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영화 <듄> 철저 분석
데이비드 린치 버전으로부터 약 35년.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가 도전하는 SF 대작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시리즈 ‘듄’은 1965년 네뷸러상, 1966년 휴고상을 수상하고 <스타 워즈>(1977),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SF 소설의 금자탑이다.
이 위대한 원작을 <엘 토포>(1970), <홀리 마운틴>(1973)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영화화하려 했으나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서 무산됐다. 이 무렵의 사연은 훗날 다큐멘터리 영화 <조도로브스키즈 듄>(2013)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조도로프스키를 대신해 이 소설의 영화화에 도전한 사람은 데이비드 린치로, <엘리펀트 맨>(1980),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로 잘 알려진 ‘컬트의 제왕’이다. 하지만 프로듀서인 디노 데 라우렌티스와 방향성 차이가 드러나면서 데이비드 린치판 <듄(사구)>은 ‘세기의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이후에도 ‘듄’은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자극하고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스파이스’가 되어주었고, 2008년 파라마운트는 20년 만에 영화화한다고 발표했다. 감독은 피터 버그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차했다. 그 후임으로 피에르 모렐이 기용되었지만,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가 2011년에 제작이 중단된다.
그리고 2016년. 이번에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듄’ 영상화 판권 획득을 발표한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다크 나이트>(2008), <퍼시픽 림>(2013), <고질라>(2014), <인터스텔라>(2014) 등 매니아들의 심장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연이어 내놓은 영화 제작사다. 프로듀서인 메리 페어런트와 케일 보이터는 ‘듄’ 영상화 작품의 결정판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비전을 가진 감독을 찾아 나선다.
결국 두 사람은 이 영화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낸다. 그 사람의 이름은 드니 빌뇌브. 범죄 서스펜스 <프리즈너스>(2013), 신감각 미스터리 <에너미>(2013), 멕시코 마약전쟁을 그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등 화제작을 연이어 연출하고, 근래에는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컨택트>(2016), 전설적인 SF 영화의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 연이어 SF 작품을 발표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빌뇌브는 어린 시절 ‘듄’을 읽고 충격을 받았고, 이 작품을 영상화하는 것이 오랜 꿈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 인터뷰 기사를 메리 페어런트와 케일 보이터가 발견하고 그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원작은) 13살인가 14살 때 읽었다. (중략) 이 작품은 내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었다. 누군가가 ‘너의 가장 큰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단호하게 ‘듄’이라고 대답했다. 마침 그때 레전더리가 판권을 획득했다. 우리는 만난 지 45초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나는 그것을 하고 싶었고, 그들도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같은 열정과 비전을 공유했다”
(「wired」 드니 빌뇌브 인터뷰 발췌)
이렇게 해서 드니 빌뇌브는 1억 6,5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랜 꿈이었던 ‘듄’의 영화화에 도전하게 되었다.
참고로 데이비드 린치는 빌뇌브 버전의 <듄>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가 제작했을 때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만큼 그에게 마음의 상처가 큰 모양이다.
구석구석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
빌뇌브는 에릭 로스(대표작: <포레스트 검프>(1994),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와 존 스페이츠(대표작: <프로메테우스>(2012), <패신저>(2016))를 각본가로 초청해 긴 호흡의 스토리를 어떻게 영화로 풀어낼지 철저하게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했다.
애초에 원작은,
‘듄’
‘듄의 메시아’
‘듄의 아이들’
‘듄의 신황제’
‘듄의 이단자들’
‘듄의 신전’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듄’만 해도 상-중-하 3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데이비드 린치 판은 1부를 통째로 영화화했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장대한 요약본이 되어버렸다.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영화 초반에 <듄: PART1>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빌뇌브가 내놓은 답은 1부를 2부작로 나눠서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폴 아트레이데스와 그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가 하코넨 가문의 습격을 뚫고 사막 민족 프레멘을 만나기까지’로 스토리를 압축한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야기로서는 엄청나게 담백한 이야기다. 샌드웜으로부터 스파이스 채굴기를 구출하거나 던칸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가 사다우카(황제의 친위대)와 싸우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액션으로 볼만한 장면은 극히 적다.
