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나의 젊은 시절 히어로와의 작별 -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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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마지막(이번엔 진짜로?)인 운명의 다이얼을 봤습니다. 앞으로 해리슨 포드 옹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 후속편이 나오지는 않겠죠.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지난 4편때도 다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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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는 늙었습니다. TV를 보다 잠들었다가 옆집 청년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고, 과거 탄탄했던 몸매는 어디가고 노인의 몸매만 남았습니다. 다니던 대학에서도 이제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달로 사람을 보내는 시대이니 학생들은 고고학엔 관심조차 없습니다. 있는지도 몰랐다가 4편에서 만난 아들은 월남전에서 사망했고 이로 인해 재결합한 아내와도 이혼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냉장고엔 음식 하나도 없고 퇴임한 날도 바에 앉아 혼자서 축하주를 마십니다. 하지만 그런 인디에게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모험이 찾아옵니다. 같이 모험을 펼쳤던 친구의 딸이자 자신의 대녀가 나타나더니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오파츠인 안티키테라 기계와 그 행방을 쫓는 나치가 다시 한번 나타납니다. 인디는 살인 누명까지 쓰고 쫓기게 되다 자신의 대녀와 함께 나치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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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형적인 어드벤쳐 모험활극의 공식을 따라갑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전통을 지키고 싶어서 그랬는지, 제작자의 역량이 그정도까지였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인디는 쫓깁니다. 기차에서 나치에 쫓기고, 도심 한복판에서 CIA와 폴러 일당에게 쫓기며, 모로코로 날라가선 모로코 갱단에 쫓기고, 시칠리아에 가서도 안티키테라를 쫓는 폴러 일당에게 쫓깁니다.액션을 좀 더 축약하고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데 더 힘을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3편에서 아버지 헨리 존스로 보여주었던 세련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렇게 좋은 교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80먹은 노구를 카체이싱과 추격전과 육탄전에 끌어들여 해리슨 포드를 힘들게 하고 인디아나 존스를 힘들게 해서 보는 관객들도 지치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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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인디를 대신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축인 헬리나 쇼 자체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아쉽게도 2% 부족했습니다. 물론 98%는 인정합니다. 다만 초반에 인디를 깔아뭉개고 무시하는 부분을 없앴어야 합니다. 일단 관객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디를 공격함으로써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소싯적 풍운아같은 삶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제작진들은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구나" 라고 관객들이 생각하기를 기대했겠지만, 정작 관객들은 "옛날에 막살았구먼? 그러니까 저렇게 대부 등이나 쳐먹고 개무시하지. 쯧쯧쯧" 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맙니다. 그녀의 목적도 스탠드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언제는 돈이 최고라고 했다가,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받는 모습을 보였다가, 귀하게 얻은 보물을 경매에 그냥 내놓다가 등등... 진짜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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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킥 같은 존재인 테디는 이건 무슨 먼치킨에 데우스 오브 마키나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조종하는데 잘 하고,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급류속에서 수갑이 채인 채로 떠내려가다 적 거한을 쇠창살에 묶어놓고 자기만 유유히 빠져나와요? 무슨 슈퍼히어로입니까? 테디의 활약을 하게 하고 싶었으면 쉽고 편하게 가는게 아니라 당위성을 줬었어야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모는데 잘 몬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웃겼는지 시뮬레이션 하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연습하면 다 비행기 몰 수 있답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나마 알고봤더니 비행기 안에 파일럿이 자고 있었다는 납득이 가긴 했습니다. 여러 모로 발에 각목조각을 받치고 차를 운전했던 쇼티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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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그러니까 안티키테라를 찾는 부분부터 끝까지는 비교적 스무스하게 잘 흘러가서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반부는 너무 엉성했습니다. 이야기 전개나 당위성이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음... 그러니까 이러저런 스토리가 필요하니까 이런 신이 들어가고 저런 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만든게 아니라, "초반에 자극적이고 멋진 장면을 넣어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하자." 라며 "퍼레이드하는 와중에 말타고 도망가고 그걸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쫓아가면 멋있겠지?", "모로코 비밀경매장에서 안티키테라가 경매되려는 찰나 인디아나가 와서 막아내면 멋있겠지?" 이런 식으로 장면을 넣기 위해서 스토리를 어거지로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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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중간 시리즈의 오래된 팬들이라면 알 수 있는 여러 추억들과 까메오들을 넣은 것 들은 칭찬할 만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저거 어디에 나왔던 건데', '저것도 기억나네' 하면서 아련한 추억여행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영화 보는 주요 재미 중 하나가 이런 부분들을 즐기는 것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쇼티가 까메오로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카데미상에서 둘이 포옹하는 장면을 정말 감동적으로 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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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의 재미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듭니다. 해외에서의 평가도 4편보다 최악이다라는 평과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는 평이 혼재하는 양상이더군요. 하지만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아니라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최근 봤던 유사한 장르의 어드벤쳐 모험물인 "언차티드"와 "정글 크루즈"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 작품이니만큼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더 높은 기준을 잣대로 삼아서 봤던 것일까? 아니면 '인디아나 존스'라는 프렌차이즈와 캐릭터의 힘으로 포장한 영화일까? 해석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최소한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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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극장에 보러 온 사람들의 연령대가 꽤 높았습니다. 어떤 할머니 두분이 손 꼭 잡고 와서 보고 가시는 모습도 봤습니다. 하긴 1편이 1981년 작품이니 무려 40년 전에 극장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봤던 분들이겠죠. 저분들은 영화 초반에 인디의 초라한 노후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하여간 그분들의 입장에서라면 젊었을 때 봤던 히어로의 마지막을 함께 한 셈이 되겠군요. 그분들은 아르키메데스의 세계에 남고 싶어 하던 인디아나 존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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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에 쿠키영상은 없지만 흘러나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메인 테마의 선율에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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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언급하신 할머님들께선 재밌게 감동적으로 보셨길 바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