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빛> 느릿느릿 젖어들다 홀연히 빠져드는
약초꾼인 희태는 산에서 약초을 캐 가공한 후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판매한다. 깊은 산을 누비며 작업을 하고 산속 허름한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제대로 된 끼니는 커녕 한겨울에는 매서운 추위를 고스란히 맞으며 잠을 잔다. 결국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만, 그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마는 희태. 어느 날, 헤어진 아내로 부터 편지를 받게 되고, 그동안 잊고 살아온 아들이 그를 방문한다.
한겨울 빽빽하게 솟아난 나무들,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눈밭, 얼어붙은 강에서 물을 뜨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끓이는 가마솥의 열기...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은 한 계절을 살아가는 약초꾼이 맞딱뜨리는 풍경과 그가 영위해 나가는 삶의 이미지들이에요.
어느 날 한사람의 터전에 또 한사람이 들어서자, 그저 단지 함께 있을 뿐인데도, 풍경에는 기분 좋은 온기가 돌고, 조근조근 이야기가 퍼져나갑니다. 자신의 공간에 들어선 온기가 그저 낯선 희태는 어찌할 줄 모르고 쭈뼛거리다 조금씩 함께라는 것에 익숙해져 갑니다.
최소한의 대사로 진행하는 이 작품에, 두 번의 긴 대화가 이어집니다. 산에 전해내려오는 약초꾼의 전설과, 방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야광 별빛. 무심히 전해지는 이 두가지 이야기는 막바지에 이르러 어느 덧 가슴에 흘러들며 눈가를 촉촉하게 남깁니다.
극의 초중반 그저 무심하게 지켜보던 스크린을 타고 서서히 스며들듯 전해지는 이 정서는, 영상매체만이 전할 수있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익무의 고마운 초대로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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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대신 보길 잘하셨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