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DC 유니버스에 대한 이야기와 불편한 진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타 영화 사이트에서도 이 닉네임을 달고 활동하는 '크로스헤어'입니다.. 원래 익무를 가입해야지 가입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가입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스타워즈나 DC 코믹스 관련 글을 자주 쓰곤 했는데, 여기에 첫 글을 이렇게 쓰게 되는군요. 그것도 DC 유니버스 관련 글을요. 그런데 이 첫 글이 누구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다음 사진을 보시죠.
저는 DC 코믹스 그래픽 노블들을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너무 외골수라서 마블 관련은 건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DC 메인 세계관만 모으는 건 아닙니다. DC 버티고처럼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관 쪽도 좋아해서 브이 포 벤데타, 왓치맨, 엑스 마키나 등도 전부 소유중입니다.
그런데 요사이 SNS나 유튜브, 영화사이트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DC는 다크해야 한다, 잭 스나이더를 데려와라, 리브의 슈퍼맨은 늙어빠졌으니 헨리 카빌만이 정답이다!라고 하는 글들이요. 헨리 카빌을 좋아할 수도 있고, 다크한 DC 스토리를 좋아할 수 있고, 잭 스나이더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고 한 팬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럼 그 세 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DC는 다크해야 정답이다?
우선 저의 생각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근 10년간 유지된 DCEU나,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 시리즈나, 토드 필립스의 조커 시리즈는 확실히 어둡긴 합니다. 그러나 그 단면을 가지고 'DC'라는 레이블이 그냥 칙칙하고 어둑어둑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입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의 스나이더버스는 웃음기도 없고, 슬로우모션도 엄청나고, 색톤도 강제로 칙칙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비교해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잭 스나이더는 DC 세계관을 강제로 칙칙하게 만드려 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것부터가 오류인게, 저스티스 리그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엄청나게 화려하고 활기찹니다. 그런데 그걸 진짜 강제로 색톤을 제거하고, 유머를 진짜 재미없는 거나 집어넣거나(실제로 잭 스나이더의 농담은 배트맨의 '나는 부자야' 대사였죠.), 아예 웃음기도 완전히 빼버렸습니다. 진지한 톤 괜찮죠. 하지만 사실 그런 거는 배트맨 정도에나 잘 먹히지, 나머지 멤버들에는 먹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스토리를 진행하려 했던 '어스 원 시리즈'나, '어스 투 시리즈'가 현재 망해버렸습니다.
그럼 이런 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블 따라하려고 유머 집어넣고 히히덕거리냐?' 하지만 저는 이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DC와 마블 둘 다 '미국 만화'라는 큰 집합 내에 존재하는 카테고리 아닌가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현재까지 이어왔는데 그 비슷함을 아예 없애려고 하는 건 저는 굉장히 힘들고 부적절한 행위라고도 봅니다. 실제로, DC TAS라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다 가진 카툰 시리즈가 굉장히 흥행한 적이 있죠, 어느 한 쪽을 무조건 배제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조커: 폴리 아 되'가 다크한 분위기였지만 흥행이 실패한 것으로 보아 무조건 어둡게 가는 건 답이 아님이 증명되었습니다.
2. 슈퍼맨으로서 헨리 카빌만이 정답이고 최고다!
일단 이 사진을 보시죠. 좌측부터 스몰빌의 톰 웰링, 슈퍼맨 리턴즈의 브랜든 라우스, 로이스&클락의 딘 케인, 슈퍼맨과 로이스이 타일러 헤클린, 슈퍼보이의 제라드 크리스토퍼입니다. 이 사진만 보아도 다들 카빌보다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이냐, 한국은 특히나 이 드라마들이나 영화들이 제대로 방영되지 않았거나 흥행이 부진했었습니다. 그렇기에 근 10년 내에 슈퍼맨 자리를 내려놓지 않은 헨리 카빌을 '익숙해'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헨리 카빌만이 답이라고 쉽게 답을 내리곤 하죠.
