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Days'에 대한 단상
야쿠쇼 코지에게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이 영화는 딱히 정해진 플롯이 있다기 보다는 모종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삶을 조용히 관조하듯 응시하는 영화입니다. 거의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고 매일같이 똑같은 동선으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공중 목욕탕에 갔다가 집근처 선술집에서 간단히 한잔하고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자는 그의 삶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지만 물론 그동안 동료와의 에피소드라던가 조카와의 에피소드 등 자질구레한 에피소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가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70년대 록음악에 대해 엄청난 조예가 있다거나 엄청난 독서광이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뭔가 지적인 삶을 살았을것을 암시를 해줍니다. 영화 제목처럼 루 리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밴 모리슨 등등 당시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듣는 재미도 꽤 좋네요.
감독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파고들기 보다는 그의 반복적인 일상을 조용히 바라보며 세속적인 욕망과 동떨어져서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삶도 아름답지 않냐고 되묻는거 같습니다. 때때로 나오는 플래시백 장면들은 고전 일본 영화들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장면들이 보여지는데,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빔 벤더스가 굳이 일본에 가서 일본 배우들로만 찍는 시도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영화 마지막 몇분간 야쿠쇼 코지는 기쁨, 슬픔, 절망, 고독, 안도감 등등 복잡한 감정들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관록있는 배우가 아니면 보여줄수 없는 표정연기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축약해서 보여주는데, 이 마지막 몇분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상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