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필연과 변칙의 거미줄, 스파이더 버스
멀티버스 제대로 이해하기
이번 영화에서의 멀티버스 개념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세계의 우주에서 다른 시공간의 우주로 이동하는 것이다. A 우주의 A’ 시간대에서 B 우주의 B’ 시간대로 이동해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두 우주에서 수치적으로 같은 1999년이라는 시간대라 해도 시공간이 다른 우주라서 각각의 우주에서 1999년까지 벌어졌던 일들이 다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공간도 다르게 생겼다. 뉴욕과 비슷한 이름의 도시 ‘뉴에바욕’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영화는 친절하게도 “지구-XXXX”라는 표시를 많이 보여준다. 단순 시간 여행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때 A 우주의 A’ 시간대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내가 있음으로 해서 벌어질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뿐 A 우주와 A’ 시간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공간 기반의 다중 우주 개념인 멀티버스 이해를 돕는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르네상스 버전의 벌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르네상스 시대라면 광선이나 날개를 부착하는 기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멀티버스 르네상스이기 때문에 입에서 광선을 발사하고 날개가 있는 벌처가 존재할 수 있다. 다른 시공간 기반의 다른 우주의 르네상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마블의 멀티버스는 어떨까? <어벤저스 4 : 엔드게임>에서는 타노스의 블립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헐크가 말했던 타임 트래블이 나온다.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단, 어벤저스가 과거로 돌아가서 인피니티 스톤을 잠깐 빌려오는 시간 동안 어벤저스 멤버들이 이동한 그 과거는 멤버들이 이동하기 전 과거인 상태와 달라 새로운 결과(멀티버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에이전트 원이 헐크에게 경고했었고, 과거의 자신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조심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미 타노스의 블립과 어벤저스와 과거 타노스의 시간 이동 그리고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가 지구-199999에서 사고 친 일들로 인해 자신들의 우주로부터 균열이 발생해 멀티버스가 생겼다. 현재 시공간 우주에서 해당 우주의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 과거로부터 새로운 결과가 발생해 또 다른 시공간 즉, 새로운 우주가 생겼다는 설정을 보여줬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지금 마블 세계관에선 그렇게 멀티버스가 다뤄지는 것 같다. 그러나 로키 시리즈를 보면 멀티버스를 관장하는 TVA가 있다. 이는 멀티버스가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멀티버스는 원래부터 존재했으나 어벤저스가 몰랐던 것이고, 타노스와 어벤저스로 인해 새로운 멀티버스가 생겨나기도 한 것이다.
이번 스파이더맨에서도 다른 시공간을 가진 다른 우주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설정이다. 킹핀의 차원 이동기를 보면 이미 다른 시공간의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겔이 멀티버스에 구멍이 났다며 언급하는 부분도 근거가 된다. 더 확실하게는 1편 쿠키 영상이다. 미겔 비서가 멀티버스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이 되면서 영화에서 여러 멀티버스가 생긴 것이라면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보단 멀티버스인 다른 시공간의 다른 우주가 더 생겼다고 말하는 게 적절하다. 구멍은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니까. 사실, 이런 추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다. 마일스가 살고 있는 지구-1610, 그웬의 지구-65, 마블의 지구-199999, 인도 배경의 지구-50101, 피터 파커의 지구-616, 미겔 오하라의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지구-928, 다른 마일스의 프라울러 마일스의 지구-42 문구가 영화에 짧게 스쳐 지나가며 멀티버스 존재를 나타낸다.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 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2 : 대혼돈의 멀티버스>나 <플래시>에서 이미 나왔던 설정이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시공간이 다른 우주임에도 불구하고 우주들끼리 겹치는 필연점이 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닥터 스트레인지 여자친구 크리스틴이 자신과 결혼하지 못하는 점, 플래시가 번개를 맞아 능력이 생긴다는 점. 여기서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경찰 서장, 삼촌 등) 사망한다는 필연적 설정이 되어있다.
여기서 변칙이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 스파이더맨이다. 마일스가 있던 지구-1610에서는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킹핀이 작동시킨 차원 이동기로 인해 지구-42에서 넘어온 알케맥스-42 거미로 인해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이 된다. 주인공 마일스의 우주에서 먼저 활약하던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은 킹핀에 의해 사망하고, 마일스가 이 자리를 넘겨받게 된 것이다.
