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씽] 간략후기 (온새미로님 나눔)

jimmani
1631 1 0

<슈퍼배드>,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씽>(Sing)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온새미로님 감사합니다.)
대중이 기대하는 매력을 극대화시켜 단순하지만 확실한 쾌감을 안기는
일루미네이션의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의 성격을 짚어보면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하게 가다듬기보다 자신 있는 하나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여지껏 만나지 못한 신선함을 어필하기보다 익숙한 감흥을 마음껏 자극합니다.
정체불명의 생명체로부터 끝모를 귀여움을 유발했던 <미니언즈>도
반려동물인이라면 몸둘 바를 모를 정도의 사랑스런 디테일을 지닌 <마이펫의 이중생활>도 그랬는데,
<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음악, 노래입니다.
(일루미네이션의 영화로서는 모처럼 캐릭터의 외적 매력에 기대지 않은 경우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험하지 않는 캐릭터와 스토리 위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악들을 흥미진진하게 변주합니다.

그러나 <씽>의 노래 장면들은 무대 위나 홀로 흥얼거리는 정도로 영역이 한정되며,
보통의 뮤지컬 영화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넘버들이 자리잡고 있는 식은 아닙니다.
집이나 거리에서 갑자기 군무를 춘다든가 하는 식의 퍼포먼스를 연출하지도 않고요.
때문에 주요 캐릭터들의 노래 실력을 맛보기 정도로만 보여주는 초반 오디션 장면 이후,
후반부 합동 공연 장면 이전까지 노래가 좀체 나오지 않는 것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경연의 과정을 평범하게 따라가기보다 극장 운영 상황과 참가자들 각자의 사연에 따른
뜻밖의 돌발 상황들을 노래가 나오지 않는 여백에 심어놓긴 하나 그리 촘촘하진 않아서,
노래의 배치 또는 이야기의 전개를 좀 더 탄탄하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후반 20여분을 장식하는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에서 눈녹듯 사라집니다.
리즈 위더스푼(로지타 역), 태런 에저튼(조니 역), 세스 맥팔레인(마이크 역),
스칼렛 요한슨(애쉬 역) 등의 배우들이 여느 기성 뮤지션의 목소리를 연상시킬 만큼
수준급의 가창력을 과시하는 데다, 무대 연출은 힘과 재치가 넘칩니다.
더빙 배우 중 유일한 프로 가수인 토리 켈리(미나 역)가 선보이는
디바 수준에 가까운 무대는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고요.

오디션 프로그램 장면 속 클리셰를 대놓고 흉내낼 만큼
전세계를 휩쓴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모티브를 따왔음을 부정하지 않는 영화는
사실적인 가창력의 재현, 애니메이션 답게 유머와 에너지를 겸비한 무대 연출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온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쾌감을 충실히 자아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경쟁보다는 하나의 무대로 더욱 마음 편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거겠죠.
무대 장면을 비롯하여 오프닝의 캐릭터 소개, 도심 질주 장면 등
속도감과 규모감을 갖춘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하는 매끄러운 액션은
한껏 과장된 동물 캐릭터들의 무대에 진정성 있는 힘을 더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25마리 새끼돼지를 키우느라 과거의 꿈을 접어야 했던 주부 돼지,
범죄자 아버지와 달리 뮤지션의 길을 가고픈 고릴라 소년,
(이 부분은 얼마 전에 본 자끄 오디아르 감독의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을 연상시킵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극심한 무대 울렁증에 시달리는 코끼리 소녀,
남친이 메인 보컬인 록 밴드를 하지만 백보컬보다 메인이 되고 싶은 고슴도치 가수,
재능에 비해 자신에 대한 세상의 대접이 너무 박하다고 생각하는 생쥐 뮤지션,
이들을 한 무대에 모으는 초긍정 극장 주인 코알라까지.
영화가 캐릭터들의 귀여움, 사랑스러움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악하지 않은 성격 위에서 변화해 가는 이들의 모습이 보기에 흐뭇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흐를 필요가 있나 싶었던 <마이펫의 이중생활>보다
하나의 분명한 목표로 수렴하는 <씽>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만,

<씽>을 통해 일루미네이션은 자신들의 강점을 또 한번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꿈을 지닌 사람들,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지 않지만
응집력과 파괴력을 겸비한 영화의 클라이맥스 공연 장면에 이르면
멋진 노래를 듣고 멋진 무대를 볼 때의 순수한 기쁨으로 웃음짓지 않기 힘들어 집니다.
새로운 쾌감이 기왕이면 좋지만, 익숙한 쾌감을 이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도 재능입니다.