그런데 저는 최근에 저기에 있는 한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타일러 헤클린의 슈퍼맨을 보여주는 '슈퍼맨과 로이스'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헨리 카빌의 클락 켄트 연기를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이는 카빌 본인도 클락의 어벙한 연기를 디스하기도 했고, 잭 스나이더가 강제로 클락 켄트를 사망처리했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카빌은 클락을 연기할 때 인상을 팍팍 써가면서 슈퍼맨과의 구별을 짓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헤클린은 그 두 모습을 정말 잘 연기했습니다. 어벙하지만 순박하고 선한 클락 켄트에서 용맹하고 강인한 슈퍼맨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캐스팅된 게 아니라는 느낌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오히려 해외 DC 팬들이 아쉬워하는 건, 카빌 슈퍼맨의 하차가 아닌 헤클린의 슈퍼맨 하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이건 배우의 태도 문제인데, 카빌은 말로만 슈퍼맨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샤잠!에 카메오 출연을 요청받았을 때나, 피스메이커에 카메오 출연을 요청받았을 때에 아예 거부를 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슈퍼맨 컨퍼런스가 그동안 열려 왔습니다. 실제로 저 위에 다섯 슈퍼맨 배우들은 서로 연락도 하고 자주 행사에 참여하는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카빌은 단 하나의 행사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제가 카빌 슈퍼맨을 그냥 미련없이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헨리 카빌의 비주얼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도 슈퍼맨 배우로서 완벽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코런스웻은 카빌을 닮았는데 그냥 유지하지 뭐 하는 거냐?'
첫째로, 카빌은 40대입니다. 챕터 하나가 10년을 바라보는데, 챕터 하나가 끝나면 50대로 접어들게 되죠. 이러면 DCU를 잘 이어나가기 어려울 겁니다. 둘째로, 한번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고요. '코렌스웻이 카빌을 닮은 게 아니라, 카빌과 코렌스웻 둘 다 슈퍼맨을 닮았기에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3. 잭 스나이더 데리고 와서 DCEU 계속 만들기나 해라!
개인적으로 꼽는, 최악의 말입니다. 이 사람이 현재 한국에서는 가수 김종국씨 채널에 게스트로도 나오고, 인플루언서들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찬양하고 그래서 그렇지, 사실상 이 사람 때문에 DC 이미지가 박살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그 당시 워너브라더스도 잘한 건 없습니다. 지나친 '간섭'은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시리즈 때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DC 이미지가 훼손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크게 훼손시킨 이는 바로 이 사람, 잭 스나이더입니다.
슈퍼맨을 무슨 예수 그리스도 이미지로 만들어버려서 대다수 사람들이 몰입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맨 오브 스틸에서는 슈퍼맨이 조드의 목을 꺾고, 슈퍼맨이 메트로폴리스 한복판에서 5천명 가량을 죽이고(이는 잭스나 본인이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 배트맨 대 슈퍼맨이라는 다크한 영화를 찍어놓고 편집이슈 일으키고, 중국 봇을 사서 여론조작하고, 악성 팬덤을 말리기는커녕 그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간악한 모습을 보이면서, 작품 내외로 아주 브랜드에 먹칠을 해놨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재밌게 보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DC 영화 중 최고다, DC 원작들보다 훨씬 낫다, 그의 색깔을 지우려는 제임스 건은 나쁜 사람이다 라고 하는 발언들은 진짜 DC 코믹스 팬으로서 참을 수 없는 발언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잭 스나이더의 신도들은 자신들이 무슨 정의의 투사인양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살 예방 캠페인에 동참하고 해시태그 운동을 일으킨 건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잭 스나이더를 내쳤다고, 워너브라더스 임원진한테 살해협박을 보내고, DCU는 망할 거라고 도배를 하고, 제임스 건에 대한 얼토당토않은 루머를 퍼뜨리고,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자들은 황충 떼같이 쫓아가 사이버 불링하는 게 정상적인 팬덤의 모습입니까?