킹핀, 알케맥스-42 거미가 아니라면 마일스는 자신의 우주에서 스파이더맨이 되지 않았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대장 미겔이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미겔이 말하는 멀티버스의 공식 설정이 사실은 킹핀의 차원 이동기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마일스의 존재 자체가 마일스 자신의 우주에서도, 멀티버스인 스파이더 버스에서도 변칙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존재 자체가 변칙이라고 욕먹는 마일스는 억울하긴 하겠다.
그렇다면, 마일스의 존재만 변칙일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파이더 버스에 누군가 희생되는 필연점이 있다. 인도 스파이더 버스에서는 스파이더맨 여자친구 아버지인 경찰 서장이 사망하는 공식 설정은 마일스가 서장을 구하게 되면서 깨져버린다. 스파이더 버스에 필연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마일스는 서장 진급을 앞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한다. 스파이더 버스 시각에서 보자면 마일스의 결정이 위협적인 변칙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변칙은 그웬 서사에도 존재한다.
그웬은 스파이더 버스의 공식 설정이 무너지면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미겔의 말을 듣고 변칙을 수습하는 일에 가담한다. 경찰 서장인 자신의 아버지가 죽을 것이라는 내용을 알고서도 말이다. 하지만, 미겔의 말과 달리 마일스로 인해 공식 설정이 달라진 인도 스파이더 버스에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아버지가 갑자기 경찰직을 포기하면서 서장이 사망한다는 필연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마일스가 서장 진급을 앞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그웬은 스파이더 버스 변칙에 대한 생각을 서서히 바꾸게 된다. 변칙이(마일스) 새로운 변칙을(그웬 서사)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웬 아버지가 경찰직을 포기했고,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과 완전히 배치되어 아버지가 사망할 확률이 낮아진 느낌이다. 내용이다. 적어도 경찰 서장의 직위로 사망하진 않을 테니까.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이 마일스라는 변칙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사례가 된 것이다. 스파이더 버스가 굉장히 취약한 구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몇몇 스파이더맨에게 제공하는 시공간을 뛰어넘는데 쓰이는 손목시계가 그러하다. 마일스와 같은 캐릭터가 더 있다면 시계를 이용해 공식 설정을 깨는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호비 캐릭터가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한다. 마일스뿐만 아니라 누구든 스파이더 버스를 가로질러 공식 설정에 훼방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의 시각에서 봤을 때 닥터 스트레인지, 플래시, 마블 스파이더맨의 멀티버스는 자신의 실수 또는 원하지 않는 일의 발생으로 인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과거의 시간을 건드리는 내용이다. 반면, 마일스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막기 위해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설정이다. 멀티버스를 다룬 영화들과 다른 변칙적인 서사 구조로 볼 수 있다.
<기승전, 그웬>
이번 영화 주인공은 마일스와 그웬이다. 언뜻 보면 마일스 단독 성장 서사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1편은 초기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방황과 가까운 사람의 희생을 통한 성장으로 스파이더맨이 되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다, 그웬은 마일스 서사에 있어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이번 영화 도입부에서 그웬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우리가 뻔하게 예상하는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강력한 암시를 던진다. 그웬의 본격적 서사가 시작된다.
그웬은 대부분의 스파이더맨들이 겪은 일을 경험했다. 자신의 절친인 피터 파커를 잃었고, 누구에게도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아버지도 경찰인 점이 그렇다. 스파이더 버스에서 강조하는 필연점 때문에 그러하다. 스파이더 우먼으로 활약하던 그웬은 외로움, 상실감, 소속감 등의 이유로 스파이더 버스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미겔의 팀에 들어가서 활약한다. 이는 마일스가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에 맞서 필연점을 넘고자 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하지만, 마일스의 행동으로 인해 그웬은 자신이 믿었던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에 대한 다른 직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1편과 2편 중반까지 자신이 팀에 속하는 위치였다면 마지막에는 자신이 팀을 꾸리며 2편이 마무리된다. 그웬의 성장이 담긴 완벽한 기승전결이다. 마일스와 그웬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여기선 그웬을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하다. 마일스는 아직 성장하는 중이니까. 그웬의 성장이 3편에서 마일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히어로 주인공들이 누군가의 희생과 외부 사건으로 내적 성장을 달성하는데 여기서는 주인공끼리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통해 내적 성장을 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연과 필연>
스팟은 킹핀과 마일스가 싸울 때 작동한 차원 이동기가 폭발하며 들고 있던 물체가 몸에 달라붙어 신체가 변해버린 빌런이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마일스를 원망하며 마일스에게 복수하고자 스파이더 버스를 이동하며 차원 이동기를 흡수해 성장하는 빌런으로 나온다. 3편에서 마일스와 본격적인 대립 구도로 서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구-42의 프라울러 마일스는 지구-42의 방사능 거미가 차원 이동기에 의해 지구-1610으로 넘어가면서 스파이더맨이 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인물로 추정된다. 지구-42는 카르텔과 경찰이 대립 중이라는 설정이다. 이 문제로 마일스의 아버지가 사망했을 것이고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 등으로 프라울러가 되어 경찰 편도 카르텔 편도 아닌 배드 애스 스파이더맨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된 게 아닌가 추정해 본다.
