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아저씨의 어릴적 명절극장의 기억
상영관 구조 문제 지적하는 어느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말이죠...
이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아저씨 나이가 된 입장에서
어렸을 적 경험했던 개성 만점?의 상영관들이 떠오릅니다.
지금에야 대형 체인들이 대부분 잡고 있는 덕분에
전국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디자인과 시설인 극장들이고
퀄리티도 어느 정도 담보되는 수준이지만
멀티플렉스란 말이 없던 어린 시절엔 상영관의 개성이 엄청 났거든요.
특히나 계속 지방도시에 살았고 큰집도 시골에 가까운 도시였고
외가가 서울이라 1년에 한 두번은 서울의 극장도 다녀본 입장에서
그 편차들은 더욱 크게 느끼기도 했었고요.
기억하는 최악의 상영관은 역시 큰집이 있는 시골도시의 재개봉관
2편 동시상영을 하는 곳이었는데 명절이 되어서 내려가면
그래도 가족시즌이라고 2편 모두 메이저한 영화를 걸어주었더랬죠
아마도 평상시엔 1편 정도는 애들은 못 보는 작품이었겠지만.
이곳은 좌석간 높이차 같은 거 없었어요. 아니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정도
그렇다고 스크린이 높은 것도 아니라서 어린 제가 뒷열에 앉으면 앞사람 뒤통수만 봐야 할 지경
명절에 아버지 손 잡고 갈 때마다 항상 앞열에 앉던 기억이 나네요.
바닥은 그냥 시멘트였는데 곳곳이 깨져 있었고 좌석은 학교 강당에서 쓰는 접이식 나무의자
등받이 부분엔 약간의 쿠션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엉덩이 닿는 곳은 그냥 나무판이었죠.
당연히 팔걸이도 좁고 딱딱한 나무였고.
상영관 뒤편에 업소용 대형 에어컨이 하나 있는데 이걸로 냉난방을 모두 하는 듯 했습니다.
추석, 설날만 갔던 곳이라 냉방은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만... 난방 성능은 제법 좋았던 걸로
관크에 민감한 요즘이지만 그 시절 명절이면 전국팔도에서 모여든 그 곳은
어지간한 관크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습니다.
상영중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한 번은 싸움이 나서 스크린과 객석 양쪽에서 액션이 벌어지기도 했고
애기들 데려와서 땡강 부리고 울어대는 건 기본, 쉬 마렵다니까 화장실 가기 귀찮았는지
옆쪽에서 볼일을 보게 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퀴퀴한 냄새가 기본으로 장착한 듯)
아, 어르신들은 술 담배도 당연하게 하셨는데 술은 병소주에 플라스틱 컵 담배는 솔....(대충 시절 나오죠)
매점은 구멍가게 수준인데 음료는 당연히 캔으로 팔았고 약간의 주전부리에 술과 담배!도 팔았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신문가판도 있었고 오징어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연탄불 같은 거에 구워줬었죠
마지막으로 상영하는 영상의 상태...
요즘과 달리 필름을 복사해서 뿌리던 때였는데
명절에 동시로 걸리는 2편은 높은 확률로 신작+구작이었거든요
그럼 필름 상태가 확연하게 구분이 갑니다. 신작은 제법 볼만했어요
하지만 구작은.... 얼룩에 비가 내리기 일수고 툭툭 영화가 끊기기도 했어요
머리 굵고 알게 되었지만 극장에서 멋대로 필름을 자른 탓이더군요.
나중에 같은 영화를 비디오로 보는데 생전 처음 보는 장면들이 나오기에 뭐지 싶었던 기억이...
라떼는... 잡설이 길었는데
저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요즘 상영관 시설에 대해선 관대해지더군요
다만 관크는.... 어지간해선 관대해지기 힘들다는 게 함정. ㅋ
멀티 플렉스 생기기 전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