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케어> 신선한 면모 가득한 범죄 스릴러 (스포)
<퍼펙트 케어>를 지난 주말에 봤는데, 리뷰를 느지막히 쓰게 됐네요.
사실 익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기대를 별로 안했어요. 싸다구로 예매했지만 취소할까 고민도 하다가 영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봤는데...
역시 영화는 보고 볼 일입니다ㅋㅋㅋ 2월의 끝자락에 제대로 취향에 꽂히는 영화를 만나게 됐어요.
영화는 미국의 현행 노인 복지 제도의 결함과 그에 의한 도덕적 해이를 극적인 방식으로 까발리는 초반 전개 이후, 빠르게 범죄 스릴러 영화로 전환됩니다. 복지 사회의 일면에 대한 폭로적인 풍자와 범죄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붙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그 장르의 재미라는 면에선, 치밀한 각본이나 연출보다는 배우 개인의 열연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긴 하지만요.
영화에 나오는 줄도 몰랐던 피터 딘클리지의 등장은 반가웠고, '왕좌의 게임' 팬들이 생생히 기억하는 독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로자먼드 파이크도 기존의 겉핥기식 악녀 연기와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쳤죠.
익무 뿐만 아니라 CGV 에그, 로튼 팝콘지수, 메타크리틱 유저지수 등을 보면 평단의 점수에 비해 관객 평이 유독 대단히 좋지 못한데, 가장 큰 원인이 주인공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가증스럽고 싫어하게 되는 주인공은 찾기 힘들어요 ㅋㅋ
아무리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어느 정도는 인간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고 동일시할 만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보통인데, 이 영화의 감독은 오히려 관객들이 주인공을 마음껏 싫어하고 욕하라며 판을 깔아주는 느낌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철저히 탈탈 털어 벗겨먹으면서 즐거워하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흡혈귀 같은 사기꾼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는 좀처럼 생각이 안 납니다.
반면 초반을 지나며 영화의 다른 축으로 부상하는 마피아 조직이 오히려 영화의 주역이자 해결사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도 영화의 설계라고 봤습니다. 주인공이 너무나도 싫어지는 당혹스러움에, 생각하기를 멈추고 마피아를 절실히 응원하게 된 관객이 저 뿐만은 아니더군요 ㅋㅋㅋ
개연성 문제로 가장 욕먹은 후반부 마피아들의 허술한 일처리라는 것도,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다른 범죄영화의 악당들의 허술함에 비해 그리 심각하진 않고 어느 정도는 영화적 허용으로 봐줄 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다만 관객들이 위기를 이겨내는 주인공을 심정적으로 응원하질 않으니 그런 허술함이 더욱 용납이 안되는 그림인 거죠.
그래서 한편으로 저는 영화의 결말이 더욱 뜻깊은 것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악인이 무고한 사람들을 벗겨먹고 성공하는 세상에서, 다른 악인이 그를 초법적으로 응징한다고 해서 악이 해소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공백을 또 다른 악인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죠. 당장 주인공과 대적하는 마피아 간부조차도 종국엔 주인공이 고안한 착취의 메커니즘에 감탄하며 눈독을 들이니까요.
그렇다면 시스템에 뿌리를 내린 악은 영화의 결말처럼 피해자의 단발적인 분노가 해결해주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네요. 한국영화 <암살>의 결말처럼, 사실은 판타지에 가깝게 울분을 해소하는 결말이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게 몰입해서 봤지만 찝찝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추천인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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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공감합니다 ㅎㅎㅎ 1회차는 취향저격 당해서 큰 비판을 안했는데 2회차 뛰면서 허술함을 연기로 멱살잡고 끌고 가는구나... 느껴졌어요 ㅠㅠ 그래도 '아 영화니까'라고 생각이 드는 정도였달까요...ㅎㅎ 너무 취향저격인지라 3회차 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