오니솝터를 타고 탈출한 폴과 레이디 제시카가 적기에 쫓기는 장면에서도 치열한 공중전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모래폭풍에 뛰어들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는 아슬아슬한 전개가 이어진다. <듄: PART1>은 폴 아트레이데스가 퀴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하기까지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마지막 결투 장면까지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한다’는 제약이 있다.
액션이 부족하다는 불만은 아마도 <듄: PART2>에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빌뇌브도 이런 말을 남겼다.
“나에게 <듄: PART1>은 전채요리와 같은 것이며, <듄: PART2>는 더 많은 것을 추가할 수 있는 메인 요리라고 생각한다. <듄: PART1>이 지금까지 가장 흥미진진한 프로젝트였던 것처럼, <듄: PART2>는 이미 나를 설레게 하고 있다”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군상극을 폴 아트레이데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이야기로서의 명료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감탄스러운데, 원작에서는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 샤담 4세, 귀족회의인 랜드스래드, 우주 항해를 관장하는 길드, 이 세 세력이 대립하는 설정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길드의 존재감을 과감히 희석하고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멜란지 채굴권 분쟁’이라는 알기 쉬운 구도로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황제가 실타래를 쥐고 있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멸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멜란지니, 보이스니, 퀴사츠 해더락이니, 베네 게세리트니...생소한 고유 용어가 난무하는 문제도 있었다. 원작에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중략) 폴의 마음은 새롭게 얻은 지식으로 혼란스러웠다”
(「듄」에서 발췌)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빌뇌브는 우선 오프닝에서 챠니(젠데이아)에게 대략적인 설정을 독백 형식으로 말하게 하고, 폴이 아라키스의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고안해냈다.
<듄>에는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었다.
스파이스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은 분명 이슬람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폴이라는 주인공은 이교도의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도망친 마호메트(무함마드)인 것 같고(아마 그럴 것이다), 지하드(성전), 움마(민족, 국가) 등 아랍어 그대로의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2021년 시점 사막민족이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면, 어떻게든 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겹쳐지게 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이 현실과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로 대체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 철수 이후 이슬람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빌뇌브가 가능한 한 이슬람적인 것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틀림없다. 영화에서도 ‘성전’이라는 표현은 나오지만, ‘지하드’라는 단어는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다. 도하에 본사를 둔 방송국 알자지라는 그 사실을 비판적으로 기사화했다.
“책을 잘 아는 팬들은 작품에 큰 결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바로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소설의 틀에 대한 언급이다. 실제로 예고편에서 ‘a crusade is coming’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기독교의 성전을 의미하는 단어로 원작 시리즈 6권의 책에서 단 세 번만 등장한다. 팬들이 찾고 있던 것은 ‘지하드’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시리즈의 기초가 되는 단어이자 필수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지하드는 나쁜 브랜딩으로 여겨지며, 할리우드에서 이슬람은 총에 맞아야만 팔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알자지라」에서 발췌)
미국은 ‘이슬람=악’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이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조차도 노골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이슬람=악’이라는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빌뇌브는 스파이스 채굴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냄으로써 ‘스파이스는 석유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한 것은 아닌지. 황제는 귀중한 자원인 스파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영주에게 대리 통치하게 했다. 이는 미국이 귀중한 자원인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국에 꼭두각시 정권을 만들어 실효적 지배를 했던 것과 겹쳐진다. 즉, 캐나다인 감독 빌뇌브는 할리우드 자본으로 미국을 가상의 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피할 수 없는 비판은 이미 반영되어 있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전략을 세웠다면, 빌뇌브는 상당한 책략가다.
