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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쥴 앤 짐]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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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트나인에서 관람한 '400번의 구타'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님의 데뷔작이라면 오늘 본 '쥴 앤 짐'은 감독님의 3번째 작품이라는데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작가인 앙리-피에르 로쉐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73세에 출간한 그의 첫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놀라운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내가 남편이 아닌 다른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남편이 아내의 불륜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설정이 개봉 이전에 배급업자들에게 투자를 꺼리는 요소가 되어서 제작단계부터 가시밭길 이었다고 합니다.

 

포스터에 등장한 장면은 쥴과 짐 그리고 카트린이 달리기 시합을 하는 모습인데 카트린이 맨 앞에서 뛰는 모습은 그녀가 두 남자를 쥐락펴락하며 주도하는 입장이 될것임을 암시하는듯 보였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파리로 온 쥴은 프랑스 파리에 사는 짐을 만나 여러 여성들을 소개 받게 됩니다. 그 중 테레즈라는 여성은 자유분방함을 마음껏 표출하며 쥴과 하룻밤을 보내지만 인연은 거기까지 였습니다. 

 

그 이후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카트린. 잘 곳이 없다는 말에 선뜻 짐의 집에서 재워주게 되면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쥴과 짐은 동시에 카트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쥴이 먼저 카트린과 사귀게 되면서 짐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응원하는 친구로 남게 됩니다. 

 

1912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쥴과 짐은 각자의 고국에서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적국으로 만나 혹시나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순간이 여러번 지나게 되고 결국 짐의 조국이 승전보를 울리며 전쟁은 끝이 납니다.

 

한편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관계를 지속하던 쥴과 카트린은 결혼을 하여 사빈느 라는 딸을 출산하여 오스트리아의 한 마을에 오두막집에서 살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짐은 두 사람의 집에 머물며 생활을 합니다. 

 

쥴과의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꼈는지 카트린은 다른 남성들과 바람을 피는 일이 잦았으며 이제는 쥴과 우정으로 함께하고 있는 짐을 유혹합니다.

 

특이한건 쥴은 카트린이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것 같으니 짐에게 카트린과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부부의 침실을 내주는 등 두 사람의 사랑을 부추기며 자신은 카트린과 친구로 남을수만 있다면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결국 짐과 카트린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걸 계기로 둘의 관계는 급격히 나빠집니다. 일 때문에 파리에 가게 된 짐은 카트린과 사랑에 빠지기 이전에 꾸준히 만나고 있었던 질베르토와 같은 침대를 쓰며 두 여성과 동시에 연인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후 이 모습이 빌미가 되어 카트린은 총으로 죽이겠다고 짐을위협하게 됩니다. 

 

짐과 카트린이 탑승한 차량이 끊어진 다리를 향해 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비극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장례식 자리를 지킨 쥴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슬퍼 보였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카트린의 독백이 이 영화의 흐름을 짐작하게 했던것 같습니다.

 

"넌 내게 말했다. 사랑해." "난 네게 말했다. 기다려."

"난 말하려고 했다. 안아줘." "넌 내게 말했다. 꺼져버려."

 

카트린이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으로 인해 세 사람 모두 불행해 질것이라는 내용을 암시하는듯하는 대사였습니다.

 

쥴은 사랑에 있어서 늘 수동적인 입장이었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짐의 애인이었던 질베르토도 쥴과 같이 묵묵히 기다리며 사랑에 대해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카트린은 늘 사랑을 갈구하며 한 사람에게 만족을 느끼지 않습니다. 마음이 갈대와 같아서 언제든 새처럼 날아서 떠날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흔들의자는 마음은 갈대같지만 언제나 의자는 제자리에 오는것처럼 사랑을 꿋꿋히 지켜나가는 쥴을 대변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영화에 자주 등장한 모래시계는 쥴과 짐의 관계가 언젠가는 뒤바뀔것이라는 암시를 하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쥴과 카트린. 그리고 짐과 카트린이 한 공간에 있을때 피카소의 그림들이 걸려있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의 관계에 대한 모습에 따라 이에 맞는 의미의 그림이 걸려있어서 앞으로 전개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해 볼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것 같아서 놀라웠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음악인 '회오리 바람'은 노래 가사의 내용처럼 카트린의 치명적인 매력과 함께 자유를 열망하는 느낌을 표현하여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누벨바그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영화적 기법 예를 들면 360도로 회전하는 장면, 세 사람이 다리에서 달리기 시합을 할때 핸즈헬드로 촬영한 부분, 자전거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이동하면서 찍는 장면, 카트린이 두 사람을 만나기 전에 웃어본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표정을 지을때 정지된 화면으로 처리하는 부분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님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아버지 얼굴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훗날 트뤼포 감독님이 누벨바그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기까지 앙드레 바쟁, 로베르토 로셀리니, 알프레드 히치콕 이 세 분을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정신적인 아버지이자 은인으로 생각하며 함께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1961년에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님이 매력적으로 연출한 멜로드라마여서 몇번이고 곱씹어서 봐야할 명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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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레이 게토레이님 포함 1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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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게토레이 17.09.22. 18:26
트뤼포 DVD 사놓고 ‘이웃집 여인’을 너무 좋게 봐서 그 작품만 주구장창 봤었는데 먼지 쌓인 DVD 다시 꺼내봐야겠네요. 이렇게 파격적인 영회인줄 칸타빌레님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칸타빌레 작성자 17.09.22. 18:34
게토레이

저도 이번에 처음 봤는데 굉장히 파격적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감독님의 데뷔작이신 '400번의 구타'를 인상깊게 봐서 이 작품도 다행히 한창호 평론가님이 자세하게 해설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이웃집 여인'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지네요. 부족한 후기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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