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비비 영화 <화란> 칸 영화제 리뷰 공개
김창훈의 잔인한 한국 영화에서 십대 문제아가 조폭에게 의지하다.
감독/각본 김창훈. 한국 영화. 2023. 133분
어둡고 폭력적인 사제지간을 다룬 한국 누아르는 스타일 빼면 시체다. 신예 작가 겸 감독인 김창훈은 겉보기엔 터프하지만 속은 연약해서 위기에 빠지는 소녀 등 조폭물의 클리셰를 적지 않게 선보인다. 하지만 <화란>은 하드보일드 장르의 다른 작품들보다 선명한 시각과 분위기 조절이 돋보인다. 숨 막히게 조이는 드라마로, 파괴적인 생태계에 폭력과 착취가 심어져 있고, 모든 호의에는 숨은 저의가 있고, 모든 선물은 독이 되며, 모든 빚은 갚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김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에서 잔인함은 결코 씻을 수 없고, 단지 더 큰 잔인함을 유발할 뿐이다.
보기 불편하고 귀에 거슬리는 노골적인 폭력 장면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올드보이> <낙원의 밤> 같은 ‘코리안 익스트림’ 스펙트럼의 세련된 끝자락에 놓일 우울한 작품이다. 지루한 부분들이 있지만 범죄 액션과 암울한 교훈극의 거친 조합이 돋보이는 <화란>은 지옥으로 추락하는 지독한 경험을 원하는 장르물 관객뿐 아니라, 유연한 자세의 아트하우스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이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 상영을 앞두고 여러 지역에 판매됐다)
한국의 떠오르는 실력파 홍사빈이 겁 많고 말수가 적은 어머니,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 의붓아버지, 열정적인 이복누이 하얀과 함께 사는 17세 연규 역을 맡았으며, 팝 가수 겸 래퍼 김형서(일명 비비)가 하얀을 연기했다. 연규가 하얀을 괴롭히던 동급생들을 놀이터에서 공격하면서 돌과 펜치, 사무용 컷팅기, 야구 방망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사용되는 폭력과 빚, 보복의 소용돌이로 이야기가 빠진다.
학교와 음식 배달 일을 그만둔 연규는 그가 공격한 소년에게 줄 배상금을 대신 내준 조폭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찾아간다. 내향적이고 말투가 부드러운 이 범죄자는 마지못해 연규를 자신의 부하로 삼아서, 조폭의 수입원 중 하나인 오토바이 절도의 기초를 가르친다. 하지만 그 조직은 지역 정치에도 깊숙이 개입하여 뇌물, 협박 및 기타 회유 방식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들이 선택한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한다.
연규가 치건에게서 범죄를 배우는 과정이 전체 스토리의 중심축이다. 충동적이고 건장한 젊은이와 슬림하고 자제력 있는 사부의 음양적 균형은 무협 영화의 관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희생적인 피날레에서 절정에 이르는 동성애적 긴장도 존재한다. 화려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인간이 인간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세상, 행상인의 아들이 이유 없이 구타당하는 세상, 손톱이 뽑히는 건 쉬운 축에 속하는, 모든 조폭들이 범죄의 죗값을 받는 세상을 그리면서 일반적인 조폭 영화들의 광택을 끊임없이 훼손한다. 왜일까? “해야 되면 하는 거야”라고 치건이 연규에게 말한다. “좇같지?”
<화란>의 배경은 더럽고 소멸되어가는 가공의 ‘명안시’다. 연규의 비좁은 아파트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고, 나트륨등 빛의 거리는 기름기가 가득하며, 상점과 사업체는 빚더미에 갇혀 있다. 강네네의 침울한 피아노 선율 사운드트랙이 흐르는 이 영화의 세계관은 오토바이를 해체하고, 다시 칠하고, 폐기하는 오토샵, 즉 연료 탱크에 구멍을 내거나 볼트를 돌리지 않을 경우,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고철, 스페어 부품 및 연장들로 가득한 조폭 본부로 요약되어 있다.
와.. 잔인한 묘사들 많을 것 같네요. 단단히 각오하고 봐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