완전 IMAX 사양으로 제작된 <듄>
이 영화를 배급하는 워너 브라더스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Max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드니 빌뇌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트리밍은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듄>과 같은 규모의 영화는 만들 수 없다”
라고 주장하며 명백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듄>은 완전히 IMAX 규격의 작품이며, IMAX를 지원하는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금 길어졌지만, 여기서 IMAX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IMAX는 IMAX사가 개발한 동영상 필름의 규격 및 영사 시스템을 말한다. 보통 필름에는 8mm, 16mm, 35mm 등의 종류가 있는데, 이는 프레임당 면적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더 많은 정보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 ‘더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IMAX는 이 면적이 70mm에 달한다. 어쨌든 엄청나게 고화질의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부터가 복잡한데, IMAX에는
1. IMAX 카메라, 혹은 IMAX사가 ARRI와 공동 개발한 ARRI 65 IMAX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순수한 IMAX 영화
2. 독자적인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인 'IMAX DMR'에 의해 IMAX 포맷으로 변환한 영화
이 두 가지가 존재한다. 물론 ‘1.IMAX 카메라로 촬영한 순수한 IMAX 영화’가 단연 IMAX 영상 경험 상으로는 더 낫다. 하지만 IMAX 카메라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제작 현장에서 도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IMAX사는 ‘Filmed In IMAX’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발표했는데, ARRI의 Alexa LF, Mini LF, Panavision의 Millennium DXL2, Red의 Ranger Monstro 등의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도 IMAX 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듄>에 사용된 카메라는 ARRI의 Alexa LF. 이 제품은 35mm 풀사이즈 4K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로, 세 가지 종류의 센서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센서 전체를 촬영하는 ‘LF Open Gate’, 4K를 최대 90fps로 촬영할 수 있는 ‘LF 16:9’, 150fps의 고속 촬영이 가능한 ‘LF 2.39:1’.
※fps = 1초당 몇 장의 이미지로 영상을 구성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LF Open Gate’는 4486×3096의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화각은 ‘LF 16:9’나 ‘LF 2.39:1’보다 정사각형에 가깝다. 하지만 이 풀 사이즈(1.43:1)로 IMAX를 체험할 수 있는 영화관은 일본에서 단 두 곳, 이케부쿠로의 그랜드시네마 선샤인과 109시네마 오사카 엑스포시티 뿐이다. 이것이 이른바 ‘IMAX 레이저/GT 기술’로 불리는 것으로, 그 다음이 IMAX 레이저(1.9:1)이다. 풀 사이즈의 1.43:1에 비해 위아래가 깎인 형태가 된다. 시네스코 사이즈인 2.39:1이라면, 깎이는 부분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2009)나 <그래비티>(2013)가 3D 상영이 아니면 제작자가 의도한 영상 경험을 맛볼 수 없듯이, <듄>은 IMAX가 아니면 그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맛볼 수 없다. 빌뇌브가 스트리밍 배급에 경종을 울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PART2’ 빌뇌브의 도박
‘반지의 제왕’이 3부작으로 대표되듯이, 스탭과 출연진을 모아 한꺼번에 촬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듄>은 그 방식으로 촬영하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PART1’만 제작하고, 회수한 돈으로 ‘PART2’, 그리고 ‘PART3’(빌뇌브는 원작의 2부 ‘듄의 메시아’의 영화화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를 만들기로 했다.
이 전략은 어떻게 보면 도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발판일 것이다.
(출처: 일본 Film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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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설명할 건 거의 다 했고.. 2부는 액션 위주가 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꼼꼼한 번역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갠적으로 올해안에 파트2가 개봉된다면 오펜하이머를 능가하는
제 최고의 영화가 될거 같은데 가능할지는 올해 가장 개봉을 기대했던
영화라서ㅎㅎ
듄 파트 2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
저도 엄청 기다려지네요! (개봉 연기되서 아쉬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