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추억을 소환하는 디즈니의 마법 같은 선물.

저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라면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 시기를 함께 한 어찌 보면 행운의 세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어공주부터 라이온킹까지 수많은 명작들을 쉴새 없이 공급받으며 그 소중함이 당연한듯 여겨지던 그 어린 시절에 [뮬란] 은 특히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눈 크고 하얀 주인공들이 당연하던 영화들 속에서 갑자기 나랑 비슷하게 생긴 동양의 여자아이가 (이상하게 영어를 잘씀) 나와서 전장을 누비며 전사가 되는 이야기에 그저 매료될 수 밖에 없었죠.

강력한 컨텐츠의 힘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럼에도 [뮬란] 라이브 액션은 돌아온 그 자체만으로도 추억을 강제로 소환하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 시절 디즈니 키즈들을 끌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실사화 되며 애니메이션의 큰 매력이었던 뮤지컬 요소와 무슈 캐릭터 등 만화적인 설정이 빠진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 대신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웅장하고 화려한 황궁의 전경 때깔이 실사화의 묘미를 살려준 것 같아 좋았고, 생각보다 전장의 무협 액션이 박진감 넘치기 때문에 추억 소환이 아닌 뮬란을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냘픈 이미지로만 느껴져서 미스 캐스팅이 아닌가 우려되던 유역비 배우의 액션은 생각보다 선이 아름답고 강인하게 느껴져서 배우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사실 캐스팅 면면만 보면 이름값 있는 배우들로 구색을 맞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텅 장군 역의 견자단 형님의 액션은 작품 전체 무술 색깔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공리 배우 역시 현세대의 뮬란과 비교되는 구세대의 여성 혹은 소수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로서 작품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을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그저 무능하게만 표현하여 뮬란을 빛내줘도 될 법한 황제 캐릭터 역시 연걸이 형님의 존재감만으로 분위기를 바꿔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일테지만 그럼에도 디즈니 특유의 영리하면서도 아련한 연출로 디즈니 키즈인 저를 소름돋게 만든 [뮬란] 의 마법에 이번에도 무장해제되고 말았네요.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면 영화관으로 꼭 달려가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