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 문화의 변화
요 근래 코로나 시국에 영화 업계는 어렵다고 곡소리를 내면서 티켓값은 상승하고, 거기에 익무 유저들 불만은 늘어나고 있지요. 그러면서 티켓값 올려서 영화 업계가 더 어려워지고 관람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그와 관련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몇 번이나 글을 써보려 했는데 지금까지 안쓴 것은 이게 참 말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더럽게 길어질 것 같았거든요. 엄두가 안나서 못쓰고 있던 글인데, 간만에 시간도 좀 나니 차분하게 써보겠습니다.
1. 영화 산업 초창기 : 단관 극장
혹시 익무 유저분들께서는 멀티플렉스 도입 이전에 영화를 관람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그 시절 극장 관람 문화에 대해서 혹시 아시는지요?
멀티플렉스 도입도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저도 잘 아는 내용은 아니라 실제 영화 업계에 있는 분들이 보기에는 내용에 틀린 부분이 있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일단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해보겠습니다.
멀티플렉스를 처음 도입한 것이 CGV였지요. 1998년의 일입니다. 그로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멀티플렉스 극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2000년대 중반에 영화관 시장을 완전히 점령하게 됩니다. 그러면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의 영화관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단관 극장이었습니다.
이 단관 극장은 하나의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는 형태였습니다. 지금 현 시대에 우리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그 영화가 어디에서 상영하는지 여부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왠만한 영화는 대부분 주변의 극장에서 상영하거든요. 그런데 단관 극장 시절에는 특정 영화는 특정 극장에서만 상영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에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특정 극장을 찾아가야만 했죠. 보이스 관람하려면 용산 CGV로만 가야하고, 기적 관람하려면 메가박스 코엑스로만 가야하는 식이었죠.
여기에서 일단 개념 정리를 하나 하겠습니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지역으로 가는 행위를 주목적의 달성을 위한 것으로 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으로 간 김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행위를 부목적의 달성을 위한 것으로 규정하겠습니다. 주목적은 대체로 하나이지만 부목적은 여러 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관람하러 특정 영화관에 가는 것을 주목적으로 규정하면, 그 영화관 주변에 있는 버거킹이나 스타벅스에 가는 것은 부목적이 되겠죠.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으면 버거킹이나 스타벅스가 가지 않았을테니까요.
따라서 단관 극장 시절에는 영화 관람이 대부분 주목적의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현 시대에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분야는 연극,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과 같은 공연과 콘서트이겠죠. 그런데 주목적이 된다는 것은 통상적으로는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입니다. 매일 회사 출근하는 것은 분명 주목적입니다만, 이것은 그냥 일상 생활의 일부로 인식하죠. 일상 생활이 아닌 분야의 주목적은 달성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꽤나 들어가는 이벤트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벤트의 경우 대중들의 접근성을 그만큼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단관 극장 시절의 영화 관람은 현재보다는 좀 더 매니아들의 비중이 높았다고 봅니다.
2. 영화 산업 중반기 : 멀티플렉스
영화 산업의 가장 큰 변화로 개인적으로는 멀티플렉스의 등장을 보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나의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을 상영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하나의 극장에서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대중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상승시켰습니다. 그와 더불어 멀티플렉스가 문화 복합 공간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지금 대부분의 영화관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봅시다. 백화점, 마트와 같은 건물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한 건물에 독립적으로 위치한 경우는 드물고, 그런 경우에는 주변 상권 자체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 건물 또는 한 구역 내에서 수많은 생활 문화 편의 시절이 있고, 그 중심에 멀티플렉스가 위치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영화관을 가는 것 자체는 주목적이 아닌 부목적인 경우가 생겨나게 됩니다. 백화점 가는 김에 영화 하나 보고 집에 갈까? 특정 지역에 가서 쇼핑을 하고 맛집을 가는데 영화도 여기서 하는데 보고 갈까? 이렇게 되는 경우죠. 기존 단관 극장 시절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특정 극장에서만 상영했기에 이렇게 영화 관람이 부목적인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멀티플렉스 시대에는 영화 관람이 부목적인 경우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영화 시장을 급격하게 팽창시켜 기존 단관 극장 시절의 수 배까지 시장이 커지게 되면서 일반인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멀티플렉스 시대에는 매니아들의 비중은 미약합니다.
