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사실 레이디가가 주연의 '스타이즈본'이 개봉하던 시점에 이런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으나
그 동안 일상이 너무 바빴어서 이제서야 끄적거리게 되네요 ㅎㅎ
재작년에 레이디가가의 첫 주연 데뷔작인 '스타이즈본'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었고
생각보다 좋은 호응을 받으며 5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했었죠
<스타이즈본>은 국내명 <스타탄생(A star is born>이라는 제목으로 세번이나 제작된 영화 시나리오 입니다
소설이나 연극의 각색본이 아닌, 헐리웃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굉장히 기념비적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1932년부터 제작된 시나리오 추정됩니다
추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시나리오의 원형에 대한 시시비비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나리오의 원형은 <what price Hollywood?>라는 명감독 조지 쿠커의 1932년 영화에 기인합니다.
<what price Hollywood?>에서는 영화감독인 남자가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와 만나,
그녀를 헐리웃에 입성시켜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스포- 시나리오의 결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보셔도 된다면 드래그!)
그 후 여자는 승승장구하고 남자는 손대는일마다 망하며 몰락의 길을 걷지만,
남자는 새롭게 시작한 여자의 인생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자살하죠
(스포)
이 영화의 스토리는 <스타이즈본>와 똑같은 이야기 뼈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 영화로부터 <스타이즈본>의 원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이 시나리오는 앞서 언급한대로 헐리웃 자체제작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일어난 헐리웃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은 것이기도 합니다.
유명 영화감독과 무명 여배우의 만남은 당시 무성영화계의 블루칩이었던 '바바라 스탠윅'의 결혼을
(스포- 시나리오의 결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보셔도 된다면 드래그!)
영화감독의 자살은 '존 바우어'의 익사사건을 토대로 만들었죠.
이 영화는 당시 가장 큰 제작사였던 RKO에서 담당했지만,
공동제작 대표를 담당한 핵심 인물은 훗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오즈의 마법사>,<레베카> 등 기라성같은 영화들을 찍어내게 되는
데이비드 셀즈닉이었습니다.
초기 헐리웃 영화는 스튜디오에서 공장처럼 찍어내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독보다 영화제작을 위한 자본을 따오고 배포하는 제작사/제작자의 힘이 훨씬 막강했습니다.
그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셀즈닉은 가장 큰 거물이었죠(성격도 참 더러웠구요)
셀즈닉은 <what price Hollywood?>를 찍으며 시나리오에 크게 감명받았고
RKO가 아닌 본인 단독 제작사에서 다시 영화화를 하려고 몰래 쟁여두게됩니다 (아마두요..)
1937년 셀즈닉과 그 잔당들이 <스타이즈본>의 초안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나서,
<what price Hollywood?>의 감독이었던 '조지 쿠커'에게 먼저 영화화를 제안합니다.
(쿠커는 오드리햅번 주연의 <마이페어레이디>와 오스카 수상작 <필라델피아 스토리>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유명한 감독입니다)
하지만 쿠커는 거절합니다.
황당하죠. 불과 몇년전에 제작했던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와 똑같으니 말이에요
실제로 <스타이즈본>의 첫 영화가 만들어지고선, 셀즈닉은 RKO측의 표절 소송으로 한동안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그렇게 홍역을 앓고 앓다가 1937년 가을, 드디어 <스타이즈본(1937)>의 첫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감독은 아카데미 1회 작품상인 <날개>를 감독했던 에이웰먼이 담당하게 되었고
당시 가장 강력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던 헐리웃 황금기의 명배우 '프레드릭 마치'가 주인공 노먼 메인 역에 캐스팅이 됩니다.
훗날 등장하는 <스타이즈본>의 여러 버전들과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당대 몇 안되는 테크니컬러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던 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뮤지컬적 요소가 거의 없는 영화였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보니 영화 자체의 온전한 시나리오와 배우의 연기력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프레드릭 마치'의 연기는 첫번째 <스타이즈본>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미 프레드릭 마치는 오스카를 거머줬던 대배우였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씨(1927)>에서 신사와 괴물을 오가는 성격파 연기를 뽐냈던 배우였습니다
<스타이즈본>의 노먼베인역은 평소에는 히스테릭한 인물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을 버릴줄도 아는 인간적인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지킬 and 하이드의 페르소나와 잘 부합하는 면이 있었죠.
따라서 프레드릭 마치는 노먼 베인의 모든 페르소나를 훌륭히 소화해 낼 조건이 충분했습니다
양단의 연기 모두 그가 즐겨하던 스타일의 연기였기 때문이죠
프레드릭 마치의 캐리로 첫번째 <스타이즈본(1937)>은 오스타 8개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고, 2개의 트로피를 따내게 됩니다.
그 후 15년이 지났습니다.
또 다른 대형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는 조지 쿠커가 <스타이즈본>을 제작하지 못한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고있던 상황.
고민끝에 워너브라더스는 <스타이즈본>의 시나리오를 사들인 후,
당대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인 '주디 갈랜드'를 캐스팅하는데 이릅니다.
네 여러분이 아시는 <오즈의 마법사(1939)>의 도로시입니다.
헐리웃의 악습적인 노동 착취과 남배우들에게 각종 성착취를 당하며 희생당했던 너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비운의 여배우이기도 하지만
<스타이즈본> 여러 버전 중 1954년 버전이 단연 최고의 평가를 듣도록 만든 능력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당시 헐리웃에선 음악이 포함된 영화라면, 누구나 '주디 갈랜드'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죠.
