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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초호화 캐스팅과 화려한 세기말 비주얼로 그려낸 왕가위표 로맨스 시 (#헐왓챠에왕가위리마스터링)

FilmWhat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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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작품 세계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큰 충격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분명 홍콩을 배경으로 한 절절한 시적 로맨스 영화를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내지는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 등의 사이버펑크 장르물이 떠오르는 미래지향적 도시 풍경의 CG 오프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SF를 사랑하고, 특히나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면서도 상념에 빠지게 하는, 컬트 팬층을 거느리는 그런 류의 SF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제게 <2046>은 왕가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작품 중 오락적인 재미로는 아직 <화양연화>를 넘어서는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2046>은 그저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너무나 특별한 작품입니다.

 

<2046>은 이 작품 이전까지의 왕가위 감독 작품들에서의 새로운 도약인 동시에, 매그넘 오퍼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접해왔던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은 주로 과거의 자취를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현실 속의 장소들에서 풀어내었는데, 이 작품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설정을 끌고왔고 그 설정을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설정 속에 기묘하게 끼워넣어두었습니다. 물론 그 “현실”적인 설정 역시 100% 현실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게, 왕가위 감독 작품 속의 홍콩은 늘 현실 속 홍콩 그 자체라기보단 홍콩이라는 도시가 판타지에 적셔진 느낌이었고, 어딘가 핀트가 나간 듯한 인물들 역시 판타지에 담가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2046>에선 아예 대놓고 판타지의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2046> 속의 가상세계는 영화의 주된 배경이 아닐 뿐더러, 그저 극 중 극 속의 공간일 뿐이긴 합니다. 영화의 표면적인 스토리만 따져본다면 이 가상세계는 영화 속 차우가 쓴 소설 속의 공간일 뿐입니다. 영화 속의 주된 스토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죠. 그런데 이 영화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차우의 SF 소설 속의 세계 (내화) 가 그의 실제 세계 (외화) 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합쳐지기 시작합니다. 아니 애시당초 그 두 세계는 똑같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지점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관객들이 보는 극영화는 제아무리 현실적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내용이고, 왕가위는 그런 가상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자 감독입니다. 그런데 그 가상의 이야기가 아무런 배경도 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작가의 뇌로 들어가진 않죠. 좋든 싫든, 작가가 써내려간 가상의 이야기는 그 작가의 현실을 (눈곱만큼이라도 좋으니)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왕가위가 쓴 가상 현실 속의 차우 역시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 역시 글을 통해 가상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왕가위가 쓴 차우의 현실은 우리가 흔히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좀 더 비슷해보이고, 차우가 쓴 SF 세계는 훨씬 허무맹랑해보이지만, 결국 두 세계 역시 각자의 작가의 현실을 반영하고, 즉 모두 왕가위 감독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46> 속의 차우는 스토리텔러이자 창작자로서의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가 반영된 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결국, 글을 쓰는 것, 영화를 만드는 것, 즉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고민이 담긴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게 됩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관람을 시작했는데, 오프닝 크레딧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들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양조위가 출연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공리, 왕페이, 기무라 타쿠야, 장쯔이, 유가령, 장첸, 장만옥... 미쳤습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대배우들의 대부분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단역에 가까운 역할로 소비했다는(!) 포인트에서 왕가위 감독이 배우들에게 받고 있는 존경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 화려한 캐스트를 그렇게 짧고 단순하게, 딱 본인의 스토리에 필요한 정도만큼만 쓰고 말 수 있을지..

 

왕가위 감독에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2046>은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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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5

  • Nashira
    Nashira
  • 리켄620
    리켄620
  • 사냥할시간
    사냥할시간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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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후기 잘 봤습니다. 호화 출연진이 첫 공개 당시 상당히 화제였던 기억 나네요.

13:28
21.04.01.
golgo
감사합니다^^ 출연진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ㄷㄷ
14:39
21.04.01.
profile image 2등
공감합니다. 영화 자체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타작품과 이어지는 세계관을 만드는 부분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왕가위 기획전 아니였다면 그 맛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는데 몰아본 덕분에 2046의 매력이 극대화되었지 않나 해요.
14:29
21.04.01.
사냥할시간
맞아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몰아봤을 때 매력이 훨씬 극대화된다는 부분에 심히 공감합니다
14:40
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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