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리뷰: 실감나게 만드는 것이 과연 항상 좋은가?
슈퍼마리오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각 왕국의 개성이 잘 드러났고, 다양한 오마주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많은 게임 원작 영화가-당장 과거의 실사 슈퍼마리오만 해도...-얼마나 자주 원작 재현에 실패해 팬들의 원성을 샀는지 떠올린다면 이번 슈퍼마리오는 분명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원작을 어떤 식으로 구현했으냐'에 관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아마도 <슈퍼마리오 게임을 최대한 실감나게 구현하기>일 겁니다. 꼼꼼하게 그려낸 세계관과 횡스크롤과 3인칭, 1인칭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점 그리고 실제 게임을 그대로 옮긴 듯한 시퀀스-슈퍼마리오, 마리오카트, 동키콩 등-가 그 예입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사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슈퍼마리오를 체험하길 바랐겠지만, 본래 게임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거든요. 이미 게임이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 그러니까 '실감'이라는 게임의 최대 무기를 새삼 영화의 특성으로 내세워봤자 관객에게 새로운 감흥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카트 추격씬을 예로 들어볼까요. 영화에서 카트씬은 꽤 공들여 제작됐습니다. 속도감 있는 경주는 물론 화려한 아이템과 맵의 다양성, 액션 등이 게임에서 보던 것 그대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모든 것들은 게임에서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는 '보는 것'이지만 게임은 '하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거칠게 표현하면, 이번 슈퍼마리오 영화는 거대한 게임 티저 영상 같습니다. 게임의 엑기스를 2시간 분량으로 요약한 느낌이랄까요.
만약 이 영화가 옛날에 나왔다면 감상이 바뀌었을 지도 모릅니다. 슈퍼마리오 게임이 아직 2D 횡스크롤 형식에 머물러 있던 시절, 평면으로만 보던 슈퍼마리오 세계관이 스크린 위에 방대하게 구현되는 것만으로도 게임팬들은 감동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현재 게임 기술력은 너무 발전했죠.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게임 원작 영화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실감이나 체험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관의 재조명 또는 좋은 스토리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게임이 알려주지 않았던 것, 그래서 궁금했던 것들을 영화가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번 영화가 기존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관의 모습을 조명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를테면 영화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버섯왕국의 일상적인 모습 같은 것 말이죠.
버섯왕국의 일상을 조금 더 설명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스토리의 경우 사실 장르를 떠나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만, 게임 캐릭터의 개성을 잘 활용해 인상적인 스토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잘 한 대표적인 작품이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 1편>입니다. '콤플렉스의 승화'라는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게임 캐릭터들과 잘 맞아 떨어졌고, 평단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심지어 게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세계관의 뒷이야기도 독창적으로 그려냈죠.
슈퍼마리오, 무난한 영화입니다. 게임 원작 영화에 기대하는 요소를 모자라지 않게 채워 넣었고요, 가볍게 보기엔 충분히 괜찮습니다. 일루미네이션이 잘 하는 캐릭터성을 극대화한 영화니 흥행과 굿즈 판매도 이미 보장된 결과겠죠.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좋아하는 게임인 만큼 기대가 컸던 탓이겠죠. 앞으로의 게임 원작 영화들이 조금 더 제대로 뽑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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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마리오 게임의 재미를 넘진 못하고, 남이 하는 게임 지켜보는 듯했어요.
개봉 전 해외리뷰에서 지적한 단점이 바로 말씀하신 부분인것 같습니다. 비평가적 관점과 달리 일반 관객들은 바로 이 게임에서 체험했던 경험을 스크린에서 완벽하게 다시 경험하는 것에 점수를 주는 것이겟죠.
저는 너무 좋았거든요
그리고 훨씬 더 나아가서 젤다나 커비 등도 영화화해서 유니버스 만든다, 그러면 스토리는 필수라고 봅니다. 그 IP들에다가 함부로 마리오 같은 전략을 쓰면 안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