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후기 - 멀지만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
"TV 시리즈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다"라며 극찬을 받는 HBO 시리즈 <체르노빌>, 추석 연휴를 위해 그동안 아껴놨다가 오늘 드디어 1화부터 5화까지 한 자리에서 정주행을 마쳤습니다.
이 드라마의 성격을 굳이 규정하자면 '극화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과 30년 전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체르노빌>은 원전 폭발이 일어난 순간부터 사고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순간까지 차근차근 체르노빌과 그 속의 사람들의 전경을 담습니다. 픽션물이 아니기 때문에 <왕좌의 게임>이나 <브레이킹 배드> 같은 극적인 재미는 떨이집니다만, 실화 바탕 시리즈로서 픽션물이 결코 줄 수 없는 전율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체르노빌>은 사고의 실체적 진실보다는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관심이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끔찍한 참사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거짓의 첨예한 대가를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좇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순간에 드러나듯이 <체르노빌>은 그 사람들에게 바치는 예술적인 헌사입니다.
2019년 한국에 사는 시청자로서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체르노빌>의 무게감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사고 발생 초기 '승객 전원 구조'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내던 세월호 사건, 완전히 무해하다며 원전 냉각수를 바다에 폐기하려는 일본 정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까운 미래 벌어질 참사를 향해 겹겹이 쌓이고 있는 거짓말들. 30년 전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참사가 지금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
1화부터 5화까지 총 330분, 미니시리즈라고 부르지만 조금 긴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체르노빌>은 영화 못지 않게 세련되고 강렬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실화 드라마 특성상 시리즈 초반은 조금 늘어질 수 있으나 마지막 5화에서의 충격적인 여운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꼭! 처음부터 끝까지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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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화가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ㅎㅎ 한동안 정말 못잊을 드라마...
5화는 정말 특별한 감상을 주더라고요.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라는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주제가 이렇게까지 깊게 울림이 있을 줄 몰랐어요ㅠㅠ
1화의 첫 대사와 5화의 마지막 대사가 저 대사인데, 처음에는 그저 흥미 끄는 정도였던 대사가 마지막엔 큰 울림을 주는 게 이 드라마가 얼마나 저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정말 꼭 보겠습니다
체르노빌 보고 드라마를 이렇게 만들 수 있나 싶을정도로 감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