3. 영화 산업 코로나 시기 : 개박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고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극장을 여전히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코로나로 인해 극장을 가지않는 일반인들과 매니아들을 따져보면 그래도 매니아들의 이탈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산업 중반기 멀티플렉스 시기보다는 매니아들의 비중이 늘었겠죠. 이 시기의 관객수와 매출액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진위 자료를 보면 2020년 관객수와 매출액이 2019년 대비 1/4 수준 정도이며, 이것은 2004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완전 개박살이 난 상황입니다. 코로나 시절에도 몇 백만 관객 영화는 몇 편 있었으니 관객수와 매출액에서 매니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겠지요.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영화 산업 중반기 멀티플렉스 시기의 관객수와 매출액에서 매니아들의 비중은 1/10 내외 정도로 추정됩니다.
2004년이면 최저임금이 2,510원으로 현재의 8,720원의 1/3 수준입니다. 상영편수는 10배 정도 늘어났으니 그만큼 인프라는 증대되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운영 인력도 증대되었을 것인데, 매출은 현재보다 상영편수가 1/10 수준이던 때와 동일한데 그 시절 물가는 지금의 1/3 수준이라면 개박살로 표현해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기업이 아닌 일반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라면 진작에 폐업하는게 정상인 상황이죠. 영화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못한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4. 영화 산업 미래 : OTT
매니아와 일반인의 비중을 추정해 보았는데, 굳이 매니아와 일반인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매니아들은 극장에서 영화 관람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일반인들은 극장에서 영화 관람하는 것이 부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목적은 그만큼 달성을 포기하기 쉬운 목적이기도 합니다.
영화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시다. 영화는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든, 집에서 TV로 보든, 휴대폰으로 보든 이 디지털 콘텐츠 그 자체는 동일합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관람 환경, 즉 하드웨어입니다. 동일한 소프트웨어(디지털 콘텐츠)를 다른 하드웨어에서 관람하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매니아들은 판단하기에 극장을 찾아가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죠. 그런데 일반인들이 그렇게 판단할까요?
주위에 일반인들에게 특별관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간혹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특별관에서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를 볼거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합니다. 이유는 어차피 일반관이든 특별관이든 동일한 소프트웨어(디지털 콘텐츠)이니 굳이 시간 더 들여서 더 먼 극장으로 가서 더 비싼 돈 내고 볼 가치를 못느끼겠다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인들은 매니아들보다 하드웨어의 차이로 인한 비용 추가 지불을 할 의사가 없습니다.
이제 OTT가 활성화되는 시기입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극장보다 가격이 싸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 마음대로 누워서 보든 시끄럽게 떠들면서 보든 팝콘을 집어던지면서 보든 상관없습니다. 단관 극장 시절에서 멀티플렉스 시대로 변하면서 유입되었던 일반인들이 급격히 이탈할 것입니다. 동일한 논리입니다. 멀티플렉스가 접근성의 향상으로 시장을 키웠으니 OTT도 접근성의 향상으로 시장이 커지겠지요.
5. 미래의 극장 생존 전략 : 매니아 잡기
일개 개인인 제가 이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극장 측에서도 당연히 이정도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따라서 그에 따른 생존 전략은 수립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예측되기로는 일반인들은 OTT로 대거 이탈하여 매니아들의 비중이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매니아들은 죽어도 극장의 하드웨어 관람 환경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고, 상황이 이렇게되면 그 시점에서 매니아는 매니아라고 부르는게 아니라 호구라고 불러야 될 것입니다. 예전보다 더 적은 관객으로 운영해서 하니 영화관 자체의 폐점이 늘어날 것이고 티켓 가격은 더 상승할 것입니다. 티켓 비용을 더 낮추면 일반인들이 더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OTT랑 경쟁이 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식당가서 먹으면 음식이 식지도 않고 쓰레기도 안나오고 좋은데, 식당가서 음식을 직접 포장해서 집에 와서 먹으면 더 싼데도 왜 굳이 사람들은 집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배달을 시켜 먹을까요? 그게 더 편하니까요. 더 편하기위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하는게 당연한데,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OTT를 마다하고 극장으로 가게 만드려면 압도적인 하드웨어 관람 환경을 제공하거나 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어마어마하게 내려가야 합니다. 압도적인 하드웨어 관람 환경을 제공하자니 티켓값은 더 올라가야 하고, 티켓값을 낮추려면 하드웨어 관람 환경을 더 낮추어야 하는데, 이러면 OTT와의 차별성은 더 줄어들겠죠. 이러니 OTT와 경쟁이 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OTT랑 경쟁이 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려면 국가에서 세금으로 제작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티켓 가격이 상승하니 일반인들은 더 극장을 찾지 않게 되겠죠. 극장에서 꼭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스케일이 큰 대작 아니면 일반인들은 극장을 찾지 않게 될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시기인 현재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하는 이유는 영화보러 극장가는 것이 연극, 뮤지컬, 발레, 오페라, 콘서트보러 공연장 가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변해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저 분야는 매니아들 위주로 판이 굴러가고, 영화에 비해 티켓값이 아주 비싸면서 대체로 영화에 비해 매니아들을 더 호구 취급하는 분야입니다. 매크로, 되팔이들이 판을 치고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가고 있지요.
