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2
  • 쓰기
  • 검색

(※강스포) 일본 매체 고레에다 감독 <괴물> 인터뷰

카란 카란
4383 7 12

- 51876회 칸국제영화제기자회견에서 기자가 LGBTQ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감독은 그 부분에 특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내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성소수자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갈등과 감정의 흔들림의 근원에는 정체성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고, 성 소수자 아이들이 이 작품의 하나의 주제라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마주했는지 묻고 싶다.

 

고레에다: 이 부분은 굉장히 세심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겠다.

 

우선 플롯 단계에서 주인공인 두 소년이 겪는 갈등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소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프로듀서와 상의하면서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LGBTQ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Rebit의 대표 야쿠시 미카 씨를 만나 대본을 보여드렸고, 묘사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아이들이 이 역을 연기하는 데 있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을 상담했다.

 

표현이 좀 어렵지만, 물론 이 작품은 성 소수자 아이들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 미나토나 요리가 자신을 성 소수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묘사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 부분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았다. 나로서는 성 소수자 소년의 이야기라면 이런 묘사는 안 된다거나 현실성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고보니 그들이 아직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해서 괴물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설정이 이번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6ae1b1748edc196d6c1218f63177c9b39ffcc81.webp.jpg

 

촬영에 앞서 스태프들도 모여서 두 차례에 걸쳐 3시간 정도 스터디를 진행했고, 아역배우 두 명에게도 남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결코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미나토와 요리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신체적 변화를 포함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강의해 두 사람에게 이해시킨 후 촬영에 임했고, 현장에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영화, 드라마, 연극 등 작품 내 성()을 다루는 장면의 연출을 돕는 조력자를 말한다. 포옹과 키스,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등 민감한 장면을 촬영할 때 배우들을 신체적·정신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를 투입해 최대한 심리적 안전을 도모하면서 촬영에 임했다.

 

보통은 배역을 만들 때 배우의 개성을 살리는 형태로 캐릭터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위험할 것 같아서 미나토와 요리라는 존재를 자신의 외면에서 함께 만들어가자는 방식으로 아역 배우들과 함께 배역을 만들어 나갔다.

 

- 작품 속에는 아버지가 요리를 교정하려고 하는 등 굉장히 힘들고 끔찍한 장면도 있다. 직접적인 차별과 남자다움과 같은 무의식적인 가해성 같은 것도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당사자들이 지금 사회에서 처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고레에다: 이 작품에 그려진 소년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 않을까. 요리 아버지의 행위는 물론 전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미나토 어머니의 아빠처럼’, ‘평범한 가족이라는 말투나 호리 선생이 사용하는 남자답게라는 말이 그들에게 존재를 부정할 정도로 억압적으로 작용한다는 상황이 이 영화 속에도 그려져 있다. 오히려 사오리나 호리 선생이 선의격려로 내뱉는 말들이 영화를 보면서 그 의미가 변해가는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오리나 호리 쪽이 관객의 입장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과 행동이, 그 소년들을 옭아매는 시선과 가치관에 대한 어떤 억압이, 소년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그리는 가장 큰 본질이라고 생각하다.

 

사카모토 씨도 그렇고 제작진도 그렇겠지만, 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을 축복하고,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Aqua’로 이어지는 결말을 그렸다. 그게 내가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88b62848ad8f120d22e17ea628f5e0ea9f6f64c11.webp.jpg

 

자신들이 사실은 가해자였다는 것을 어머니와 호리 선생이 마지막에 깨닫게 되지만, 물론 깨닫고 쫓아간 것 자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다. 소년들이 어른들의 손을 피해 두 사람의 행복을 얻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와 사카모토 씨는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착지점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든 간에, 사카모토 씨와 나는 두 사람이 어른들의 손을 피해 서로 웃고 있다는 것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뭐랄까, 어렵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 그들에게 남겨지는 결말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당사자'가 아닌 제작자들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로서 오히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누가 괴물인가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반대로 말하면 그 깨달음을 앗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중간중간 말을 많이 해서 반성도 하고 있지만, 최대한 사전 정보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이 고민해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물론 비판을 포함해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든지, 모든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출처: 일본 Cinra)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잠봉뵈르
    잠봉뵈르

  • Trequartista

  • 즐거운인생
  • kmovielove
    kmovielove

  • 이상건

  • 메가박스창원
  • golgo
    golgo

댓글 1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사전 정보 없이 봐야 제대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씨네21의 별점평 하나는 분명 스포라고 생각합니다.^^

