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 온, 후기가 없어서 씁니다-간단후기(약 스포)
익무에 라이드 온 후기가 없었군요.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씁니다.
최근 성룡 영화의 완성도랄까, 재미랄까, 크게 떨어져버린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무엇보다 멀리서 호쾌하게 성룡의 액션을 한 테이크에 담아내던 과거와 다르게, 최근 성룡의 액션은 잘게 자르고, 특히 액션 대역일지 모를 상황을 클로즈업 처리해서 이어 놓죠. 그래서 액션을 보는 맛이 시원하지 않습니다. 갑갑하기도 하고.
이건 <라이드 온>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 먼저 건드려 놓고 시작하겠습니다.
평소와 달리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면!!! 라이드 온은 상당히 특이하고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홍콩 반환을 기점으로 본다면, 성룡의 영화는 아마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콩 반환을 즈음해, 한동안은 할리우드에 몰두하다가 최근에는 아예 중국에 정착해가는 듯합니다. 특히 아들의 마약 사건 이후로 친중 행보가 더해진 듯해서 중국 외의 성룡 팬에게는 반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뭐랄까 애증 같은. 30대 중반 이후 한국 관객치고, 명절에 성룡 영화 한 편 보지 않은 관객은 없을 거니까요.
최고의 액션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중국으로 정착한 뒤 성룡의 영화는,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워져 한숨을 양산할 정도입니다. 액션 배우니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독이기도 하지만 그것과 다른 한숨 양산 포인트 역시 분명합니다.
뭐 이런 저런 성룡에 대한 양가의 감정을 가진 분들에게 라이드 온은! 상당한 이율배반을 느끼게 할 영화입니다.(아, 써놓고도 어려운 문장이네요.)
편집점을 잘못 찾은 페이드아웃으로 인해 플롯의 흐름을 뚝 끊어놓고 급작스레 이야기를 전환하는 등의 미숙함과 반대로, 성룡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과거를 때려박아 대놓고 눈물을 쏟아버리게 만들거든요. 즉 이성적으로는 영화적 완성도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감성적으로는 한바탕 뭉클하고 울컥하는 감정을 겪게 합니다. 그저 이상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표현하면 이해 되시려나요.
영화는.
과거의 화양연화를 간직한 몰락한 스턴트맨 루오의 이야기입니다.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했으나 이제 남은 것은 말 한 마리(레드헤어)가 고작입니다. 그는 홍콩이 잘나가던 시절에 흥했다는 설정이라, 마치 그것을 은근하게 비꼬는 듯한 은유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말을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과거 그와 함께 했던 스턴트 회사의 소유권 이전으로 레드헤어 역시 타인에게 넘어가는 상황에 처합니다.
어쩔 수 없이 변호사 수업을 받는, 남과 다름없는 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오래 전 이혼한 터라 홀로 자랐던 딸은 아버지에게 적잖은 반감을 가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자신을 사부라 부르는 유명스타가 루오와 레드헤어가 함께 영화에 출연해 달라 요청합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겹치죠.
루오가 스턴트맨으로 영화를 찍는 내내 그리고 딸과 가족으로 감정의 유대를 쌓아가는 내내, 실제 성룡이 출연했던 영화의 스턴트 장면이 삽입됩니다.
영화는 과도하게 페이드아웃과 페이드인을 사용해 툭 플롯을 끊어버리지만, 그런 불친절을 성룡의 스턴트 장면으로 채워줍니다. 그 탓에 이 영화는 이성과 감성이 따로 노는 희한한 영화로 자리매김해 갑니다.