+ 이 영화의 감독인 가스 제닝스는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 아닌 실사영화 감독인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대표작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극장 사장 버스터(매튜 매커너히)의 비서 어르신 미스 크롤리를 연기했습니다.

 

+ 영화 시작 전 따끈따끈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예고편이 상영되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공개된 포스터에서 '배신'이 주요 테마가 될 거라는 건 알았는데, 그 주체가 되는 인물이 의외였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 온새미로
    온새미로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핸섬가이즈]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10시간 전11:31 4390
공지 [이매큘레이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1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00:06 1498
공지 [더 납작 엎드릴게요]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1:38 1894
HOT <핸섬 가이즈> 봤어요 6 카란 카란 19분 전21:36 226
HOT (DCU) 로보 3년 안에 DCU에 데뷔한다 1 applejuice applejuice 30분 전21:25 194
HOT [오징어 게임] 감독, 이정재, 위하준 이탈리아 방문 2 시작 시작 50분 전21:05 495
HOT <퍼펙트 데이즈> 팬아트 공모전 당선작 발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20:20 215
HOT 조정석 이주명 파일럿 제작보고회 2 e260 e260 3시간 전18:52 543
HOT '이매큘레이트' 로튼토마토 리뷰 번역 4 golgo golgo 2시간 전19:19 501
HOT 전도연 주연 <리볼버> 1차 포스터 공개 7 뚠뚠는개미 3시간 전18:51 1710
HOT 하남스타필드 8번째 돌비시네마와 2번째 MX4D 출격 대기 / ... 4 극장영화 3시간 전18:00 511
HOT 파묘가 활짝열고,악마토크쇼,핸섬가이즈.. 불을지펴 오컬트... 9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17:49 846
HOT 콰이어트 플레이스 데이원 후기 10 로다주 4시간 전17:39 2030
HOT 핸섬가이즈 딱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나 볼스타일 장르... 2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17:29 1288
HOT 이번주 지나면 넷플 내려가는 작품들 3 NeoSun NeoSun 5시간 전16:50 1432
HOT 콰이어트플레이스:첫째날 노스포 간략 후기 2 골드로저 골드로저 5시간 전16:45 2059
HOT <존 오브 인터레스트> 15만 관객 돌파 4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6:12 571
HOT 핸썸가이즈 간단평 2 말랑카우 5시간 전16:11 1978
HOT 요고스 란티모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039... 5 NeoSun NeoSun 6시간 전15:35 1258
HOT 역대 픽사 무비들 북미오프닝 탑 5 2 NeoSun NeoSun 6시간 전15:13 754
HOT 독특한 일본 포스터 2 카란 카란 6시간 전15:10 830
HOT 고질라 V 마블 히어로즈 5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5:06 721
1142214
normal
카란 카란 19분 전21:36 226
1142213
image
applejuice applejuice 30분 전21:25 194
1142212
image
시작 시작 50분 전21:05 495
1142211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20:45 244
114221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20:20 215
1142209
image
bunny134 bunny134 1시간 전20:19 577
1142208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9:45 290
1142207
normal
화기소림 화기소림 2시간 전19:39 853
1142206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9:19 501
1142205
image
e260 e260 3시간 전18:52 543
1142204
image
e260 e260 3시간 전18:51 233
1142203
image
e260 e260 3시간 전18:51 378
1142202
image
뚠뚠는개미 3시간 전18:51 1710
1142201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8:30 769
1142200
image
카스미팬S 3시간 전18:27 556
1142199
image
극장영화 3시간 전18:00 511
114219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9 374
1142197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53 842
1142196
normal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17:49 846
1142195
normal
로다주 4시간 전17:39 2030
114219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31 365
1142193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4시간 전17:29 1288
1142192
image
카스미팬S 4시간 전17:13 840
114219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10 441
114219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08 171
1142189
image
무비티켓 4시간 전17:06 541
1142188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6:50 1432
1142187
normal
골드로저 골드로저 5시간 전16:45 2059
1142186
image
진지미 5시간 전16:38 1959
1142185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6:34 406
1142184
normal
golgo golgo 5시간 전16:16 698
1142183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6:16 678
1142182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6:14 386
114218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6:12 571
1142180
normal
말랑카우 5시간 전16:11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