18:39
23.12.05.
profile image
카란 작성자
golgo
보기 전에 스포당해서ㅠㅠ 확실히 그 점이 좀 아쉬웠어요😥
18:44
23.12.05.
2등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편견 선입견 없이 타인을 대하는게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20:14
23.12.05.
profile image
카란 작성자
즐거운인생
헛💦
영화 먼저 보시고 읽어봐주세요😆
23:20
23.12.05.
profile image
영화를 봐도 제목이 의아했는데 이제 좀 알 듯 하네요.
08:46
23.12.0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2025년 2월 10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4시간 전00:01 614
HOT 호주 시드니 '캡틴아메리카 브레이브 뉴월드' 레... NeoSun NeoSun 4시간 전23:59 490
HOT <브루탈리스트> 재밌네요. 고품격 영화 강추합니다. 2 조윤빈 조윤빈 4시간 전23:59 732
HOT 19세기, 1900년대 작품들 ft. 영화의 이해 TV특강 1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4시간 전23:58 171
HOT 파라다이스 (1982) 책받침 여신 피비 케이츠의 대표작. 스포... 3 BillEvans 6시간 전22:04 531
HOT '쇼군' 시즌 2 각본 완성 2 golgo golgo 7시간 전21:19 818
HOT '에밀리아 페레즈' 논란에 입을 연 셀레나 고메즈 1 golgo golgo 8시간 전20:53 1524
HOT [해외 오픈샷] 영국판 "달콤한 인생" 4K-UHD 오픈샷. 5 처니리 처니리 9시간 전19:39 833
HOT ‘미션임파서블 8’ 트레일러 한글판 2 NeoSun NeoSun 10시간 전18:35 2297
HOT '아바타: 불과 재', ‘공중과 수중을 넘나드는 대... 6 NeoSun NeoSun 10시간 전18:01 1895
HOT [에밀리아 페레즈] 국내 손익분기점 7 시작 시작 11시간 전17:16 2050
HOT 검은 수녀들 북미 예고편 3 호러블맨 호러블맨 11시간 전16:59 521
HOT <스머프> 1차 예고편, 포스터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2시간 전16:34 1080
HOT <백수아파트> 공식 예고편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2시간 전16:28 1818
HOT 넷플릭스 '천천히 강렬하게' 작품, 캐릭터 소개 4 golgo golgo 12시간 전16:25 1632
HOT [제3공화국][사랑과 야망] 출연한 성우 겸 배우 최병학 별세 5 시작 시작 12시간 전16:20 763
HOT   (루머,업뎃) 덴젤 워싱턴, '엑스맨' 리부트 매... 8 NeoSun NeoSun 12시간 전16:11 2060
HOT 안야 테일러 조이 '더 캐니언' 국내 예고편 4 golgo golgo 12시간 전16:11 1530
HOT '썬더볼츠' 새 예고편에 나온 팝송은... 5 golgo golgo 13시간 전15:03 1557
HOT 레전드 음악영화 <위플래쉬> 10주년 기념 개봉 확정 4 NeoSun NeoSun 14시간 전14:06 954
1166223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시간 전01:52 219
1166222
normal
o1xis 4시간 전00:21 374
116622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15 456
116622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10 252
116621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9 293
116621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4 324
1166217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4시간 전00:03 136
1166216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3 336
116621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2 264
1166214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0:01 614
116621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0 306
116621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3:59 490
1166211
image
조윤빈 조윤빈 4시간 전23:59 732
1166210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4시간 전23:58 171
1166209
image
BillEvans 6시간 전22:04 531
1166208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21:41 878
1166207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21:33 474
1166206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21:30 359
1166205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21:19 818
1166204
normal
Romain 7시간 전21:15 489
116620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21:02 432
1166202
normal
golgo golgo 8시간 전20:53 1524
1166201
normal
울프맨 8시간 전20:29 1151
1166200
image
처니리 처니리 9시간 전19:39 833
1166199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9:23 1025
1166198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9:21 766
1166197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10 398
1166196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09 418
1166195
image
e260 e260 9시간 전19:09 461
1166194
normal
호오오옹이 9시간 전19:05 545
1166193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18:35 2297
116619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0시간 전18:32 736
1166191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18:01 1895
1166190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18:00 798
1166189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17:19 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