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1957) 말론 브란도의 걸작 멜로 드라마. 스포일러 있음.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영화는 걸작이다 하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 있다.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사요나라도 이런 영화들 중 하나다.
젊고 패기만만한 말론 브란도의 팽팽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6-25전쟁 중 일본에 주둔한 미군장교와 일본인 여배우 간 사랑이야기가 주제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인습에 대항하는 진실한 사랑" "백인 위주의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용기" "사회적 편견과 인습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는가에 대한 비판" "2차 대전 이후 패망하여 폐허가 된 일본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묘사" 등이 들어 있다. 이런 많은 이야기를 하면 영화가 난삽하고 곁가지가 너무 늘어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주제들을 하나의 잘 만들어진 멜로 드라마 안에 조화롭게 녹여넣었다는 것이다. 말론 브란도의 개인적인 사랑이야기가 사회인습에 대한 비판과 이의 극복과 함께 간다. 말론 브란도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내는 장면은 사회인습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내리는 사회적 도전과 일치한다. A patch fo blue 와 비슷한 유형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보다도 더 명작 같다.
말론 브란도는 625전쟁 때 적기를 아홉대나 격추한 영웅이다. 이런 영웅이 다치면 아군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에 후방인 일본으로 보내진다. 그는 아버지가 장군이었고, 그도 장군으로 승진할 커리어를 갖고 있다.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맞추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는 장군 그리고 어머니는 장군의 아내셨다. 나도 그런 결혼을 해서 그런 커리어를 갖는 것이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것이다"
당시 미군들은 일본여자와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회적 문제였다. 사회적 요구를 중시하는 말론 브란도는 당연히 반대다.
일본여자와 결혼하면 장래 자기 커리어는 어떻게 하는가? 자식을 낳는다면 그 자식이 받게 될 차별은 어떻게 하는가? 사회가 내게 기대하는 것이 이것이것인데, 나는 그것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깟 여자 때문에 이런 중요한 의무를 저버리다니......
하지만 자기 생각은 이렇더라도, 자기 부하 켈리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하자 그의 편을 들어준다. 자기 생각은 생각이고, 켈리는 사회적으로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 상관인 자기가 이것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흠...... 말론 브란도가 이렇게 뻣뻣한 것은 그냥 그가 임자를 못 만난 때문이
다. 어느날 극장에서 만난 댄서 하나오기에게 말론 브란도는
한눈에 반한다. 하나오기는 남자가 접근해서는 안되는 높은 신분의 댄서다. 말론 브란도는 그녀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혹은 말 한마디라도 건네볼 기회가 있을까 해서 극장에 붙어 산다. 맨앞줄에서 하나오기의 공연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창피해할 정도로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일본식 인사를 하고 갖은 오도방정을 다 떤다. 자기도 자기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 말론 브란도가 이 영화
코메디 담당이다.
가족이 미군의 폭격에 몰살 당한 하나오기는 미군에 대해 심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말론 브란도에게 일부러 적대감을 보이는데, 잘 생기고 신분이 높은 말론 브란도가 일편단심으로 그녀에게 구애를 하자 조금씩 흔들린다. 댄서로서 최고 지위에 올랐지만, 나이 들면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며 혼자 늙어갈 팔자다. 지금까지는 그냥 그것이 내가 받아들여야 할 전통이겠거니 하고 살아왔는데, 말론 브란도를 만나자 그것에 저항하고픈 생각을 가지게 된다.
보통 멜로 드라마 같으면, 두 사람이 맺어지는 데에서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것이 시작이다.
평범한 군인같았어도 일본여자와 사귄다면 난리가 났을 것인데, 공군의 영웅이자 높은 계급 그리고 장군의 아들인 말론 브란도가
일본여자와 사귀며 금기란 금기는 다 깬다니 충격적인 스캔들이다.
가족, 군대에서 전방위적으로 그에게 압력이 들어온다. 그것은 하나오기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대표적인 댄서 하나오기가
미국인과 사귀면서 사회적 금기 그리고 전통을 깨다니......
그들은 용기를 내야 한다. 사회인습에 대항하여 용기를 내는 것이 바로 개인적인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다.
"백인이 뭐라고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워?" "사회적 의무라고? 우리 의무는 서로에게 진실하고 서로 사랑하는 거야. 그게 우리 의무야."
같은 대사를 말론 브란도가 한다.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 영화가 히트쳤다는 것이 놀랍다.
켈리가 일본인 아내와 살기 위해 도쿄에 작은 집을 얻는다. 말론 브란도와 하나오기는 그의 집에서 밀회를 한다. 미국정부에서는
켈리와 그 아내를 떼어놓기 위해 켈리를 미국으로 전출시킨다. 미국법 상, 일본인 아내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생이별하라는 것이다.
결국 켈리와 그 아내는 권총으로 동반자살을 하고 만다. 이를 발견한 말론 브란도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기에게도 닥칠 미래다.
그는, 주저하는 하나오기를 설득하는 한편, 미국정부와도 맞짱을 떠야 한다. 보수적이고 자기에게 눈 흘기는 일본사회와도 맞짱을 떠야 한다. 이 다음 나오는 것이, 말론 브란도만이 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연기다.
주제를 떠나 멜로 드라마로서도 참 아름답고 슬프다. 말론 브란도와 하나오기 일급배우들의 처연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 묘사. 하나오기의 아름답고 어딘가 서글픈 그리고 애절한 (목소리가 딱 그렇다) 캐릭터 묘사. 말론 브란도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남자 묘사. 캘리와 그 아내의 비극적인 운명이 끼어들면서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말론 브란도 전성기의 연기를 유감 없이 볼 수 있다. 패기만만 에너제틱한 연기다. 하나오기 역을 맡은 여배우는 굉장히 아름답고
고귀해 보인다. 가녀리고 기품있어 보이는 하나오기는, 말론 브란도와 결혼하지만 춤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
그녀도 일본 전통과 보수적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는 결심을 한다.
기자가 충격적인 발표를 한 말론 브란도와 하나오기에게, 일본 및 미국정부에 전할 말이 있냐고 하자, 말론 브란도는 이렇게 답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전해줘요.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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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