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신작 빠르면 내년 상반기 촬영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이창동 감독 인터뷰 기사가 실려서 옮겨봤습니다.
현재 신작 시나리오 집필 중이고, 빠르면 내년 상반기 촬영이라고 언급하셨네요.
https://www.yomiuri.co.jp/culture/cinema/20230824-OYT1T50207/
현대 사회를 응시하며 인생을 그리는 거장, 이창동 감독 인터뷰...
회고전 및 소설집 출판
한국의 이창동 감독은 1990년대 후반에 작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지금껏 6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다작은 아니지만 찍은 영화는 모두 명작이다. 8월 25일부터 (일본에서) 시작되는 회고전 ‘이창동 레트로스펙티브 4K’(도쿄 휴먼트러스트 시네마 유라쿠쵸 외 일본 전국 순차 개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디지털 복원판으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불어 약 30년 전 한국에서 간행된 소설집의 일본어 번역판도 나왔다. 이창동 감독에게 복원에 관해,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관해, 책에 관해 물어봤다. 차기작 계획도 살짝 물었다. (편집위원 온다 야스코)
4K 복원은 ‘필수’
“제가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그런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작품을 디지털 복원한 것에 관해서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감수로 참여하면서 “단번에 내 작품을 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1954년 생으로 87년까지 고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서는 한편 소설을 집필. 작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후, 43세에 영화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를 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20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박하사탕>(1999)으로 국내외에서 평가와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버닝>(2018)을 발표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현실을 통찰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우리의 인생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일관되게 던져왔다.
이번 회고전에는 그의 작품 6편에다가, 창작과 인생의 궤적을 따라가는 신작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알랭 마자르 감독)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또한 <버닝>은 원래부터 4K 디지털로 제작되었지만, 다른 구작들 역시도 원래의 느낌을 존중하면서 ‘4K 복원판’으로 제작. 이번 상영에서는 그 버전들이 활용된다(일부 극장에서는 2K 상영).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에 관해서는 전문가분들한테서 몇 차례 제안을 받았고, 저 역시도 실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영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지난 영화와 지금의 관객이 만나기 위해서도 “지난 작품을 4K로 만드는 것은 필수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거의 자원봉사자처럼 참여해주셔서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아이러니의 예술>에 영상 소재로 제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차질이 생겨서 원격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아이러니의 예술>에서 이창동 감독은 각 작품들의 촬영지, 혹은 자신의 연고지를 다시 찾으면서, 자신의 작품들과 창작 활동의 정수에 관해 맘껏 이야기한다. 설경구, 문소리, 송강호, 전도연 등 이창동 작품에서 명연기를 남긴 배우들의 '증언'도 맛깔 난다. 과거에서 현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의 ‘핵심’으로 향하는 구성은 <박하사탕>과 동일하다.
촬영 과정에서 한 가지 큰 차질이 있었다. 감독 마자르는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작가인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에 갈 수 없어서 원격으로 연출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애먹었습니다. 저는 원래 카메라 앞에 서서 저와 제 작품에 관해 설명하는 게 서툽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찍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무튼 정해진 질문을 받고, 마자르 감독이 정한 위치에 앉아서 원격으로 대답하는 방식이 됐습니다.”
때문에 다큐멘터리 속 자신이 “상당히 어색하다.”라고 말한다.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아직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관객이 이 다큐에서 발견하는 것은 감독의 수줍은 모습만이 아니다.
볼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영상, 소리, 연기, 이야기의 힘을 매번 다른 형태로 추구하면서, 관객에게 ‘인생’을 체감하게 하고,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변함없이 던져왔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현대사 가운데 개인적 체험이 있다는 것도 드러나서 가슴 뭉클하게 한다.
그 일관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좀 더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잠시 우물우물하더니 “제 아내가 ‘조금 달라지는 편이 낫지 않냐.’고 말하더군요.”라며 웃었다.
눈부시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함없이 추구하는 것
다큐멘터리 촬영 때, 과거의 촬영지와 살았던 곳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하지만 풍경은 계속 바뀌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오래된 영화관 서울극장은 이후 문을 닫았다. 소년 시절을 보냈던 대구의 집도 “촬영할 때 주변 재개발이 이미 진행 중이어서, 이미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늘 개발을 추진하고, 경제 성장을 지향하느라 공간 자체가 눈부시게 계속 변화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혼란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영화관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영화인들에게 있어서는 정체성의 기반까지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다큐에서는 영화의 원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일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로드 짐>(리처드 브룩스 감독)을 어린 시절 혼자서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다.
“그 작품을 보고 어린 마음에 뭔가 인생의 암흑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인생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암흑 속 이미지와 겹쳐지는 듯한...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제가 느꼈던 암흑의 핵심이, 이후 제 인생과 제 영화를 결정한 듯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진실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합니다.”라고 말끝을 흐린 건 정말로 “부끄러워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K 디지털 복원판과 자신의 궤적을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과거를 말하자면 일단락 하셨는데,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이라는 질문에 “다음 작품에 관해서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는 중입니다.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는 촬영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
30년 전의 소설집, 일본어판 출간
지난해 말 한국에서는 1992년에 출간된 소설집 <녹천에는 똥이 많다>의 일본어판이 아스트라하우스에서 출간됐다. 표제작은 감독 본인의 말에 따르면 “영화 작업을 시작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게 되는 것은 현대 사회를 통찰하고 인생을 그리는 창작의 축이, 작가 시절부터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등장 캐릭터들은 이후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인물들과 어딘지 통하는 데가 있다.
“소설을 쓸 당시에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가능한 한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영화를 찍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현실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해외에서는 프랑스, 그리고 몇 년 전 중국에서 출간되어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시 현실을 그리려고 했던 작품이 시간이 지나서 보편성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읽어주신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주신 결과인 것 같습니다. 개인의 것, 개별적인 것을 통해 진실을 그리려고 한 결과, 보편성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생깁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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