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와 악마 (1973) 호러영화 대가 마리오 바바의 걸작.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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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는 호러영화 대가를 넘어서서 대가급 감독으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공포영화에서도 귀신이 나올 때 아래에서 강한 색채 광선을 쏘아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있지 않은가? 그거 마리오 바바가 시작한 것이다. 마리오 바바가 다른 점은,
단순히 무섭게 보이기 위해 그런 광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표현을 위해 썼다는 점이다.
밀라노의 패션을 연상시키는 세련되고 화려하고 색채감 풍부한 그런 호러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평생 흥행을 위해 달려온 마리오 바바에게 미안했던 제작자는
마리오 바바더러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라고 허락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리사와 악마다. 세상에 이렇게 그로테스크하고 혐오스럽고 아름다운 호러영화는 또 없을 것이다.
당연히 흥행 실패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금기란 금기는 다 나온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근친상간,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 불륜, 엽기적인 살인, 연쇄살인, 시채 강간 등. 소재주의가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내기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금기들을 표현하는 방식 때문이다.
리사라는 미국인 관광객이 단체관광으로 로마를 방문한다. 여럿이 모여 벽화를 감상하는 데 여기 악마가 그려져 있다.
지루해진 리사는 혼자 빠져나와 광장 뒷골목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거기 손님이 악마와 똑 닮았다. 무서워진 리사는 도망나와 거리를 걸어가는데, 아까까지 있었던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사라져 있다. 길에는 사람도 하나 없고, 길로 향해난 창문들은 다 닫혀서 마치 돌로 만든 성 안에 갇힌 듯 되어 버렸다. 하루 종일 헤메다녀도 빠져나갈 길도 없고 사람 하나 없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도입부가 아주 흥미진진하고 꽤 무섭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일상이 갑자기 초현실적인 악몽이 되어 버린다. 어두워지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안개마저 낀다.
그런데, 차가 한 대 다가온다. 19세기 차처럼 생겼다. 리사는 19세기로 건너온 것인가? 관객들이 아리송해지기 시작한다. 중년신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운전수. 아내와 운전수는 불륜관계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들은 리사를 태우고 가다가 차가 고장나서 어느 대저택 앞에 선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대저택의 주인에게 잠시 묵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눈 먼 귀부인과 그의 순진하게 생긴 아들. 그리고 집사가 전부다. 집사는 아까 본 악마처럼 생긴 남자다. 자, 이제 악몽의 시작이다.
롤러코스터같은 스피드로 초현실적인 악몽을 향해 질주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갑자기 롤로코스터를 타듯 엄청난 스피드로 악몽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마리오 바바의 색채찬란한 화면들은 너무 화려해서, 야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선정적이다. 뭔가 불안정하고 지나치게 감각적인 것이 그 안에 있다.
어머니와 아들의 이상야릇한 관계. 아들은 자기 아내가 아버지와 사랑의 도피를 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 시체를 꽃으로 장식한 자기 방 침대 위에 고이 모셔둔다. 썩어가는 해골 위에 호화 드레스를 입혀서 말이다.
그 남자는 리사가 죽은 자기 아내라고 믿는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랑을 받는 리사를 질투한다. 그로테스크하고 혐오스런 삼각관계에 말려든 리사는 기가 막히다. 아들은 리사를 잠들게 한 뒤, 침대 위 시체가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강간을 한다. 그 와중에 중년신사의 아내는 운전수와 불륜을 하고 있다. (마리오 바바가 원래 찍은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나체로 실감나는 섹스 장면을 한다. 극장판에서는 점잖게 암시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이 영화는 197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19세기적이다. 스토리부터가 프랑켄쉬타인같은 고딕소설 풍이다. 영상도 등장인물들도 전개도 다 19세기 풍이다. 마리오 바바가 원래 20세기에 태어난 19세기 사람같은 감각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나는 미국에서 온 관광객 리사인가, 아니면 죽은 이 집의 며느리 엘레나인가. 리사는 하도 시달려서 이제 몽롱하고 자기 정체성마저 애매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 집에 도끼살인마가 등장한다. 엽기적인 살인이 발생한다.
도끼를 머리에 맞고 죽어 눈알이 튀어나온 장면이 있다. 하지만 극장판에서는 뿌옇게 안개처리를 하였다.
집사는 이 난장판에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웃으며 바라보고만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느낀다. 저 악마가 사실은 뒤에서 이 모든것들을 조종하고 있다.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살해당한 다음, 리사 혼자 남는다. 그렇게 사람들이 들끓고 살인과 욕망이 부글부글 긇어오르던 저택이 갑자기 텅 비고 조용해진다. 리사는 그곳을 헤멘다. 이것이 또 공포스럽다.
리사가 식당으로 가자, 살해당한 사람들이 모여 식탁 앞에 앉아 있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흉내낸 "살해당한 자들의 저주 받은 만찬"이다. 시체들이 갑자기 머리를 돌려 리사를 바라보는 장면이 끔찍한 공포를 준다.
그의 영상미학은 유럽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색채는 세련되면서도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하고 그렇다. 마리오 바바의 전매특허다. 그래서, 어떤 엽기적인 영화를 만들어도, 무겁고 깊이 있는 예술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벼운 영화를 만들어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그의 영화가 훌륭한 점이다.
리사는 저택에서 도망쳐 나온다. 갑자기 광장으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악마는 과연 리사를 놓아준 것일까?
굉장히 충격적인 반전이 나온다.
이것은 대가가 만든 일급 걸작이다. 그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든. 얼핏 보아도 대가퀄리티가 찬란하다. 아무리 난잡한 사건들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져도,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단단히 묶는 것이 있다. 이 모든것들은 악마가 숨어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다 악마의 계획대로 벌어지는 일이다. 중구난방인 사건들처럼 느껴져도, 그 모든 것들을 하나로 조율하는 악마의 경악할 만한 계획이 있다. 영화 마지막에서야 관객들은 악마의 빅픽쳐를 이해하게 된다.
마리오 바바가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영화다.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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