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할리우드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나? (내용 추가)
일본.. 엘르 재팬의 기사입니다.
https://www.elle.com/jp/culture/movie-tv/g30903398/how-parasite-won-oscar-20-0213/
일본은 확실히 기자풀이 많아서 그런지 생생한 현지 기사가 많네요.
읽어볼만한 재밌는 글입니다.
(글 뒷부분이 잘린 채 공개돼서 뒤늦게 추가했습니다. 그부분이 좀 애매하네요...^^;)
<기생충>은 할리우드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나?
작품의 파워, 감독의 매력, 어워드 전략,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희망. 모든 요소들을 아군으로 삼은 <기생충>의 수상은 놀라움인 동시에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4관왕에 빛나는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것일까? 수상 후 현지 반응과 더불어 LA 주재 영화 필자 ‘마치다 유키’ 씨가 살펴봤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작품의 힘
‘오 마이 갓!’이란 말을 반복하며 감격해하는 소녀 같았던 캐시 베이츠,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내는 신시아 에리보, 미소 띈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는 브래들리 쿠퍼, 어두워진 무대에 조명을 다시 밝히게 한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할 때 카메라가 포착한 시상식장의 분위기는 그날 밤의 하이라이트였다. <기생충>이 할리우드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거기에는 작품의 힘, 봉준호 감독의 매력, 어워드 캠페인 전략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대의 이유는 물론 작품의 힘일 것이다. 각본, 미술, 편집 등의 퀄리티는 물론, ‘격차’라는 미국 사회에도 어필하는 테마성, 호러에서 코미디, 가족 드라마, 서프라이즈까지 모든 것이 꽉 들어찬 오락성은 압도적. 오스카 수상을 위한 경쟁에서는 어떤 유력 후보작이든 내거티브 캠페인의 세례를 받기 마련이지만, <기생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이미 본 사람들은 절찬,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은 “꼭 보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미국의 대형 영화 티켓 판매 회사인 Fandango에 따르면 오수카 수상 후 <기생충>은 극장 티켓 판매수, 스트리밍 횟수가 400% 이상의 증가치를 보였다고 한다. 오스카 효과로 4,500만 달러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비평가, 일반 관객이 이렇게까지 일제히 절찬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
이번 오스카 레이스의 양대 스타를 꼽으라면 브래드 피트와 봉준호일 것이다. 코미디 작가를 고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위트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시상식장을 들끓게 한 브래드 피트와 매번 통역을 거치면서도, 명료하고 자연스런 수상 소감을 말한 봉준호에게 마음을 빼앗긴 시상식 관람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오스카 레이스 후보자들은 거의 매주 다양한 시상식에서 마주치기 때문에, 일종의 유대감이 싹트는 듯한데, 올해에도 시상식들이 이어지는 그런 ‘동료들 사이에서’ 봉준호의 인기도가 높아지는 것을 간접적으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레이스의 골인 지점에 해당하는 아카데미상에서 브래드 피트는 마침내 오스카를 손에 넣었지만, 봉준호의 존재감은 그 대스타마저도 능가하고 말았다.
