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 간략후기 (온새미로님 나눔)
<슈퍼배드>,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씽>(Sing)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온새미로님 감사합니다.)
대중이 기대하는 매력을 극대화시켜 단순하지만 확실한 쾌감을 안기는
일루미네이션의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의 성격을 짚어보면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하게 가다듬기보다 자신 있는 하나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여지껏 만나지 못한 신선함을 어필하기보다 익숙한 감흥을 마음껏 자극합니다.
정체불명의 생명체로부터 끝모를 귀여움을 유발했던 <미니언즈>도
반려동물인이라면 몸둘 바를 모를 정도의 사랑스런 디테일을 지닌 <마이펫의 이중생활>도 그랬는데,
<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음악, 노래입니다.
(일루미네이션의 영화로서는 모처럼 캐릭터의 외적 매력에 기대지 않은 경우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험하지 않는 캐릭터와 스토리 위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악들을 흥미진진하게 변주합니다.
그러나 <씽>의 노래 장면들은 무대 위나 홀로 흥얼거리는 정도로 영역이 한정되며,
보통의 뮤지컬 영화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넘버들이 자리잡고 있는 식은 아닙니다.
집이나 거리에서 갑자기 군무를 춘다든가 하는 식의 퍼포먼스를 연출하지도 않고요.
때문에 주요 캐릭터들의 노래 실력을 맛보기 정도로만 보여주는 초반 오디션 장면 이후,
후반부 합동 공연 장면 이전까지 노래가 좀체 나오지 않는 것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경연의 과정을 평범하게 따라가기보다 극장 운영 상황과 참가자들 각자의 사연에 따른
뜻밖의 돌발 상황들을 노래가 나오지 않는 여백에 심어놓긴 하나 그리 촘촘하진 않아서,
노래의 배치 또는 이야기의 전개를 좀 더 탄탄하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후반 20여분을 장식하는 하이라이트 공연 장면에서 눈녹듯 사라집니다.
리즈 위더스푼(로지타 역), 태런 에저튼(조니 역), 세스 맥팔레인(마이크 역),
스칼렛 요한슨(애쉬 역) 등의 배우들이 여느 기성 뮤지션의 목소리를 연상시킬 만큼
수준급의 가창력을 과시하는 데다, 무대 연출은 힘과 재치가 넘칩니다.
더빙 배우 중 유일한 프로 가수인 토리 켈리(미나 역)가 선보이는
디바 수준에 가까운 무대는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고요.
오디션 프로그램 장면 속 클리셰를 대놓고 흉내낼 만큼
전세계를 휩쓴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모티브를 따왔음을 부정하지 않는 영화는
사실적인 가창력의 재현, 애니메이션 답게 유머와 에너지를 겸비한 무대 연출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온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쾌감을 충실히 자아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경쟁보다는 하나의 무대로 더욱 마음 편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거겠죠.
무대 장면을 비롯하여 오프닝의 캐릭터 소개, 도심 질주 장면 등
속도감과 규모감을 갖춘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하는 매끄러운 액션은
한껏 과장된 동물 캐릭터들의 무대에 진정성 있는 힘을 더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25마리 새끼돼지를 키우느라 과거의 꿈을 접어야 했던 주부 돼지,
범죄자 아버지와 달리 뮤지션의 길을 가고픈 고릴라 소년,
(이 부분은 얼마 전에 본 자끄 오디아르 감독의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을 연상시킵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극심한 무대 울렁증에 시달리는 코끼리 소녀,
남친이 메인 보컬인 록 밴드를 하지만 백보컬보다 메인이 되고 싶은 고슴도치 가수,
재능에 비해 자신에 대한 세상의 대접이 너무 박하다고 생각하는 생쥐 뮤지션,
이들을 한 무대에 모으는 초긍정 극장 주인 코알라까지.
영화가 캐릭터들의 귀여움, 사랑스러움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악하지 않은 성격 위에서 변화해 가는 이들의 모습이 보기에 흐뭇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흐를 필요가 있나 싶었던 <마이펫의 이중생활>보다
하나의 분명한 목표로 수렴하는 <씽>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만,
<씽>을 통해 일루미네이션은 자신들의 강점을 또 한번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꿈을 지닌 사람들,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지 않지만
응집력과 파괴력을 겸비한 영화의 클라이맥스 공연 장면에 이르면
멋진 노래를 듣고 멋진 무대를 볼 때의 순수한 기쁨으로 웃음짓지 않기 힘들어 집니다.
새로운 쾌감이 기왕이면 좋지만, 익숙한 쾌감을 이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도 재능입니다.
+ 이 영화의 감독인 가스 제닝스는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 아닌 실사영화 감독인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대표작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극장 사장 버스터(매튜 매커너히)의 비서 어르신 미스 크롤리를 연기했습니다.
+ 영화 시작 전 따끈따끈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예고편이 상영되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공개된 포스터에서 '배신'이 주요 테마가 될 거라는 건 알았는데, 그 주체가 되는 인물이 의외였습니다.
추천인 1
댓글 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