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V페라리 익무시사회후기] 차알못도 몰입해 보는 아카데미상 받을 느낌의 영화
올해 본 영화 중 꽤나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구레이싱이나 모터스포츠 자체가 생소했던 60년대, 미국 포드와 이탈리아 페라리가 프랑스 르망24에서 24시간 동안 누가 더 긴 거리를 달리냐는 회사간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내용입니다.
영화에서는 포드가 영입한 모터스포츠팀 감독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레이서 켄 마일즈(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전설의 포드 GT40 개발비화를 소개합니다. 훗날 크라이슬러의 회장이 되는 리 아이아코카(존 번탈)가 젊은 시절 포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두명의 주역보다는 리 아이아코카가 더 유명하긴 합니다. 94세를 일기로 올해 타계하셨다는군요.
영화를 볼 때 배우보다는 연출을 맡고 있는 감독이 누구냐를 보고 기대하게 됩니다. 올해에 감독만 보고 선택한 영화 중에는 정말 만족한 영화에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습니다.
로건을 연출했던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맨골드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포드V페라리는 영화적 재미와 몰입감이 좋은 영화입니다. 60년대를 안 살아본 사람조차 그 시절 느낌을 잘 느끼게 만든 영화입니다. 레트로 감성을 선호하시거나 클래식카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본편은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연기력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드라이한 다큐멘터리적 느낌도 있어 사실감을 부여합니다. 특히 차밖에 모르는 뻣뻣한 외골수 캐릭터에게 애정을 느끼게 만드는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강렬한 엔진음은 영화관 안에서 매연냄새 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24시간동안 진행되는 르망 24시를 압축해 군더더기없이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씬으로 바꿔 놓은 연출력이 일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적인 드라마 요소를 가미한 영화지만 과하지 않습니다. 아카데미상 느낌이 나는데 결과는 지켜봐야할 듯합니다.
사족1.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첫번째 영화는 워쇼스키 자매가 만든 스피드레이서입니다. 스피드레이서는 애니메이션 원작임에도 만화적 재미조차 느낄 수 없는 안타까운 영화지만 캐롤 셸비가 레이싱트랙에 등장하는 첫 장면을 보자마자 연관해서 바로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원작인 마하고고가 60년대에 방영됐기 때문에 자동차 디자인은 동시대를 제패했던 페라리 디자인에서 따왔구나 하는 걸 처음 깨닫게 됐네요.
두번째 떠오른 영화는 다이하드2와 컷스로트 아일랜드, 딥 블루 씨를 연출해 90년대 흥행감독으로 유명했던 레니 할린의 드리븐입니다. 포드V페라리를 먼저보고 나서 오랜만에 다시 한번 봤는데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레니 할린 감독은 한때 블록버스터 영화로 한시대를 풍미했는데 요즘 만드시는 작품들은 안타깝습니다.
사족2. 미국영화에서 간간히 한국어 나오는 영화 느낌처럼 이탈리어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이탈리아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감상평을 남길지 궁금합니다.
사족3. 코엑스 메가박스MX는 사운드에 특화된 상영관이죠. 하지만 왼쪽 끝편 맨 뒷자리에 앉는 바람에 확실한 체험은 하지 못해 아쉽네요. 데모 사운드 나올 때 안습…그리고 제가 앉은 자리는 좌석자체는 넓고 편하지만 각도 때문에 앞사람 머리가 스크린을 살짝 가려서 주요장면에서는 허리를 세우고 봐야했습니다.
그렇지만 은혜로운 익무 시사회를 통해 명작영화를 미리 본게 어딘가 싶네요. 아이맥스로 n차 관람 예정이니 그때는 편하게 시청각적 만족을 느끼며 제대로 보겠습니다.
아이아코카가 살아서 영화 봤음 기분이 어땠을까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