각본상을 수상할 때 오스카상을 바라보면서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웃음을 흘린 모습. 감독상 수상 때는 ‘스승’ 마틴 스콜세지에 대한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고, (미국에서) 무명 시절의 자기 영화를 지지해준 쿠엔틴 타란티노에겐 솔직하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모습. 미국 영화계가 자랑하는 거장과 기재의 마음을 사로잡은 봉준호에게, 할리우드가 넋을 잃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부사장이 말한 것처럼, 그의 “괴상한 헤어스타일, 걷는 모습, 말하는 방식, 유머 센스”도 왠지 친근감을 준다. “영화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국경에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일수록 세계의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가 있다” 등 영혼이 담긴 발언을 했다가도, “뭔가 갑작스런 충돌로 인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와 같은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평소엔 신랄한 비평가와 미디어들조차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시상식날 밤, <기생충> 팀은 여러 파티장을 전전하고선 미국 배급사 네온이 주최하는 웨스트 할리우드의 회원제 클럽 ‘소호 하우스’로 향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도착한 봉준호는 모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마치 록스타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후 일행은 코리아타운의 레스토랑 ‘소반’에서 새벽 2시45분부터 오전 5시까지 축하 파티를 벌였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고 무대에서 선언한 봉준호 감독은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어워드 캠페인과 배급 전략의 승리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기나긴 오스카 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면밀한 캠페인 &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오스카 레이스에 맞춘 개봉일 설정. 배급 전략, 빌보드와 미디어에서의 광고, 영화제 참가, 각종 시사회, 입소문을 내기 위한 SNS 활동... 이런 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비용과 필름 메이커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생충>은 어땠을까? 영화 평론가 피트 해먼드가 수상 직후에 밝힌 바에 따르면, <기생충>과 봉준호의 PR을 담당한 ID-PR사는, 작년 여름에 이미 작품, 감독, 각본, 그 외 타 부문의 수상을 목표로 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래, 여러 영화제와 이벤트에서의 상영 및 GV를 진행하며 주목도를 높인 것도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그 또한 봉준호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먼드는 오스카 레이스 기간 중 봉준호에 대해 “이 정도로 (오스카 캠페인에) 협조적인 필름 메이커는 과거에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이루어진 오스카 노미네이션 발표 직후에도 전화나 홍보 대행사를 통해 코멘트를 요청 받는 후보자들이 많은 가운데, 살짝 졸린 눈으로 인터뷰에 응한 봉준호의 모습이 있었다. 아카데미상 전날에는 독립 영화를 평가하는 스피릿어워드 시상식도 열렸는데, 오스카 투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그 시상식장에서도 봉준호는 청바지 차림으로 등단해 아트하우스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그 시상식장에 참석한 노아 바움백 감독과는 특히 친분을 두텁게 쌓았을지도 모른다. 오스카상 수상 때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포옹을 했고, 그들 뒤에는 바움백의 연인이자 마찬가지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그레타 거윅(<작은 아씨들> 감독)이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메이저 스튜디오급의 비용 대신 영화에 대한 애정과 협조적인 대응으로 캠페인을 성공시킨 <기생충> 팀. 절묘한 배급 전략으로 일반 관객의 입소문을 높인 미국 배급사 네온의 공적도 컸다.
(이하 빠트렸던 부분 추가입니다. 포탈 사이트 야후 재팬에선 윗부분만 기사가 올라왔고, 엘르 재핀 사이트에는 아래 부분까지 다 있었습니다.)
다양성은 ‘뒷받침’이지 ‘결정타’는 아니다
그리고 물론 아카데미 회원의 다양성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속성이 치우쳐 있던 회원 구성이 지적된 지 8년. 성별, 국적, 연령에 있어서 다양한 회원을 증가시켜온 아카데미이지만, 노미네이션 단계에서는 배우 부문 19명을 백인 배우들이 점했고, 여성, 유색인계 필름 메이커와 다문화 테마의 작품이 후보에서 빠짐으로써 “또다시 백인투성이 오스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스카 레이스 후반의 유력작이 <1917>과 <기생충>으로 좁혀지면서 수상식 직전에는 <기생충>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높아졌지만 미디어도 비평가도 영화팬도 마음 한구석에선 “결국은 무리일 것”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온 할리우드의 대답은 미국 아카데미의 변혁이 일보 전진했음을 증명했다.
<기생충>의 수상에 따라 “백인투성이 오스카”라는 비판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아카데미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생충>을 선택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성 요소가 뒷받침이 되었다고 한다면 ‘해외 제작이든 외국어든 좋은 작품은 오스카 최고상을 탈만하다“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풍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품상에 한해 현재 투표 시스템에선 투표자가 전 작품을 1~9위(올해의 경우)까지 순위를 매기는데, 거기서 톱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회원들이 꼽는 베스트 3에 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수상은 할리우드가 <기생충>을 한 편의 영화로서 사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이번 결과를 ‘미국의 다양성화’로 안이하게 말할 수는 없다. 아시아 영화의 역사적인 쾌거로 들끓는 할리우드의 밖에서, 중국계 미국인 영화 평론가 월터 차우는 미국 뉴욕타임즈지에 “<기생충>이 승리했음에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패배 중”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다양성 중요성을 부르짖는 한편으로 정치적, 사회적 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차우는 이번 결과로 인해 다양성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가 SNS에서 분출되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날 밤 할리우드의 일보 전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지만, 예술의 힘을 믿는다면 아직도 영화계에 기대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는 것이다.
