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간단후기
1. 이 영화는 2007년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장편 퀴어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을 잃어보진 않았지만, 오스카 역사상 최연장자로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90세)의 각색은 놀랍다
일단 인용부터 장난 아니다, 하이든, 리스트, 바흐와 헤라클레이토스, 파울 첼란, 퍼시 셸리, 레오파르디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의식 세계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열망하는 몸짓이 세련되고 품위 있는 로맨스를 완성해 낸다.
그리고 아버지의 직업이 왜 철학 교수일까? 일단 여기가 출발점이다.
2. 일단, 영화의 시작은 삶에 권태를 느끼던 유태계 소년이 자신의 침실을 낯선 미국인 손님에게 뺏긴다.
<이국적인 광경, 감미로운 음악, 매력적인 배우>라는 멜로 3법칙을 어김없이 끼어든다.
80년대 초반 신스팝, 유로팝, 그리고 클래식, 포크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호수, 나이트클럽,
별장, 광장이라는 유려한 공간에서 10대 소년은 낯선 이끌림에 이끌려 이내 첫사랑에 빠진다.
평범한 일상에 불쑥 침범한 떨림은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미래에 대한 불안)를 자극한다.
많은 로맨스물들이 간과하지만, <사랑>은 이제껏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감정의 천재지변이다.
셀레이는 그 만남은 마치 격랑처럼 일상이 흔들린다. 그리고, 폭풍이 지나고 난 자리에서 <성숙>이 싹틀 수 있다.
이 영화가 호평받은 이유는 멜로 영화이지만, 한편으로 훌륭한 성장영화인 이유다.
어찌보면, <첫사랑>은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인식 혹은 성장통 일지도 모른다. 몇 장면을 추려보자!
3. 물론, 10대 소년인 엘리오 뿐 아니라 24살의 올리버 역시 함께 성장한다.
올리버가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 "이해 못 하겠다" 면서 <의문>을 품는다.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질문>이야말로 존재 그 자체(=실존)라고 할 수 있다.
존재자(성인)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이 감정은 뭐지?"라고 묻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물이 아닌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둬야 한다.
4. 엘리오와 올리버가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장면부터 의미심장하다.
피아노 신동인 엘리오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한다.
이는 새로운 외부의 자극(첫사랑)을 통해 내적인 성장을 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5. 영화는 오프닝부터 곳곳에 남성 나체상을 등장시킨다. 아예 유물도 나온다.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남성간의 사랑>만이 진정한 연애라고 믿었었다.
그리고, 로마공화정의 카토가 대놓고 디스 했듯이 그리스화(동성애)가 사회 곳곳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
특히, 극중 언급되는 오현제 하드리아누스는 성군임에도 동성애를 커밍아웃했다.
극중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데는 이런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됐다.
6. 후반부 철학교수인 아버지와의 결정적인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해석하기 위해서 스포일러를 피해서 작은 힌트를 남겨두겠다.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를 권장했다. 이성애는 출산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소년애야말로 남성들끼리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일종의 유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엘리오와 올리버는 이성애에 대한 문을 열어둘 수 있었다.
7. 결론을 내려보자, 이 영화는 사건진행에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사랑>을 만나서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감정의 떨림에 집중한다.
결국,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상대와의 은밀한 감정선, 우스꽝스러운 첫 입맞춤
그리고 상대를 유혹하기 전에 숨 고르기, 두 사람 사이에 물리적 경계를 깨는
에로티시즘을 통해 훌륭한 성장담, 지적인 유희를 탁월하게 포착했다.
유물과 그리스 시대 관련 이야기 흥미롭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