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포스트] 약스포(?) 간단후기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인데 다른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아웃포스트
2020.09.23
영화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작품은 반드시 ’엔딩 크레딧‘까지 전부 관람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기교 없는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연출된 개미지옥
제법 만족스러운 작품이 등장한 것 같다. 올해 2월 개봉해 초 장기상영을 이룩했던 영화 <1917>과 다른 초점을 가지고 서사를 이어나간다. 영화 <1917>의 경우 병사 한 명의 시선을 관통하여 바라본 전쟁의 발자취를 보고 있노라면, <아웃포스트>의 경우 계속해서 적을 옭아매는 국소적인 전쟁터에 참여한 다수의 군인의 시선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배경적 사실을 공들여 설명하고, 이 영화의 주 무대인 방어 불가 ’지상 최악의 지형‘에 대해 거듭해서 강조한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이미 관객들에게 불안의 씨앗을 퍼트리고 시작한다. 허나 곧바로 엄청난 초월번역을 통해 저급한 언어와 함께 온갖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군인들의 참된(?) 일과를 보여주며 분위기는 반전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마솥 가장 밑바닥에 갇혀버린 절망적인 배경과 함께 매일 같이 도발해오는 ’탈레반‘과의 총격전, 계속해서 틈틈이 발생하는 부상자들, 그리고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졸렬한 협상을 시도하는 현지인들의 지도자. 이는 이 국소적인 전쟁터에 참여한 군인들이 언제 또다시 공격받고 자신들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얻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하기에 적절했으며, 이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관객들 스스로가 그 불안감에 더욱 쉽게 휩싸일 수 있도록 촉매 같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보통의 작품들이라면 ‘장소’, ‘주제’, ‘사건명칭’ 등등의 방식으로 작품의 장(章)을 구분 짓는데, <아웃포스트>의 경우 ‘지휘관 이름’으로 작품의 장(章)을 구분한다. 개인적이지만 이 방식으로 장(章)을 구분 지어 서술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만족스러운 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까라면 까야지” 그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이 불편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오두막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극과 극으로 치닫는 지휘체계를 서술하면서 가장 와닿는 것이 바로 ’지휘관의 교체‘이기 때문이다.
한 부대의 체계는 부대의 지휘관에 맞춰서 움직이며 그 지휘관의 사상에 따라 완전히 분위기가 뒤바뀌어 버린다. 앞서 말했지만, <아웃포스트>는 전쟁과 죽음이라는 불안감보다도 그들을 계속해서 옭아매려는 여러 세력과 조화롭지 못한 관계에서 생성되는 불안감이 참 크게 작용한다. 무엇 하나 수가 틀어지면 바로 대참사로 이뤄지는 이 눈치 게임 속에서 계속해서 지휘관이 변경된다면 거기서 몰려오는 또 다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것이다.
가장 위에서 언급했다. ‘개미지옥’ 이 구덩이에 빠지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구멍에 빠지는 순간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며 끝내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웃포스트> 역시 이러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표면적으로 국소적인 전투에 대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지만, 그 표면의 아래에는 차마 한 편의 이야기로도 담을 수 없는 방대하고 처절했던 그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감춰져 있었으며, <1917>에서 자칫 아름답게 보일 수 있었던 ’삶의 영속성‘과는 다르게 참 허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작품이든지 그 작품에서 그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클라이막스’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다. <아웃포스트> 역시 그러한 클라이막스가 분명히 존재하며 앞에서 언급했던 모든 불안함과 떨림은 이것을 위한 빌드업에 지나지 않았으며, 속이 다 시원해진다. 정말로 기교 없는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이 국소적인 전투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아주 역동적인 핸드헬드와 함께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현장 속을 헤집고 다니는 각각의 영웅들의 행동을 롱테이크로 보다 현장감 있게 잡아내며 그들 각각의 강렬한 의지와 전쟁터의 긴박함 모두 사로잡고 있었다.
특정 인물을 지목하여 영웅이라 칭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지옥에 머물며 지내던 인물들 한명 한명에 모두 초점을 맞추며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한낱 몇 개의 신파로 얼버무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을 진심으로 기리고 추모한다. 모두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 하나의 의지를 불사르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 한쪽이 숙연해지는 것은 왜일까….
태클은 아니고 영화 제목인 ‘Outpost’는 영어 명사로 ‘(군대의) 전초 기지’를 뜻합니다. 따라서 띄어쓰기 없이 ‘아웃포스트’로 붙여 써야 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