<어느 가족> <로마>가 이어온 길
다섯 번째 이유는 문화와 예술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성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버라이어티지의 오웬 길버맨은 오스카 이후 칼럼에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문화전쟁’의 급격한 퀄리티 상승이 이번 <기생충> 수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적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해먼드는 넷플릭스의 공적도 칭찬했다. 과거 넷플릭스가 강력하게 밀었던 스페인어 흑백 영화 <로마>는 작품상을 놓쳤지만, 그 작품이 심어놓은 “외국어영화의 작품상 수상이 가능하다”라는 개념도 올해의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넷플릭스의)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가 <기생충>에게 상을 내주게 되었지만, 국경을 초월한 영상 배급을 견인하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공적은 크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훌륭한 두 영화를 영화상 관련으로 묶어서 비교하는 것이 마땅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뇌리를 스치는 것은 <어느 가족>의 존재일 것이다. 칸 수상작, 아시아 영화, 자국을 대표하는 명감독, 사회의 어두움을 그린 테마, 가족 드라마, 배우들의 명연기... 등 <기생충>과 <어느 가족>의 공통점은 무척 많다. 그럼 <어느 가족>은 왜 이번 <기생충>처럼 되지 못했던 것일까? 그 대답은 앞서 서술한 포인트들을 포함해 갖가지 요소들의 콤비네이션이라고 생각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작년이었다면 <기생충>은 수상을 못했을지도 모르고, 올해라면 <어느 가족>의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가족>도 <굿’바이>(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도 포함해,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소개된 모든 외국어영화의 존재가 한 발자국씩 올해의 역사적 쾌거로 가는 길을 이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게 될 일본영화는 일본과 아시아, 외국어라는 제한이 없는, 한편의 영화로서의 시선을 받을 터라서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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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된 내용 다시 읽으니... 마지막이 아쉬운 글이네요 ^^;;;
어느 가족도 기생충도 좋은 영화지만, 작년이어서 올해여서... 이런 가정을 굳이 해야만 하는건가 싶어요...
https://headlines.yahoo.co.jp/hl?a=20200213-00010004-elleonline-ent&p=3
저도 이 분 말 듣고 찾아봤는데 좀 심하게 자극적으로 썼네요. "[기생충]이 작년에 나오고 [어느 가족]이 올해 나왔다면 기생충은 실패 하고 어느 가족이 상을 탔을지도 모른다" 라는 식으로 써놨네요..1년 동안 여러 다양성 영화의 선전이나 넷플릭스나 이런것들이 오스카의 인식을 많이 변화시켰다는 취지인것 같은데..하여간 잘 나가다가 왜 꼭 마지막에 자국영화를 끼워넣는지 ㅉㅉ 고레에다 감독 팬이지만 이런 무리수는..
그런 분석은 자기가 쓴 글에다 똥을 뿌리는 격이네요.
봉준호 감독의 심금을 울리는 화법이 먹혔다고 해놓고 저런 소릴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런 화법이 더 뛰어나다는 말 아닌가요?
제가 GV에서 본 고레에다 감독은 그런 분은 아니던데요.
제 생각엔 저 기자가 쓴 글에 마무리를 데스크가 추가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작년 9월 콜로라도의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시작된 북미 레이스에서 봉준호가 그 레이스의 감독이었고 배우였다는 점입니다.
최종 목표지였던 아카데미까지 봉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것처럼 언론과 평론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봉감독은 <기생충> 완성이후 사실상 하나의 영화를 더 만든 셈이지요.
결론이 삼천포로 새는 듯하지만 깔아둔 이야기 꺼내 맺는 결론이라 납득됩니다.
잘읽었어요^^
잘나가다가 마지막에..ㅋ 일본이 또 일본했네요...음흉하기 그지없습니다..어느가족 감독 호감이지만 절대로 이런 버즈가 쉽게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에 올해 나왔어도 안될꺼에요 일본 낄데끼고 눈치챙겨요^^;;
만비키 가족은 외국어영화상도 타지 못했는데 무슨 근거로 올해 나오면 달랐을 거라고 하는지 모를 일...; 가난한 가족이 나온다는 것 외엔 공통점도 없는데 진짜 끈질기게 언급하더라고요 저긴.
일본이 또 일본했네요 음습해요 진짜.. 자국영화 끼워놓기 어지간히도 하네요 작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도 못받아놓고 무슨..ㅋ 기생충 폄하 너무 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