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60] 피로 쓴 80년대의 초상화 - 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1980)
피로 쓴 80년대의 초상화
먼 옛날 극장에서 <13일의 금요일>을 볼 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목청껏 지른 비명의 짜릿한 순간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날의 전율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제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은 숲 속 여름 캠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단순한 살인마 이야기를 넘어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난도질 영화답게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1958년, 뉴저지 주의 크리스탈 호수 캠프에서 두 명의 상담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일로 캠프는 폐쇄되었고, 많은 세월이 흘러 새로운 소유주가 캠프를 수리해서 재개장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여러 명의 젊은 상담원들을 고용하지만, 캠프 개장을 앞두고 과거의 끔찍한 살인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죠.
이 영화의 탄생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프로듀서 숀 S. 커닝햄은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이 거둔 놀라운 성공을 보고, 짭짤한 돈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 빅터 밀러에게 십대들을 대상으로 한 호러 영화 제작을 제안했고, 밀러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비 55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촬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파라마운트라는 메이저 배급력에 힘입어 미국에서만 3,900만 달러라는 놀라운 수익을 거두며, <할로윈>에 이어 독립 영화계의 또 다른 전설적인 성공 사례가 됩니다.
<13일의 금요일>은 명백히 <할로윈>의 영향 아래 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별점을 만들어냅니다. 도시가 아닌 고립된 시골 캠프라는 배경, 노골적인 폭력 묘사와 선정성은 <할로윈>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선보입니다. 신체 훼손의 디테일한 묘사는 이후 슬래셔 영화의 표본이 되었고, 특히 살인마의 시점으로 촬영된 POV 쇼트의 적극 활용은 주목할 만합니다. <블랙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의 영향을 받은 이 기법은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살인마의 정체를 미스터리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톰 사비니의 특수효과 분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입니다. 얼굴에 깊숙이 박히는 도끼날, 그 상태로 죽어가는 모습의 사실적인 표현은 경이로운 볼거리입니다. 케빈 베이컨이 연기한 잭의 죽음 장면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입니다. 침대 아래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화살이 목을 관통하고 피가 솟구치는 순간의 충격은 호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되었습니다.
해리 맨프레디니의 음악은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ki ki ki, ma ma ma... (Kill her, Mommy의 약자)"로 시작되는 불길한 BGM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지금도 호러 팬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사운드트랙으로 꼽힙니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벳시 파머가 연기한 파멜라 부히스입니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오디션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성애와 광기 어린 연기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한 살인마가 아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광기와 복수심을 지닌 깊이 있는 캐릭터를 그려낸 그녀의 연기는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빛을 발합니다. 제이슨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광적인 순간은 광기의 절정으로 기억됩니다.
<13일의 금요일>은 세월이 흐르며 단순한 B급 호러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발전합니다. 화끈한 살인 장면과 미스터리적 요소의 절묘한 조화는 놀라운 흥행으로 이어졌고, 13이라는 숫자의 불길함, 캠프장이라는 공간의 공포는 이 영화를 통해 대중문화에 깊이 각인되었죠.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시리즈의 상징이 된 제이슨 부히스가 실제로 활약하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깜짝 등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실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놀라운 성공으로 제이슨이라는 호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가 탄생했고, <할로윈>, <나이트메어>와 함께 슬래셔 장르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덧붙임...
1. <13일의 금요일>은 독특한 팬덤 문화를 형성합니다. 팬 중심의 다양한 컨벤션이 꾸준히 열리고, 이 행사에서 영화 마라톤 상영, 출연 배우들과의 만남, 촬영지 투어와 같은 재미있는 이벤트로 연결이 되곤 합니다. 특히 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던 뉴저지 블레어스타운의 '캠프 노비보스코(Camp No-Be-Bo-Sco)는 13금 팬들의 성지가 됩니다.
2. 베시 파머는 새 차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았다면, 파멜라 부히스 역을 절대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는군요. 실제로 그녀는 대본을 읽고 나서 이 영화를 "쓰레기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후 그녀는 영화와 관련된 컨벤션에 참석하고, 다큐멘터리에서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팬들과 소통하게 됩니다.
3. 톰 사비니는 라텍스 모형과 특수 제작한 인공 피를 활용해 각 살인 장면을 구현했는데요. 특히 케빈 베이컨의 죽음 장면에서는 특수 제작한 목 보형물을 사용했고, 도끼 살인 장면에서는 정교한 라텍스 작업으로 사실적인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화의 고어 장면들은 지금 기준에서도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3. <13일의 금요일>의 유명한 엔딩 장면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썩어 문드러진 어린 제이슨이 호수에서 튀어나오는 이 장면은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촬영이 되었다는데, 당시 15살의 아리 레만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접 호수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장면의 충격이 워낙 강해서, 후속작 제작의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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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에서 진짜 어렵게 구한 13일의 금요일 (DVD) 4편도 구입 극장에서 보고 홀딱 반했던 영화입니다..
지금 봐도 참 재미있었던...
이후 영화들은 봤는데 1편만 안봤어요. ㅎㅎ
전 시리즈 4편을 가장 좋아합니다!
13금은 1편하고 불랙후라이데이가 강렬했던거 같아여 ㅎㅎ
추억의 비디오시절 공포 영화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