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리뷰] (약스포) 수녀의 잉태가 결코 축복일 수 없는 이유! <이매큘레이트>

또또비됴
5154 5 10

이매큘레이트 포스터.jpg

 

수녀가 임신했다. 과연 이 일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판단은 누가 주체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신부와 수녀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축복하고, 임신을 맞닥뜨린 수녀는 저주처럼 느낄 것이다. 신이 내린 운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떻게 종교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한다면 오해 마시라. <이매큘레이트>의 내용이다. 티 하나 없이 깔끔한 의미를 지닌 제목과 달리, 극 후반부는 피로 범벅된 주인공 수녀의 모습을 마주하며 그녀의 절규를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영화는 수녀의 수난사인 동시에 한 여성의 수난사를 보여준다.  

 

이매큘레이트 스틸 (12).jpg


수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온 미국 소녀 세실리아(시드니 스위니)는 테데스키 신부(알바로 모르테) 소개로 어느 수녀원에 도착한다. 언어의 장벽은 물론, 악몽에 시달리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그녀는 조금씩 타지에서의 적응을 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영문 모를 구토를 한 세실리아는 추기경과 신부에게 수녀가 되기 전 성관계 유무를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 불쾌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그녀. 신에게 선택받은 자로서 성당 모든이에게 축복을 받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점점 이곳의 이상한 점을 알게 되고, 아무도 모르게 탈출을 감행한다.  


<이매큘레이트>는 수녀의 임신이라는 소재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 개봉한 <오멘: 저주의 시작>이 떠오른다. 미국인 수녀가 홀로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으로 온 후, 영문 모를 임신을 하는 설정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하지만 두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후반부에서 서로 각자의 길을 간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화자가 수녀이지만, 결국 시리즈의 악마 데미안의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반대로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임신을 한 수녀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심리적 여정을 주의 깊게 아니, 끈질기게 따라간다. 

 

이매큘레이트 스틸 (9).jpg

이매큘레이트 스틸 (2).jpg


보통의 수녀에서 성녀가 된 그녀의 삶은 한순간에 뒤바뀌는데, 감독은 카메라를 통해 초반 로우 앵글로 신을 비춘 것과 동일하게 성녀가 된 세실리아를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신격화가 된 세실리아를 우러러보는 수녀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안개 속에 싸여 있는 것 같은 수녀원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그녀는 신이 아닌 그릇된 믿음에 사로잡힌 이들이 누군가에게 바치는 재물처럼 여겨진다. 


이후 세실리아가 겪는 고난의 과정이 그려지는데, 그 감정의 폭이 들쑥날쑥하다. 감독은 고난의 과정을 견고한 서사 흐름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영상으로 오롯이 옮긴다. 마치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처럼 고통스런운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사가 아닌 심리의 방점을 둔 이야기 흐름 때문에 기본적인 정보 전달이 미흡하고, 각 인물의 행동 근거가 약하다. 특히 비밀을 감춘 채 그녀에게 접근하는 신부와 수녀들의 180도 다른 모습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넌스플로테이션(수녀들의 삶을 다룬 장르)을 차용해 장르적 재미를 살리려고 했지만, 점프 스케어와 피칠갑 장면에만 의존해 호러 장르의 재미를 십분 살리지는 못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매큘레이트 스틸 (18).jpg

이매큘레이트 스틸 (17).jpg


그럼에도 이 작품의 공포가 남다른 건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두려움을 잘 옮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공포 영화는 시대의 가장 어둡고 두려운 부분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해왔던 게 사실. 그런 점에서 <이매큘레이트>는 현대 여성들이 가진 임신과 출산 자체의 공포,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결혼 후 당연히 임신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주장에 따른 현대 여성들의 잠재적 두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세실리아 임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의 재림인데, 이는 예로부터 전해진 종교의 원칙, 가족 윤리 등 굳어진 여성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억압이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압박은 극 중 세실리아의 마음에 불안과 고통을 심고, 임신의 궁극적 목적이 밝혀진 이후 억압된 감정이 싹을 틔우면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를 일으킨다. 그녀의 피칠갑은 이유가 있다. 


더불어 영화는 지금도 미국에서 첨예한 대립을 겪고 있는 낙태 금지법에 대한 은유적 항의의 뉘앙스를 풍긴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마지막 세실리아의 마지막 절규와 행동만 보더라도 이를 잘 나타낸다. 

 

이매큘레이트 스틸 (10).jpg


뭐니 뭐니해도 <이매큘레이트>의 가장 큰 매력은 핏빛 열연을 펼친 시드니 스위니다. 그녀는 불안, 당혹, 슬픔, 분노 등 세실리아의 다층적 감정선을 큰 눈망울과 세밀한 표정 연기, 그리고 떠나가라 지리는 목청으로 표현한다. 드라마 <유포리아>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후, 다수의 작품을 거쳐오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시드니 스위니에게 이 영화는 완성도를 떠나 그녀의 연기 인생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후반부 시드니 고라니, 아니 시드니 스위니의 절규와 외침, 그리고 마지막 결단을 주목하길 바란다.  

