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일본 매체 고레에다 감독 <괴물> 인터뷰
- 5월 18일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LGBTQ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감독은 “그 부분에 특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내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성소수자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갈등과 감정의 흔들림의 근원에는 정체성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고, 성 소수자 아이들이 이 작품의 하나의 주제라면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마주했는지 묻고 싶다.
고레에다: 이 부분은 굉장히 세심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겠다.
우선 플롯 단계에서 주인공인 두 소년이 겪는 갈등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소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프로듀서와 상의하면서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LGBTQ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Rebit의 대표 야쿠시 미카 씨를 만나 대본을 보여드렸고, 묘사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아이들이 이 역을 연기하는 데 있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을 상담했다.
표현이 좀 어렵지만, 물론 이 작품은 성 소수자 아이들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 ‘미나토나 요리가 자신을 성 소수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묘사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 부분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받았다. 나로서는 성 소수자 소년의 이야기라면 이런 묘사는 안 된다거나 현실성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고보니 그들이 아직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해서 ‘괴물’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설정이 이번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촬영에 앞서 스태프들도 모여서 두 차례에 걸쳐 3시간 정도 스터디를 진행했고, 아역배우 두 명에게도 남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결코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미나토와 요리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신체적 변화를 포함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강의해 두 사람에게 이해시킨 후 촬영에 임했고, 현장에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영화, 드라마, 연극 등 작품 내 성(性)을 다루는 장면의 연출을 돕는 조력자를 말한다. 포옹과 키스,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등 민감한 장면을 촬영할 때 배우들을 신체적·정신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를 투입해 최대한 심리적 안전을 도모하면서 촬영에 임했다.
보통은 배역을 만들 때 배우의 개성을 살리는 형태로 캐릭터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위험할 것 같아서 미나토와 요리라는 존재를 자신의 외면에서 함께 만들어가자는 방식으로 아역 배우들과 함께 배역을 만들어 나갔다.
- 작품 속에는 아버지가 요리를 ‘교정’하려고 하는 등 굉장히 힘들고 끔찍한 장면도 있다. 직접적인 차별과 ‘남자다움’과 같은 무의식적인 가해성 같은 것도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당사자들이 지금 사회에서 처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고레에다: 이 작품에 그려진 소년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도 많이 있지 않을까. 요리 아버지의 행위는 물론 전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미나토 어머니의 ‘아빠처럼’, ‘평범한 가족’이라는 말투나 호리 선생이 사용하는 ‘남자답게’라는 말이 그들에게 존재를 부정할 정도로 억압적으로 작용한다는 상황이 이 영화 속에도 그려져 있다. 오히려 사오리나 호리 선생이 ‘선의’나 ‘격려’로 내뱉는 말들이 영화를 보면서 그 의미가 변해가는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오리나 호리 쪽이 관객의 입장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과 행동이, 그 소년들을 옭아매는 시선과 가치관에 대한 어떤 억압이, 소년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그리는 가장 큰 본질이라고 생각하다.
사카모토 씨도 그렇고 제작진도 그렇겠지만, 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을 축복하고,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Aqua’로 이어지는 결말을 그렸다. 그게 내가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사실은 가해자였다는 것을 어머니와 호리 선생이 마지막에 깨닫게 되지만, 물론 깨닫고 쫓아간 것 자체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다. 소년들이 어른들의 손을 피해 두 사람의 행복을 얻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와 사카모토 씨는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착지점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든 간에, 사카모토 씨와 나는 두 사람이 어른들의 손을 피해 서로 웃고 있다는 것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뭐랄까, 어렵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 그들에게 남겨지는 결말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당사자'가 아닌 제작자들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로서 오히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누가 괴물인가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반대로 말하면 그 깨달음을 앗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중간중간 말을 많이 해서 반성도 하고 있지만, 최대한 사전 정보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이 고민해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물론 비판을 포함해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든지, 모든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출처: 일본 Cin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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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편견 선입견 없이 타인을 대하는게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영화 먼저 봐야겠어요. 스포가 ㅎㅎ
영화 먼저 보시고 읽어봐주세요😆
사전 정보 없이 봐야 제대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씨네21의 별점평 하나는 분명 스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