포0)
익무의 은혜로 개봉 전에 종착역을 보고, 오늘 또 보고 왔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새로 전학생 온 아이 한명을 포함해서 4명의 14살 아이들은 빛나리라는 사진동아리에 속해있다.
동아리에는 그들 뿐이다. 4명이 전부인 이 사진동아리에 전학온 아이가 들어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사진동아리 선생님은 왜 들어오려고 하지? 물으며 우리 사진 안찍고 영화 본다는 심드렁한 말을 남긴다.
전학생 시연은 동아리 이름이 왜 빛나리인지 묻자 교감선생님 머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준다.
바로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며 각자 필름카메라를 건네준다.
디지털카메라도 아닌 필름카메라를 주니 아이들이 생소해하자 선생님은 한장 한장 찍을때마다 손으로 정성들여 넘겨야 하는 거라며
총 27장을 찍을 수 있으니 신중히 찍어오라고 한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참 무책임하고 가혹한 과제였다.
과연 세상의 끝이 뭘까. 아이들은 생각하고 고민에 잠긴다.
세상의 끝은 내가 가보지 않는 곳인 것 같아. 그냥 벽같아. 왜 이런 과제를 주는거지?
많은 고심끝에 아이들이 내린 결론은 1호선 지하철 끝, 신창역이다.
아이들의 생각이 귀여웠고 순수했다. 그 넓디 넓은 세상의 끝을 1호선 끝으로 생각한 것이 아이들 다운 발상이었다.
아이들은 1호선 종점인 신창역으로 떠나게 되고, 재잘재잘 즐겁게 가다가 지쳐서 잠들게 된다.
힘들게 도착한 신창역은 선로만이 달랑 있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상상과는 달랐다.
결국 옛날 신창역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동안 아이들은 비도 맞고, 힘들어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고양이를 보고 좋아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사실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삶의 목표(종창역)을 향해 나아가다가 맞이하는 시련 또는 힐링의 과정들이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있어 "세상의 끝"이라는 과제는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현재이고, 향해가는 과정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진을 찰칵 찍을때마다 정지상태로 사진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그때마다 숨죽여서 사진을 관찰하게 되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GV를 찾아보았더니, 극중 설정도 그렇고 실제 촬영나이도 14살 이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14살이 어른이 보기에는 굉장히 어린 나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는 나이에다 사춘기가 오는 복잡한 나이라고 할수있다.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리얼하다. 아이들의 대화가 정말 14살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벌레가 싫다는 아이의 말에 벌레는 너가 싫을거다라고 친구는 말한다.
그때 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친구문제도 나오는데, 전학온 아이가 오기 전에는 3명이라 두명이서 더 친한 것 같다는 짝수문제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이 갔다. 아이들끼리 진실게임을 하며 썸타는 사람 있냐는 이야기도 하고, 우리가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어떨까? 라며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아이들이라 그런지 숨김없이 솔직했다. 늙는 건 자연스럽다는 아이가 있는 반면, 나이를 안들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나이 얘기에 할머니를 떠올리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후회도 하고 할머니를 찾아오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참회의 시간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들은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서 사진을 찍으며 영화는 끝난다.
익무 시사회에서는 그 뒤로 아이들 4명 각각의 에필로그 영상이 나왔는데, 본 영화로 보니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에필로그는 검색해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종착역이지만, 사실 종착역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고,
"세상의 끝"이란 주제를 받아서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과정이다.
여름방학에 주는 과제로 학교가 아닌 밖에서 직접 마주치며 아이들은 성장해나간다.
아이들은 길을 헤메다 말한다.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건가?"
영화에서 스치듯이 말하였지만,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앞만 보고 빠르고 바쁘게 나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잠깐 멈춰 서서 올바르게 가고 있는게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 2005년도를 보고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이라는 말이 나와서 나이가 정말 어리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그때 그 시절이 먼 아득한 옛날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잠시나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색달랐다.
14살의 네 명의 아이들이 종착역을 향해 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P.S 무대인사가 끝나고 올라오는 시연배우와 눈이 마주쳐서 "영화 잘 봤어요" 라고 하니 "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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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