길게 봐서는 4시간짜리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영화였습니다. 떼를 쓰면 모든 게 다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꼴이니까요. 특히 한국은 그 영화를 혹평하는 유튜브 채널이 거의 없이 그 팬덤에게 이미 점령되었다는 점입니다. 해외만 가도 '카빌 슈퍼맨 그립다'라고 하면 그만 좀 해라, 지겹지도 않냐, 안될거 알면서 왜 자꾸 징징대냐 이러거든요? 근데 한국에서는 DCU 소식이 공개될 때마다 카빌과 스나이더를 그리워하는 글만이 매크로 돌리듯 올라옵니다. 이것 때문에 진짜 여러 번 혈압이 올랐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카빌과 스나이더 둘 다 그립지 않습니다. 이제는 놓아줄 때입니다. 사실 이런 글은 첫 글로 쓰기에 너무 과격하다고 느껴지지만, 진짜 DC 코믹스 헤비 팬의 의견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글을 쓰게 된다면, 언제부터인가 성역화된 '맨 오브 스틸'의 문제점을 한번 짚어보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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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는 팬도 많지만, 안티도 그만큼 많아서 대중 지향이어야 할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그때는 마땅히 대안이 없었죠. 그러나 지금은 제임스 건 체제라는 완벽함 대체재가 나왔습니다. 지난 날의 시행착오는 이젠 잊고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해야죠.
건 감독의 연출 실력은 물론 뛰어나고 코믹북에 정통한 덕력도 겸비해서 슈퍼히어로 무비를 감독하기에 딱입니다.
다만 스튜디오 수장으로썬 앞으로 실력을 입증해야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기대되는 DCU👍👍👍
그러니까 그냥 맨 옵스 감독까지만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는 다른 조정자가 있는 와중에 세계관을 다져야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
그래서 전 잭스나의 DC 영화는 좋아하나 그가 만들어놓은 세계관은 싫어하는 이중적인 DC팬이 되었습니다 …
필연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액션 감독 데려다가 깊이 있게 가면
당연히 중2병의 깊이만 쌓이는거죠.
개인적으로 스나이더의 세계관은 '확장이 불가능한 닫힌 세계관'이라고 보기도 해서
(뭐 외부요인으로 중단된 것 자체는 아쉽긴 하지만. 스나이더의 DC 작품들은 그닥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아서..)
그런 의미에서 부디 '제임스 건'이 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상관 없었을 유니버스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전 크리스토퍼 리브가 가장 익숙한데
그 이후로 배우가 바뀌어도 잘 적응이 된 편입니다
이번 영화도 고심해서 뽑았을테네, 슈퍼맨에 잘 맞을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전 4시간 짜리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조스 웨던의 조스티스 리그 보단 재밌게 보긴 했어요 ㅎ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슈퍼맨 배우는 계속 바뀌고 있고, 게시글대로 다들 실력이 부족함이 없는데 본인 세상에만 갇혀서 이걸 비난하는건 미숙한 생각 같네요.
그리고 가장 인기있는 배트맨이 어둡다고 다른 히어로들 분위기까지 어둡게 하는건 너무 1차원적인 접근 방식이죠. 그렇게 하면 할수록 배트맨의 고유한 아이덴디티를 더욱더 손상시키는 격이고.. 밝은 분위기도 있고 어두운 분위기도 있고 다들 조화롭게 해서 다양한 맛을 보여줘야지 좋은거지, 걍 하나로 통일시키면 그거는 원작 훼손이니
1, 2, 3 모두 제가 하고 싶던 말이네요. ㅎㅎ
현재 한국에서 DC는 거의 영화 다크나이트를 시작으로 영입된 팬들이 대다수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1번 같은 생각을 하는거 같구요. 그 전에 나온 코믹북,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이 거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죠.
잭 스나이더 감독은 정말... 개인적으로 할많하않입니다. 저스티스 리그 이후로 온라인에서 자꾸 자기 팬들 부추기는 모습 정말 싫습니다. 그리고 DCEU 혹은 스나이더버스... 클락 켄트는 없고 순수 파괴지왕 수퍼맨을 가지고 무슨 유니버스를 유지하려고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배트맨... 배대슈, 저스티스 리그에서 진짜 너무 쩌리로 나와서 너무너무 싫습니다. ㅜㅜ
DCU가 다크하다고 일반 대중은 느낄 수 밖에 없는 게 메가히트 친 다크나이트 때문에 뒤에 나오는 후속작들 중 무드가 전반적으로 어두어졌다고 보네요 거기에 잭스나 영화 코믹씬들이 너무 재미도 없어서 분위기 환기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