지구-1610 마일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지구-42 마일스와 삼촌 애런에게 펼쳐 놓는다. 이에 대해 지구-42 마일스는 지구-1610 마일스에게 너의 아버지는 살아있냐고 묻는다. 지구-42 마일스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의 원인을 지구-1610 마일스로 생각할 개연성이 있다. 복수심. 종합하면, 3편에서 마일스 VS 마일스 구도가 그려질 확률이 높다.
스팟과 지구-42 마일스의 공통점은 지구-1610 마일스라는 변칙으로 또는 우연으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캐릭터다. 그로 인해 스스로 흑화 되기로 결심했고 변했다고 봐야 한다. 주인공도 변칙적이지만, 빌런의 탄생에도 변칙이 묻어있다. 일반적 흐름으로 보면, 이들이 계속 빌런으로 남는 게 당연하겠지만, 또 변칙이 발생해서 각성하는 내용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스파이더 버스 시각에서 보면 이들도 변칙적인 존재다. 스팟은 대놓고 차원을 넘나들며 휘젓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만약, 지구-42의 마일스가 지구-1610 마일스의 존재 자체에 위협적이라면 그것도 엄청난 변칙이 되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스파이더 버스를 안정시키려는 미겔 오하라 입장에서 이 둘 캐릭터는 지구-1610 마일스에 못지않게 변칙적이고 위험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구-42 마일스가 스파이더 버스를 이동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구-1610 마일스를 잡아두고 있는 상황이니까 지구-1610 마일스에겐 위험한 존재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지구-1610의 마일스만 쫓는다. 스팟도 추적하긴 하지만 마일스 추적에 비하면 적극적이지 않다. 주요 인물들에 비할 때, 미겔 오하라만 유일하게 변칙을 제거하고 스파이더 버스를 안정적으로 꾸리고자 하는 인물이다. 3편에서는 미겔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중요한 건 마일스뿐만 아니라, 이 3명의 캐릭터가 보여줄 행보에 따라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완벽에 가깝게 끝날 수도 있고 갑자기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척 : 매트릭스와 스파이더버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매트릭스가 떠오른다. 매트릭스 4편을 보면 마치 멀티버스 매트릭스처럼 우리가 알던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아닌 다른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등장하는 부분도 그렇고. 매트릭스 서사를 봤을 때, 가상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트릭스를 깨부수기 위해 행동하는 네오는 스파이더 버스에 대항하는 마일스로 볼 수 있다. 마일스와 함께하는 그웬은 트리니티로 볼 수 있다. 미겔은 매트릭스 설계자 아키텍트로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이번 영화는 단순하게 멀티버스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파란 알약은 스파이더 버스를 변칙으로부터 안정시키기 위한 선택과 같고, 빨간 알약은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을 막으려는 개척의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매트릭스를 제외하고도 이미 많은 영화에서 시스템 순응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 이번 영화가 그들과 다른 것은 멀티버스를 다루면서 그런 부분을 잘 녹였다는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플래시, 로키 영화들은 멀티버스를 소개하는 수준이거나 멀티버스 시공간과 캐릭터 서사 연출에 한정된 반면 이번 스파이더맨은 한발 더 나아간 주제 의식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멀티버스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담
스파이더 버스에서 앞으로 벌어질 공식 설정은 컴퓨터에 의해 계산된다고 한다. 미겔은 컴퓨터가 계산한 공식 설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스파이더 버스 관리자에 불과한 설정이다. 로키 시리즈도 떠오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생각난다. 아무튼, 3편에서 이 부분에 대한 떡밥 회수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근데 따져보면 킹핀과 닥터 옥토퍼스가 차원 이동기를 만들 정도인데 미겔의 팀이 미래를 예상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기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건 균형 맞지 않아 보이니까 굳이 따로 다루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마일스가 스파이더 버스 공식 설정에 대항하는 것에 있어서 특별한 계획을 보이지 않고 있어 캐릭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전 세계의 안정이라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인데 스파이더 버스는 뒤로하고 아버지의 희생을 막고자 하는 점에선 차원 이동기를 작동시켜 가족을 데려오려고 한 킹핀과 겹치는 서사라며 마일스에 대한 이입이 잘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인공이 쉽게 죽지 않으니, 상황 타개를 위한 계획은 3편에서 어떻게든 보여줄 것이니 개인적으로 위 의견과 달리 큰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두 번째 의견은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마일스와 킹핀은 히어로와 악당 관계이므로 다르게 봐야 한다. 킹핀은 이기심인 것이고, 마일스는 미성숙한 히어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수많은 스파이더맨들이 마일스 하나를 붙잡지 못한다는 설정은 <앤트맨 3 : 퀀텀매니아>에서 최고 빌런 수준인 캉이 앤트맨의 개미에게 패배한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이번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 버스>를 보고서 이모씨 친구와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1편을 다시 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이모씨가 옥에 티를 발견했다. 1편에서 그웬 아버지 모습과 2편의 그웬 아버지 모습이 다르다.