워너 브라더스는 그 어려운걸 해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비합리적인 수단이 동반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무튼간에 다시 제안을 받은 쿠커는
'아니 내가 했던거랑 똑같은데 왜함?'이라며 또 반문했지만
워너 브라더스에서는
'아니 주디 갈랜드도 한다니까? 그리고 이건 뮤지컬 영화임. 전에 꺼랑은 다름. 무려 뮤지컬인데 주인공이 주디갈랜드야!' 라고 설득했고
쿠커는 ' 그래? 그럼 할래'라고 답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번째 <스타이즈본(1954)>이 탄생하게 됩니다.
앞서서도 말했듯, <스타이즈본>의 여러 시리즈들 중 압도적으로 평가가 가장 높은 작품이죠
무엇보다 그 높은 평에는 '주디 갈랜드'가 역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시나리오는 이전과 동일했지만
'주디 갈랜드'의 가창력과 쿠커의 연출력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금까지도 1954년 <스타이즈본>의 사운드 트랙은 여전히 각 음원 플랫폼에서 성황리에 팔리고 있고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를, 그리고 골든 글러브 배우부문 싹쓸이를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영상은 가장 유명한 음악인 'The Man That Got Away'의 한장면입니다
특히 '주디 갈랜드'라는 아이콘을 둘러싼 매니아들의 엄청난 관심때문에
레이디 가가의 버전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1954년 <스타이즈본>은 시나리오 중 최고의 버전으로 꼽힙니다.
또한 1988년, 2004년 개봉한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다양한 버전으로 주디 갈랜드의 사운드 트랙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으레 당시 헐리웃 영화들이 그랬듯
제작자는 조지 쿠커가 기획한 연출을 모두 살리지 않고 중간을 듬성듬성 끊어버렸고
이미 캐리그렌트, 험프리 보가트 등의 남자주인공 캐스팅을 요청했으나 모조리 거절당해서 열받아있던 쿠커 역시
나몰라라 하고 던져버려서 상당부분의 필름이 유실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중간중간 카드컷으로 대체하는데 참 안타깝더군요ㅠㅠ
두번째 <스타이즈본>이 개봉한지도 20여년이 흘러가고,
워너 브라더스는 <스타이즈본>의 뮤지컬 영화화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게 됩니다.
그리고 70년대의 모던한 느낌을 담아낸 뮤지컬 버전의 <스타이즈본(1976)>을 새롭게 기획하게됩니다.
당시에는 가수와 연기, 양단에서 미국을 사로잡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이미자(?)선생님이죠... 60년대부터 10년대까지 매 세대마다 빌보드 1위를 거머쥔 가수입니다.
연기로도 오스카 위너에 빛나는 만능캐릭터였죠.
고전 좋아하시면 로버트 레드포드와 출연한 <The way we were>라는 영화에서 보셨을수도.ㅎ
무튼 워너 브라더스는 최고의 여가수인 스트라이샌드와, 최고의 남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를 필두로
새로운 버전의 <스타이즈본>을 기획하기에 이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남자 캐릭터가 몰락한다는 시나리오가 자신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었기 때문에 결국 캐스팅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 개봉 다음해에 사망하여 더욱 안타깝기도 했죠
그렇게 힘겹게 등장한 세번째 <스타이즈본(1976)>
이전과는 달리 락스타 여자주인공과 작곡가 남자주인공으로 설정이 바뀌었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무려 락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뭐... 평가는 전작들에 비해 좋진 않아요
영화가 툭툭 끊기기도하고, 영화 전체의 정서가 일관성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출연했으니, 사운드 트랙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40여년만에 제작된 네번째 버전의 <스타이즈본>이 바로 재작년에 개봉했던 레이디 가가 버전입니다.
90년대에 이미 윌스미스를 필두로 제이미 폭스, 올리버 스톤 등의 이름이 언급되며 리메이크 얘기가 오갔고
가장 근접했던 프로젝트로는 2011년 얘기됐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비욘세 주연의 <스타이즈본>입니다.
뭐 그치만 비욘세의 임신으로 다 무산되었죠.
그 후 브래들리 쿠퍼가 지휘봉을 잡고 레이디 가가를 끌여들여 네번째버전을 출시합니다
역시나 제작사는 이미 두번이나 <스타이즈본>으로 짭짤한 맛을 본 워너브라더스 였구요 ㅎㅎ
마지막 작품에 대해선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930년대부터 현시점까지 무려 백여년간 영화화가 된 <스타이즈본>시나리오
1937년 첫번째 버전은 18만 달라의 수익을 올리며 크게 성공한 영화반열에 올랐고
1954년 두번째 버전은 아직까지도 2차 창작물이 파생되는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1976년 세번째 버전은 북미에서만 8천만달라를 벌어들이며 76년 영화중 두번째의 고수익을 기록했으며
2018년 네번째 버전 역시 북미와 31여개의 나라에서 대성공을 기록하였습니다.
공통된 시나리오가 인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포함하는 호소력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화마다 색다른 강점들이 있습니다
1937년 첫번째 버전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30년대 테크니컬러의 화려함을
1954년 두번째 버전은 갈랜드의 가창력과 쿠커의 빼어난 연출력을
1976년 세번째 버전은 스트라이샌드의 변신과 70년대의 화려함을
2018년 네번째 버전은 가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들이었습니다.
저는 네가지 버전 모두 감상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ㅎㅎ
무튼 <스타이즈본>시나리오를 워낙 좋아해서 포스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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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각 판본마다 개성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