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영화제] <반다르밴드> 누가 이들을 주저앉혔는가
역대급 홍수로 이란의 마을들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어지는 상황에서 반다르밴드는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테헤란으로 향한다. 자신들의 터전이 홍수로 반파된 상황에서도 이들의 열정은 타오른다. 하지만 홍수가 할퀴고 간 상흔은 점차 깊어가고, 낙천적인 반다르 밴드마저 지치게 한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이 세 얼간이(?!)의 경연대회 참가기는 미니밴을 활용한 로드무비 형태로 홍수 피해를 입은 곳들을 거치며 이어집니다. 사실, 이 정도 피해상황이면 국가재난을 선포하고 모든 행정력과 군사력을 동원해 신속한 복구에 나서기 마련이지요.
이란의 현실은 턱없이 부족한 구호활동으로 이재민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낙천적인 모습들에 웃음짓게 되는군요. 오후 6시까지 경연대회장에 도착해야 하는 여정임에도 미니밴은 수시로 멈춰서고, 도움의 손길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에 잠겨 통제된 길을 가기 위해 구호물품을 실어 나르고, 무너져 내린 고가를 바라보다 인증사진을 찍고, 물웅덩이에 막히면 그 안에서 물장난을 치며 쉬어갑니다. 목표를 향해 무조건 나아가기 보다는 그때그때 가장 마음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는 자유롭고 낙천적인 영혼들이라고 봐야죠.
인생도 마친가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그저 목표를 향해 내달리다 주저앉고, 결국 뒤처진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지요. 하지만 장애물에 걸리면 잠시 돌아가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그때그때 행복을 느끼고, 다시 추스려 내 맘이 이끄는 대로 정진하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반다르 밴드>의 여정은 인생의 비유적 반추에 그치지 않아요. 자유로이 달리던 미니밴을 멈추고 기어이 텅 비워낸 지독한 현실, 아무리 낙천적이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이끌려해도 그러지 못하는 이란의 현실에 대해 직설적이고 잔인하게 토로합니다. 흥겨운 음악과 재난적 홍수 상황을 나름 자신들 방식으로 즐기던 이들의 공허한 얼굴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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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작기가 궁금하더라구요!
와.. 실제 수해 때 찍었을 것 같은데.. 영화 제작 과정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