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 심상치 않더니 예사롭지 않군요
키치적인 화려함으로 무장한 엄마의 예기치않은 등장에 블루는 당황스럽다. 느닷없이 두사람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생기게 되고, 블루는 엄마의 다그침에 어쩔 수없이 함께 길을 나선다. 그들의 의도치 않은 여정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엮이게 되고,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들이 터진다.
이 작품은 포스터가 예고한 대로 '캐릭터 영화'에요. 조민수 배우와 김은영 배우(가수 치타) 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태원을 화면 곳곳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영화'이기도 해요.
'이태원' 하면 외국인과 성소수자들, 이국적인 가게들과 화려하고 은밀한 밤문화같은 전형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그 와중에 이태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각하기 쉽지 않아요.
두 사람이 이태원 곳곳을 누비며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제가 익히 아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입니다. 바에서 노래하는 가수, 은퇴한 트렌스젠더, 혼혈 한국인, 타투이스트 등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단지 이미지로 존재할 뿐이었지요.
물론 다양한 캐릭터들이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깊이가 있거나 크게 울림을 주지는 않아요. 때로 전형적인 묘사에 그칠 때도 있지요. 그래도 언뜻 내비쳐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맘에 스며들어 그들을 이미지가 아닌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로 느끼게 해줍니다.
사실,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조민수의 등장과 블루와의 만남까지는 살짝 경계를 하며 노려보았지만, 두 사람이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순진한 듯 거침없는 키치적인 연출의 의도들이 보여 그저 무장 해제한 채 연출자가 깔아놓은 멍석을 마구 누비는 배우들을 키득키득 낄낄거리며 따라 다녔습니다.
조민수 배우는 '마녀'에서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대책없이 막무가내이면서도 귀여운 엄마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살짝 아쉬움도 남지만, 사실 조민수 배우가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할까싶을만큼 찰떡입니다.
김은영 배우는 처음 만나는 얼굴인데 상당히 놀랐습니다. 물론 가수이기 때문에 탁월한 목소리와 대단한 노래 실력은 당연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혀주는 중심 역할을 해내면서 동시에 멋진 이미지로 노래들을 선보입니다. 카리스마와 쿨함이 임계점을 넘나드네요.
BGM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사운드쪽은 잘 모르지만, 재즈곡이 흐를 때 완전히 나를 감싸는 느낌이었어요. '오르페오' 의 시스템 덕분이겠지요! 기왕이면 사운드 시설 고려해서 감상을 하면 이 작품을 더 즐길 수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공간으로 오면서 다양한 풍경 스케치를 했었어요. 이국적이고 멋진 가게들 위주의 이미지였지요. 영화를 보고 같은 길을 되돌아 걸으며, 그들이 지났던 풍경들을 찾아보며,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에 들어와 영화에서 조민수 배우가 마시듯 싸구려 와인을 따놓고 이 감상을 늘어놓습니다. 그녀처럼 흥에 취한 춤을 추진 않지만, 영화의 이곳저곳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감상에 취해봅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그렇죠 뭐. 길 위에서 아웅다웅 깊게 할퀴고 매섭게 쏘아붙이고는 혼자 걸어가다가도 결국 서로 왁자지껄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며 뛰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해야지요. 로드 무비의 형식에 키치적 재미를 얹은 유쾌하고 즐거운 감상이었습니다.
(익무의 고마운 초대로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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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른 곳에서 봤는데 보고 나니 왜 저 곳에서 시사회가 있었는지 알겠더라구요ㅎㅎ 이태원이란 공간과 김은영(치타)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눈도 귀도 재미있고 만족스러웠어요!
주말에 봐야겠어요ㅎㅎ
초미의 관심사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