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rning buddah man (2013)
이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유니크하다. 무엇보다도 유니크하게 느껴진 것은, 감독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모든 매력적인 요소들을 제거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은 아름답지도 유머러스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동작은 우아하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주 강렬한 미적 경험이다.
애니메이션이 시작되기 전에 프롤로그가 나온다. 어느 소녀가 문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 소녀에게 말을 건다.
외계인에게 침략당해 점령된 지구. 외계인들은 지구인을 믿지 않는다. 소녀는 외계인이 시키는대로 테이블에 가 앉는다. 그리고 종이인형들을 오리기 시작한다.
그 종이인형들을 겹치자 애니메이션 화면이 나타난다.
그냥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외계인에게 침략당한 지구에서 한 소녀가 외계인에게 끌려가 테이블에 앉아 종이인형극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도록 강요받는 프롤로그를 집어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이 애니메이션은 액자식 구성이 된다.
불타오르는 붓다맨이라니 참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보면 실제 이런 내용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셀화들을 겹쳐 그리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CG도 아니다.
손으로 수채화를 그린 다음, 그 형상을 가위로 오려서 겹치고 겹쳐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어낸 뒤, 손으로 등장인물 인형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효과가 아주 강렬하고 구체적이다. CG를 보면 아무래도 손으로 그린 셀화에 비해 좀 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셀화를 그려 겹친 전통적인 에니메이션이 좀 덜 구체적이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손으로 오린 다음 우리 눈앞에서 손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손에 닿듯 구체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그만큼 우리 감각에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호소한다. 무궁무진한 금광을 하나 발견한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다. 아주 강렬하고 왜곡되어 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너무 강렬 일변도로 나가서 마치 한시간 삼십분 동안 누가 계속 내 귀에다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다.
여고생 베니코는 부모가 절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어느날 집에 돌아온 베니코는 부모가 상반신은 잘려나간 채 하반신만 남아있는 것을 본다.
베니코는 복수를 결심하지만 도대체 누가 범인인 지 모른다. 아버지의 친구인 승려 엔주는 베니코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하며, 세다타라는 불상 강도단의 소행일 것이라
이야기해준다. 그들은 불상만 훔쳐 모은다. 그들은 순간이동기를 갖고 있어서 불상을 순간이동시킨다는 것이다. 베니코의 부모도 그 순간이동기에 당해서 상반신만 날아가버린 것이라 한다.
베니코는 세다타가 악당이 아니라 실은 엔주가 악당임을 알게된다. 엔주는 불상과 결합하여 형태가 변형되고 힘을 얻는 붓다맨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점점 더 큰 힘을 얻기 원해서 더 많은 불상과 결합하기 시작한다. 그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기이한 형상이 되며 파멸적인 힘을 얻어간다. 동시에 인간성을 잃는다.
이제 인류에게 유일한 희망은 베니코뿐이다. 베니코는 불타는 붓다맨이 되어서 엔주와 대결을 벌인다.
애니메이션이 끝나자 소녀는 일어서지 않고 한동안 베니코의 그림을 바라본다. 소녀는 불상으로 변해버리고 소녀에게 애니메이션을 강요하던 외계인은 경악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강렬한 경험을 준다. 단지 게키메이션이라는, 종이 오린 애니메이션 형태를 제시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형태에 걸맞는 구성,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 스타일, 양식 등을 다 개발해 성공시켰다. 극히 저예산 하에 만들어진 한계가 눈에 띄지만, 이토록 창의적인 애니메이션이라면 저예산 한계는 문제도 안된다.
형식도 그림도 상식을 초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