아버지와 스턴트맨 사이에서, 가족을 돌보지 않는 그 순간순간마다 최고의 스턴트를 해내던 성룡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차마 이 영화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
그 외에도 전성기 성룡 최고의 스턴트 장면이 라이드 온 중간중간에 삽입됩니다. 성룡 영화 특유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NG 장면까지 활용해 성룡이 그간 해왔던 스턴트에 대한 감정을 고양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은퇴한 스턴트맨이라는 설정을 빌어 성룡이 지금에 느끼는 소회, 그리고 그 자신에게 보내는 추앙이자 마침표 같은 영화였던 겁니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유서 등은 실제 성룡의 유서였다고 하니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에 임했을지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가족에 대한 마음 더 정확하게는 후회 또한 영화를 빌어 꺼낸 진심이 아니었을까.
어느덧 한국 관객도 성룡이 출연했던 취권을 기점으로 40년이 훌쩍 넘게 그의 영화를 봐왔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성룡이 느끼는 소회나 반추 같은, 즉 나이 들어감에 따르는 세월이 만든 고양을 관객도 고스란히 맛 볼 수 있습니다. 성룡과 관객은 함께 늙어왔으니까요. 무엇보다 성룡의 세월과 관객의 세월이 합일하는 지점에서, 그리고 그 합일을 맛볼 수 있는 관객은 십중팔구 울고 말 겁니다. 라이드 온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성룡이 만들어준 과거의 영광, 아름다웠던 한때가 공집합으로 작용해 그의 화양연화가 나의 화양연화였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미칠 때! 성룡이 <라이드 온>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심전심, 그 마음이 울컥함을 넘어 뭉클함으로 그리고 이성을 넘은 감성으로 화학작용하며 내 속에서 내 바깥으로 쏟아져 나갑니다. 눈물이 되어!
그러한 까닭일까요. 아니 그래서이겠지요. 영화 <라이드 온>은, 그 눈물로 인해 함부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영화적 경지로 가버립니다.
되돌아와 <라이드 온>은, 특이하고 이상한 영화!!! 라는 개인적인 결론에 다다릅니다. 영화적 재미와 다르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타격감으로 감동을 줘버리는 이상한 영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평생 영화를 만들어왔던 배우가, 유서를 영화로 만든다면 바로 라이드 온이지 않을까. 그와 별개로, 또 잔혹한 평가일지 몰라도, 영화 전체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건 레드헤어로 등장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천장지구의 오천련을 떠올리게 하는 배우 류호존은 연기와 별개로 매력적입니다.
성룡이 그와 함께 했던 스턴트맨에게 보내는 경외, 그리고 그와 함께 한 팬에게 보내는 유서 같은 영화, 그게 <라이드 온>이었습니다. 영화적 추천은 어렵습니다만, 성룡의 영화를 오래 봐왔던 분들에게는 뭉클하고 감동적인 영화일 거라는 "이상한" 말로 마무리합니다.
추천인 12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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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보니 성룡의 용형호제 2, 취권 등 과거 대표작들과 이소룡의 그린 호넷 등 과거 홍콩 영화 팬들 향수 자극하는 장면들 재현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좀 궁금하긴 합니다.
그리고.. 극중 성룡의 말 이름은 한자로 '적토마' 할 때 적토던데... 그걸 영어식 레드 헤어로 표시한 게 좀 그렇더라고요. 자막이 영어 자막 중역인지...
과거에 영화적 흥분을 줬던 스턴트 장면이 오늘에 눈물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요즘 액션배우들이 많이 없는거 같은게 안타깝습니다 ㅠ
액션배우, 하니까 딱 떠오르는 배우가 없네요.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구요. 좋은 일 가득하세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십시오.
토요일 조조로 예매했습니다. 써주신 글만 읽어도 왠지 모르게 울컥하네요... 아마 저도 영화 보면서 눈물을 흘리 것 같습니다ㅋㅋㅋ
다만 성룡이 이제 떨어지는걸 그만두고 내려간다는 말을 하는데 울컥했습니다. 스턴트 없이도 액션을 찍는 영화계에 더이상 미련이 없다는 느낌도 들어서 슬펐습니다.
골든하베스트 마크가 나오는 영화에 홍금보 원표가 함께하던 그시절의성룡씨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