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저링 (1980) - 유령 들린 대저택 영화의 수작. 스포일러 있음.
19세기 유령 들린 대저택을 다루는 고딕소설 느낌이 드는 영화다.
이 영화의 무대는
일반 가족이 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소설 제인 에어나 프랑켄쉬타인에 나오는 대저택이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도 고딕소설 풍이다.
유령이 흐느끼는 대저택의 검은 복도와 비밀의 방, 공포에 질려 그 속을 배회하는 주인공,
살인, 서서히 밝혀지는 끔찍한 비밀 이런 것들 말이다.
이것을 아주 영리하게 1980년대로 옮겨 놓았다.
배우도, 현실적인 생활인을 연기한다기보다, 조지 패튼같은 larger than real life 연기에 장점을 보이는
조지 시 스콧이다.
이 영화는 그래서 특이하다.
지금 보면 얼마나 무서울까 의문이다.
귀신이 무슨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지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한번도 우리가 볼 수 있는 형체로 나타나지 않는다.
집에서 삐그덕 소리를 내고,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문을 여닫고 이런 수준이다.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이다. 심심하다면 심심하다.
조지 시 스콧은 유명한 작곡가다. 그는 아내와 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차를 타고 눈길을 지나
여행을 간다. 그런데,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거는 사이 바로 그의 눈앞에서 트럭이 돌진해들어와서
아내와 딸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을 가만히 눈앞에서 바라보아야 하다니! 그는 완전히 무너진다. 그의 내면에서는 아내와 딸이 계속
트럭에 치여 죽고 있다.
그는 커리어와 모든것을 다 버리고 시골로 간다. 시골대학에서 은둔삶을 산다. 그런데 그가 렌트하고 있는
대저택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문이 저절로 열리고 밤이 되면 대저택의 복잡하게 얽힌 온수파이프를 타고
이상한 쿵쾅거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수리공을 불러다 이야기해도 뽀죽한 답을
하지 못한다.
자기가 열심히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치면서 체크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 집에 있는 골동품 오르골에서
똑같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누군가 텔레파시로 옛날 음악을 그에게 보내서 새 곡인 것처럼 작곡하게 만든 것인가?
조지 시 스콧은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어느날 유령이 이 대저택에 머물러 있다는 확신을 받게 된다.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데드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 휠체어가 움직이는 장면이 있다.
휠체어에 카메라를 싣고 막 밀고가면서 주인공이 도망가는 장면을 찍은 것이 여기 나온다. 똑같다.
그리고 유령에 이끌려 주인공이 숨겨진 비밀의 방을 발견하는 장면도 소름 끼친다.
요즘 영화처럼 특수효과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버무려서 화끈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카메라효과와 조명만으로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조지 시 스콧의 대가적인 명연이 합쳐져서 공포스런 장면이 나온다.
서서히 유령의 정체가 밝혀지는 앞부분과 달리 후반부는 파국의 대단원까지
직선으로 초고속으로 잘주해나가는 그런 영화다.
공포영화의 수작으로 이름이 높았고, 지금도 모범적인 공포영화의 수작이다.
공포영화 명작이라던데 아직 못봤습니다. 나중에 꼭 챙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