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할로윈에 대한 찬가 - 트릭 오어 트릿
트릭 오어 트릿 (2007)
할로윈에 대한 찬가
먼저 질문 하나! 할로윈? 하면 어떤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호러 영화 팬이라면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이 첫 번째로 떠오를 겁니다. 할로윈의 밤을 피로 물들이는 고독한 남자 마이클 마이어스의 활약은 대단히 멋지죠. 영화 제목부터 <할로윈>이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럼 질문 내용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할로윈의 전통과 미신, 그리고 의미를 호러 장르에 가장 잘 담아낸 영화는? 정답은 <트릭 오어 트릿>이 되어야만 합니다.
<트릭 오어 트릿>은 할로윈을 배경으로 네 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맛탱이가 가버린 학교 교장이 벌이는 살인극 <교장>, 두 번째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할로윈 스쿨버스 학살>, 세 번째는 친구의 첫 경험을 위해 남자를 고르는 <깜짝 파티>, 마지막은 이 영화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악마 캐릭터의 활약을 담은 <샘>입니다.
이야기의 구성이 흥미로운데요.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이 되던 4개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영화의 시작과 끝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재미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을 주의 깊게 봐야하는데, 각 이야기의 주요 캐릭터나 주요 소품이 다른 이야기의 배경에 슬쩍 등장하곤 합니다. 가장 멋진 것은 샘이 교장에게서 면도날이 든 초콜릿을 받아 가는데, <샘>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초콜릿 속에 든 면도날을 노인을 공격하는데 사용합니다. 도시괴담을 멋지게 활용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적용한 것은 절대 할로윈의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죠. 할로윈 축제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기념일이 되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할 몇 가지 규칙을 환기시킵니다. 할로윈 코스튬은 필수이며,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줄 것, 받은 간식은 꼭 확인할 것, 잭 오 랜턴의(호박 등불) 불은 11월 1일이 되기 전에 절대 끄지 말 것,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고, 죽은 자를 존중할 것... 이런 규칙들은 지키기 쉽지만, 누군가는 꼭 무시하기 마련이죠. <트릭 오어 트릿>은 할로윈의 규칙을 어기는 자들에게 끔찍한 벌을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할로윈의 전통과 미신을 다루고 있고, 우리가 몰랐던 할로윈의 정신을 일깨워줍니다.
영화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이야기와 캐릭터,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소재와 소품들이 즐비하죠. 할로윈 코스튬, 호박 등불, 사탕, 초콜릿, 도시괴담, 숲속의 모닥불 파티, 심술궂은 아이들, 혼자 사는 고약한 노인, 연쇄살인마, 늑대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악의 존재와 상상 속 괴물의 등장 속에서 많은 호러 영화들의 흔적을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캐리> <하울링> <체인즐링> <이블 데드> <크리스틴> <괴물> <로스트 보이즈> <헌티드 힐> <13 고스트>와 같은 호러 영화뿐만 아니라, 스쿨버스 이야기처럼 <찰리 브라운의 할로윈>의 오마주와도 만나게 됩니다.
<트릭 오어 트릿>은 매혹적인 호러 영화입니다. 4편의 이야기는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지만 분위기는 제각각이며 빠른 속도감과 진지한 분위기 속에 핏빛 유머가 반짝 반짝 빛나죠. 더 좋은 것은 할로윈 규칙을 어기면 반드시 벌한다는 조건에 소년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교장> 이야기에서 희생되는 소년의 최후는 꽤 높은 수위를 보여주고, <깜짝 파티>에서는 약간의 선정적인 보너스 장면도 포함됩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캐스팅도 이야기에 힘을 실어줍니다. 안나 파퀸, 브라이언 콕스 같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고 많은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트릭 오어 트릿>은 국내에선 인지도가 바닥을 치는 호러 영화이지만, 미국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컬트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작은 악마 캐릭터 '샘'이 굉장히 유명해지면서 다양한 관련 상품들이 나오게 됩니다. 샘은 머리에 삼베 자루를 쓰고 주황색 잠옷을 입은 캐릭터인데, 영화에서 할로윈의 규칙을 어기는 자들을 감시하고 분노하며 벌을 내리죠. <트릭 오어 트릿>을 보지 않았어도 호러 영화를 좋아한다면 인터넷 어디선가 이 캐릭터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겁니다. 샘은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으스스하고 무섭기도 해서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매력의 캐릭터입니다.
<트릭 오어 트릿>은 할로윈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할로윈의 전통과 미신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할로윈 시즌에 한 번 도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호러 영화들은 수 없이 만들어지고, 그중 일부는 할로윈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할로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트릭 오어 트릿>의 존재는 더더욱 중요해지죠. 무엇보다 재미있는 호러 영화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1. 같은 제목의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1986년에 나온 Kiss의 진 시몬스와 블랙 사바스의 오지 오스본이 특별 출연한 헤비메탈 할로윈 영화인 <트릭 오어 트릿>입니다. 이 영화는 'Trick or Treat' 철자인데, or 에서 o 글자가 하나 뺀 것이 마이클 도허티 감독의 영화입니다.
2. <트릭 오어 트릿>은 마이클 도허티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국내에선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죠.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제작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의 이름이 더 부각이 되었습니다.
3. 극중 샘을 연기한 배우는 누구일까요? <깜짝 파티> 이야기에서 소녀들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엿보는 소년이 잠깐 나오는데, 바로 이 소년이 샘을 연기합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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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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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완전 귀요미!😆
그나저나 동명의 메탈 영화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ㅋㅋㅋ
킹 오브 몬스터. 문득. 익무인들이 박수치며 좋아했다던, 또 기립박수와 환호가 나왔다던 후기가 여럿 보였던... 그게 벌써 4년이 넘었군요.
언제든 또 좋은 영화로 만날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