 

 

P/S: 참고로 시드니 스위니는 연기는 물론 제작에도 참여했다. 몇 년 전 오디션을 위해 읽은 스크립트가 준 강렬한 섬뜩함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던 그는 미공개로 남은 그 작품을 자신이 직접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유포리아> 시즌 2 이후,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재게, 마이클 모한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제작의 시작을 알렸다. 이 작품에 담긴 그녀의 애정을 알았다는 듯 <이매큘레이트>는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벌어드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제공: ㈜엔케이컨텐츠

 

평점: 3.0 / 5.0
한줄평: 시드니 스위니가 열고 닫는 여성 수난사!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펩시오리지날
    펩시오리지날

  • miniRUA
  • Sonatine
    Sonatine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1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뻔한 전개고 이미 오멘 저주의 시작도 비슷한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시드니 스위니 열연으로 시선을 확 사로잡더라고요.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18:36
24.07.18.
golgo
<오멘: 저주의 시작> 보다 더 강하게 나가는 묘미가 있더라고요. 시드니 스위니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23:12
24.07.19.
profile image 3등
시드니 고라니에서 격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32
24.07.18.
잠본이
시드니 스위니의 목청에 박수를~~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23:13
24.07.19.
profile image
주말에 관람 예정인데 좋은 참고 되었습니다. 제목에 약스포 정도만 붙여주심 감사하겠습니다.
00:03
24.07.20.
펩시오리지날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주신것처럼 제목에 '약스포' 추가 했습니다!!
10:43
24.07.2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야당] 뻔하지만 깔끔하다 2 화기소림 화기소림 10분 전14:23 64
HOT 윤여정, 할리우드 신작 인터뷰서 "아들이 동성애자&quo... 2 시작 시작 33분 전14:00 292
HOT 5월 23일 개봉 예정 <릴로와 스티치>-<미션 임파서... 1 Tulee Tulee 1시간 전13:01 413
HOT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누적 관객 수 50만 돌파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2:38 200
HOT 오늘 ‘오딧세이‘ 이탈리아 세트장 - 배 도착 1 NeoSun NeoSun 2시간 전11:51 590
HOT 폴 러드의 닌텐도 스위치 2 광고 2 golgo golgo 3시간 전11:16 501
HOT 조셉 코신스키, 유니버설 뉴 ‘마이애미 바이스’ 연출 협의중 3 NeoSun NeoSun 4시간 전10:33 534
HOT <결혼 피로연> 윤여정 & 조안 첸 인터뷰 2 카란 카란 4시간 전10:32 463
HOT 마이클 B. 조던이 좋아하는 영화 4편 2 카란 카란 4시간 전10:05 696
HOT 존 번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캐스팅, 나도 조금은 기여... 2 카란 카란 4시간 전09:53 697
HOT ‘시너즈’ 현재 근황 정리 2 NeoSun NeoSun 4시간 전09:50 693
HOT ‘어글리 스텝시스터‘ 첫로튼 96% 1 NeoSun NeoSun 4시간 전09:44 444
HOT 브래들리 쿠퍼 '이즈 디스 씽 온?' 프로덕션 종료... 1 NeoSun NeoSun 6시간 전08:23 402
HOT 휴 잭맨 These moments 2 e260 e260 7시간 전07:32 408
HOT <플로우> 16만 관객 돌파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22 306
HOT '씨너스: 죄인들' 시네마스코어 점수 A의 의미 3 golgo golgo 7시간 전07:13 737
HOT 1988년 제작 용재천애 [이연걸 주성치] 1 내일슈퍼 12시간 전01:37 587
HOT 2025년 4월 19일 국내 박스오피스 4 golgo golgo 14시간 전00:00 1818
HOT 조던 필 제작 공포영화 'HIM' 자세한 스토리 4 golgo golgo 15시간 전22:47 2217
HOT HIM 새 이미지들 2 hera7067 hera7067 16시간 전22:30 1284
1173319
normal
화기소림 화기소림 10분 전14:23 64
1173318
image
갓두조 갓두조 30분 전14:03 150
1173317
image
시작 시작 33분 전14:00 292
117331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1 413
1173315
normal
후니허니하니 후니허니하니 1시간 전12:49 235
1173314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2:48 180
117331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2:38 200
1173312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16 206
1173311
normal
영화를읽다 영화를읽다 2시간 전12:15 456
117331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51 590
117330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40 405
1173308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1:38 176
117330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37 311
117330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32 246
1173305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28 331
1173304
normal
후니허니하니 후니허니하니 3시간 전11:28 421
117330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20 337
1173302
normal
golgo golgo 3시간 전11:16 501
117330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1:09 164
117330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59 190
1173299
normal
왈도3호 왈도3호 3시간 전10:57 755
117329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39 185
1173297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33 534
1173296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0:32 463
1173295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0:05 696
1173294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09:53 697
117329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50 693
117329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44 444
1173291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23 402
1173290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2 408
1173289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1 320
1173288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1 346
1173287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0 369
1173286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29 417
117328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22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