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지독한 사랑을 보고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1996년 작 <지독한 사랑>은 제목처럼 두 불륜 남녀의 끔찍하고 지독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학교수이자 시인인 영민(김갑수)은 자신의 시에 대한 평을 쓴 문화부 기자 영희(강수연)과의 우연한 식사자리에서 첫 눈에 반하고 맙니다. 영민은 영희에게 애프터를 신청하고 둘은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됩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유부남 영민은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영희와 거의 모텔에서만 만나 몸을 탐닉하게 됩니다. 이에 불만을 느낀 영희는 헤어지자 말하지만 영민은 방학을 이용해 작품을 쓴다는 핑계를 아내에게 대고 몇 주 동안 영희와 함께 지낼 교외의 단칸방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둘은 부부행세를 하며 일상을 보냅니다. 하지만 영희는 결국 맺어지지 않을 이 사랑에 끝을 내려고 합니다.
<첫사랑>의 풋풋한 감성을 보여줬던 이명세 감독은 거의 대척점에 있는 비주얼과 이야기를 제공하는 <지독한 사랑>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전작으로 내놓았습니다. 인터뷰에서 만약 <첫사랑>의 흥행 실패가 없었다면 <지독한 사랑>도 제작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이명세 감독은 '사랑'에 대한 다층적인 면을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도 꽤나 강한 수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그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봐도 시대를 대표했던 강수연 배우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도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이명세다운 비주얼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바닷가의 단칸방의 미술과 촬영이 독특했습니다. 특히 창문을 이용해 비나 눈이 오는 날씨를 아기자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지독함은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긍정적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더욱 더 그러할 것이고요.
<지독한 사랑>은 김갑수, 강수연이라는 당대의 배우들이 열연을 보여준 작품임과 동시에 이명세의 색깔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유니크한 멜로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