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첫 번째 에피소드의 매력은? (강 스포)
이번에 왕가위전으로 중경삼림을 처음 보신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좋으셨다는 분들도 있고
무슨 이야기인지 줄거리가 명확히 와닿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고
양조위-왕페이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랑스러워서 좋은데
임청하-금성무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별로라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의 나열이지만
임청하-금성무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당
최대 매력은 캐스팅이에요.
임청하는 동방불패를 비롯한 중화권 무협 영화의 대스타였어요.
1954년생인 그는 1994년 작 중경삼림 개봉 당시 40세로 중년이었어요.
익무에는 아맥 아일랜드 때문에 중국 영화 800을 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800에는 여고생이 일본군에 의해 포위된 공장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실화고 대만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요.
1975년에 이미 대만에서 800장사 로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그때 여고생 역할을 맡은 배우가 사진에서 보시는 임청하였어요.
임청하가 소녀 시절 얼마나 예뻤는지 사진 하나만 더 투척합니당
임청하의 남편은 패션 브랜드 에스프리의 사장으로
중경삼림에는 에스프리가 스폰서로 참여했죠.
포스터에도 에스프리가 스폰서로 참여했다고 명시되었어요. (왼쪽 하단 하얀 원 표기)
중경삼림은 임청하의 은퇴작입니다.
반면 금성무는 1973년생으로 중경삼림에서 거의 초짜 배우였어요.
하지만 잘 생기고 풋풋한 매력이 있어서
여성 관객 중에는 당연히 흠뻑 빠지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무려 19세 연상녀와 썸타는 남자 역할인 거죠 ㅋㅋㅋ
두 배우가 맡은 역할은 극단적으로 대조적이라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금성무가 맡은 형사 하지무는 경험이나 실적이 많지 않지만 생계 걱정은 없으며
최근에 실연당한 인물이에요.
그는 젊으니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반면 임청하가 연기한 금발여성은 정체를 숨기고 있는 범죄자이고
도무지 말을 들어 먹지 않는 인도인들과 함께 마약 밀수를 해야 하죠.
금발여성은 실패하면 마약상으로부터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기회란 있을 수 없어요.
하지무는 다소 바보스러운 면까지 있는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금발여성은 단 한 번도 안 벗는 선글라스와 레인코트의 조합
(햇볕 쨍쨍한 날과 비오는 날을 동시에 대비)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는 비현실적 캐릭터죠
하지무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며 덜렁대는 낙천적 청년이지만
금발 여성은 선글라스가 상징하듯 포커 페이스에 이골이 난 꼼꼼한 중년 여성이죠
금발여성의 분열적 자아는 임청하가 동방불패, 동사서독 등에서 무협 영화에서 연기한
‘남자이자 동시에 여자’를 현대(1994년)로 옮겨놓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어요.
임청하의 최대 매력인 보이시함을 활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첫 장면의 추격전에서 잠시 스친 두 사람이 결국 술집에서 재회한 것은
내레이션에 삽입된 익명성에 의존하는 도시의 인연의 특징이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녀(게다가 경찰과 범죄자라 상극)가 처음부터 잘 될 리는 없어요.
하지만 하지무는 금발 여성이 쉬고 싶다며 지쳐 잠든 침대에서
순수함만을 발휘하며 구두를 벗겨주고 닦아줍니다.
(남자가 잠든 여자의 구두를 벗겨주는 아이디어는
아비정전에서 계모, 화양연화에서 집주인을 연기한 배우 반적화가
왕가위 감독에 제공했다고 하죠)
이 장면의 발전형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양조위의 왕페이 발 맛사지죠.
근데 양조위와 왕페이는 구면이라 이게 가능하지만
첫 번째 에피의 두 주인공은 사실상의 초면이라 서먹해서 직접적 스킨십이 불가능하죠...
그리고 하지무는 조용히 호텔을 혼자 떠나
(새벽의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상쾌한 부감샷!)
자신의 생일을 홀로 축하하며 실연의 아픔을 잊습니다.
이때 잠에서 잠시 깨난 금발여성은 단 한 순간 선글라스를 벗을 듯한 느낌이죠.
(물론 실제로 벗지는 않아요)
하지무의 순수함을 알게 된 금발여성이
그의 삐삐(너무도 90년대적인 소품!)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깁니다.
작심한 금발여성은 인도인들을 빼돌린 것으로 추측되는
마약상을 살해하는 것이 에피소드의 결말입니다.
그리고 선글라스는 벗지 않지만 금발 가발은 벗어던져요.
금발여성은 새로운 신분으로 갱생할지도 모르죠.
공통점이라는 거의 없는 이 남녀가 진정 사랑에 빠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남녀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야
관객은 바짝 긴장하고 그들을 응원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며 여운을 남기는 것이 왕가위 감독이에요.
냥바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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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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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넘 매력이였죠~~
타락천사에서 잔뜩 폼잡는 이가흔이 이연걸 쫓아다니는 귀여운 역할로도 나오죠 ㅋㅋㅋ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금성무는 지금도 먹힐 얼굴이라는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고 임청하 어린시절은 상당히 이국적이고 예뻣네요.
그 당시 고모가 그 브랜드 옷을 많이 사입어서 기억하고있어요
사실 분위기 때문에 2부의 인기가 더 많지만
1부의 하지무의 대사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1만년으로 하고싶다"라는 대사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닌가싶습니다.
1부는 영화의 주제를 깔고 가기때문에 2부가 더 빛난다는 느낌이 들어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중경은 사랑입니다
삐삐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극중 알려주는 장면이 있었나요? 가물가물하네요..
1. 두 사람이 술집에서 술을 먹다 하지무가 금발 여자에게 반강제적으로 알려줬다
2. 금발 여자는 범죄의 세계에 몸 담고 있으니 스스로 알아냈다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망상해봅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