1편에서 그웬의 피터 파커는 그웬의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2편에서는 건물 잔해에 깔려 사망하며, 그웬의 간접적 책임 정도로 축소되어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변칙이 등장하고, 변칙을 막고자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변칙 그 잡채인 캐릭터 마일스와 그웬이 스파이더 버스 그 너머로 가는 이야기가 다음 편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와 트리니티처럼. 그래서 3편 제목도 비욘드 더 스파이더 버스 아닐까.
지금까지 멀티버스를 다뤘던 영화들 중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가 가장 아름답게 멀티버스를 설명했다. 멀티버스를 다루지만 멀티버스 넘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멀티버스를 다룬 영화들과 비교하면 한 발짝 더 나아간 수준이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들과 비교하면 메시지, 연출, 소재, 캐릭터 모든 면에서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해변의캎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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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되면 어쩔 수 없는 숙명인지..
"또한, 전 세계의 안정이라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인데 스파이더 버스는 뒤로하고 아버지의 희생을 막고자 하는 점에선 차원 이동기를 작동시켜 가족을 데려오려고 한 킹핀과 겹치는 서사라며 마일스에 대한 이입이 잘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상황을 너무 공리주의적으로 단순화한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우선 언제부터 '히어로'란 존재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 시키는걸 당연히 하는 존재였나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아니 애초에 본인이 희생하는게 아닌, 타인을 희생시키는건 희생이 아니라 제물이 아닐까요?
인피니티 워에서 비전을 희생시키는 대신 마인드 스톤을 부숴서 타노스의 계획을 막자는 의견에 캡아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나십니까?
"We don't trade lives (우리는 생명을 저울질하지 않아)"
물론 현실속에서 목숨의 가치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은 불행하게도 너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에 정답은 없습니다.
트롤리 딜레마 (Trolley dilemma)가 괜히 딜레마인가요?
어떤 이는 최대한 많은 수의 생명을, 어떤 이는 최대한 가치 있는 생명을, 어떤 이들은 결과는 신에 맡기고 리스크가 높더라도 모두를 구하고자 노력하겠죠.
가치관의 차이입니다.
과연 히어로란 존재가 누구는 살려야 할 목숨, 누구는 죽어도 되는 목숨 계산하면서 활동하는게 당연한걸까요?
대의라는 명분 아래에, 눈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자를 외면하는게 과연 우리가 바라는 히어로상인것 일까요?
처음에는 한 명이겠지만, 나중에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2명, 10명, 100명을 외면하라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마일즈의 판단이 단순히 미성숙한 히어로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딜레마에 대처하는 가치관의 차이라고 봅니다.
물론 미겔이 옳고 그른것도, 마일즈가 옳고 그른것도 아닙니다.
트롤리 딜레마에서 미겔은 소를 희생시켜서라도 대를 지키는 것을 택했고,
마일즈는 최악의 경우 양쪽이 모두 죽는 결과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차를 멈추고 모두를 살리려는 시도를 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웬의 밴드는 그 가치관에 찬동한 것이구요.
킹핀은 자기만족을 위해 이미 벌어진 일을 수정하려 했던 것이고,
마일즈는 스파이더맨 인디아의 싱 경관 때 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지금"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것 뿐이지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재밌긴한데 조금 복잡해서
정리가 필요한데 도움이 되어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