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넷플릭스] 스티븐 소더버그표 프로파간다 영화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 문라이트 각본가, 아이폰 촬영, NBA 소재
안 볼 이유가 없는 조합이겠습니만 아쉽게도 강력 추천하는 영화라거나 꼭 봐야 하는 영화까진 못 됩니다.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동화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마진콜'이란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좀 받기도 했는데요.
일단 국뽕 스포츠 영화는 당연히 아니고 NBA를 둘러싼 노사 간의 갈등, 에이전트와 선수 간의 이해 관계, NBA라는 거대 산업에 속해 있는 인간 군상들 등
NBA 산업의 뒷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들추어내면서 스티븐 소더버그답게 전개 방식이 제법 독특하고 물 흐르듯 흘러 갑니다.
실제 선수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초장부터 등장해서 인서트로 시시각각 삽입되어 있는 부분이 특히 그런데
가뜩이나 대사가 많은 와중에 일종의 환기작용을 일으켜서 뭔가 재밌는 걸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더군요 ㅎㅎ
영화의 내용이라고 해봐야 노사 갈등 때문인지 NBA 협회와 방송국 간의 갈등 때문인지 어떤 이유에서 NBA 리그가 중단되었는데
오갈 데 없는 선수들과 당장 리그 운영이 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이들이 리그 정상화를 위해 힘쓴다는 내용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의미심장한 부분을 함의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주류 시스템과는 완전 정반대되는 개념일 텐데
일개 에이전트의 묘수로 갑이었던 협회가 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일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제작하고 공개하는 방식을
영화의 주제와도 매칭을 하고 있는 듯했거든요.
영화 내용 때문에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한 건지
아니면 넷플릭스과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각본과 제작 방식을 택하게 된 건지
전후 관계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어찌 됐든 넷플릭스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영화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주류 시스템을 전복하자는 영화는 물론 아니에요. 스티븐 소더버그가 그렇게까지 직접적인 감독은 아닌지라
어쨌든 최소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하나 던지는 영화로서 스티븐 소더버그표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닌가란 결론을 내려 보았네요.
실제 영화 속 인물이 어떤 대사를 말하곤 비유라고 둘러대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 영화 자체가 비유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평론가에 비해 관람자의 평가가 유독 박한 편이죠.
이런 류의 영화가 가지는 양면성이 대번에 드러나는 때가 바로 평론가와 일반 대중들의 의견 차이가 심화될 때인데
여지 없네요. 영화적인 재미보다 메시지에 비중을 둔 영화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