극장 운영해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일개 소비자인 우리보다 극장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안해보고 티켓 가격을 올리는 멍청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전체 관객의 1/10 수준의 매니아들만으로 운영 가능한 시장 수준이 아닙니다. 현재 상황은 폐업하고 싶지만 깔아놓은 하드웨어 감가상각비라도 회수할 때까지 버티는 수준에 가까울 것입니다. 티켓 가격을 올려야지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버틸 시간을 벌 수 있고, 어차피 가격경쟁력과 접근성에서 OTT를 이길 수는 없으니 가격 올려도 극장 와주는 매니아들을 잡겠다는 의도겠지요. CGV가 신규 VIP 회원을 늘리려는 것도 일반인을 매니아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굿즈를 통한 매니아들 잡기는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단관 극장들이 몰락의 길을 걸어가게 된 것과 같이 OTT로 인해 멀티플렉스도 몰락의 길을 걸어가게 되겠지요. 그러나 멀티플렉스는 단관 극장을 완전히 대체 가능하지만 OTT는 멀티플랙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어쨌든 극장의 미래는 암울한 것이 맞고, 그에 따라 점점 매니아들 위주로 판이 재편될 것이며, 티켓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입니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이며,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고 극장에서 티켓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안도 없다고 보이며, 사람들을 극장으로 더 불러들일 방안도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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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의 메인 디스플레이인 TV가… 이제 홈쇼핑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77인치, 86인치를 소개하면서 이 정도는 사야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 볼 맛이 난다며 권하고 있고, 그걸 사면 나름 근사한 사운드바도 껴주죠.
마니아층이야 그래도 화면비니 돌비애트모스 등을 따지며 극장을 찾지만, 일반인층은 ‘이 정도 화면과 사운드면 극장보다 더 낫네’라고 쉽게 생각하며 만족하겠죠.
음.. 저는 멀티플렉스 부분에서 서울극장이 생각났는데요, 이곳이 최초 아닌지요?
아마 이곳에는 단관극장 시절부터 영화보신 분들이 많을거에요. 저도 어릴적 대한극장, 단성사, 씨네하우스 이런 곳에서 영화 본 세대입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2010년(?) 이전까지
스트리밍이 대중화되지 않고 mp3 불법 다운로드가 당연하던 시절
음악처럼 영화도 불법이 성행했을 때
공짜로 받아서 볼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그 영화는 컴퓨터로 보면 안돼. 극장 가서 봐야 돼" 이런 소리 듣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영화를 가정용, 영화관용으로 나누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네요.
그때와는 다르게 집에서 영화 보는 사람들도 불법보다 합법이 많으니 문제될 것도 없고요.
공연문화처럼 마니아들 위주로
그중 특별관포맷을 메인으로 갈거 같긴 합니다
다만 현재 멀티3사가 최후의 보루인 마니아층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지 호구 취급할지는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는 요즘이구요
그리고 특별관 위주로 가기엔 서울편중이 심해서 이 역시 공연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될거 같아요
(지금도 이미 그렇죠)
이 특별관마저 미비한 곳은 도태되겠죠
마니아층으로만 굴러가는 멀티플렉스도 결국 지역별 편차가 커지겠죠. 광역시급 도시가 아니면 특별관은 하늘에 별따기이고 광역시도 서울에 비하면 스펙이 천지 차이니까요. 매니아를 잡기위한 굿즈도 지방에서는 1,2군데만 주니 멀티플렉스도 결국 고인물만의 세상이 될 것같네요. 글쓴이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인 것같습니다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씁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네요
그리고 번외로 수도권이랑 지방이랑 상영관 문화적 차이가 최소 15년 정도는 있어요
지방이 수도권이랑 밸런스 맞추어 지려면 아직도 갈길이 멀어요 마치 통신문화와 같
다는 생각을 해보기 해봅니다. 수도권은 스마트폰 갤 21인데 지방은 아직도 갤S 정도
뿐이 안되어서 지방에서 문화생활은 좀 솔직히 아까운 면이 있습니다.
대체할수는 있어도 완전한 대체는 아니겠지요ㅎ
어쨌든 영화관과 OTT 둘다 공존했으면 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