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ashiai (2015) 80대 나카다이 타츠야의 사무라이 연기. 스포일러 있음.
영화의 수준 여부를 떠나서, 나카다이 타츠야가 오랜만에 시대극에 복귀한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걸작까지는 가지 못하는 작품이다. 애초에 걸작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영화는 아주 작지만 잘 만든 영화다.
젊었을 적 명성을 날리던 사무라이가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것을
잃고 평생을 회한 속에서 보낸다. 그가 80대노인이 되었을 때, 젊었을 적 자기와 똑같은 위기에 처한 커플을 발견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살벌한 검술대결에 나간다.
80대 노인 나카다이 타츠야가 엄청난 검술연기를 펼칠 수 있을 리는 없다. 이 영화는 검술대결이라는 소재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나카다이 타츠야의 내면연기가 주이다.
다 늙은 나카다이 타츠야는 아주 오래된 무덤들을 찾아 나선다. 이낀 낀 돌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숨겨져 있는 작은 무덤과
거대한 비석으로 호화롭게 만들어진 무덤이다. 자기 아내였던 여자와 자기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의 무덤이다.
자기는 이미 80대가 되었는데, 아내였던 여자는 30대 초반에 죽어 묻혀 있고,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는 40대에 죽어 묻혀 있다.
아주 대조되는 무덤 아래 묻혀 있는 두 여자들은 나카다이 타츠야에 의해 묶여진다. 그는 무덤 앞에서 무척 슬퍼하지만,
그 무덤에 오랫동안 와보지 않았다. 도대체 왜일까? 화면은 아주 청초하면서도 깨끗 조용하다. 나카다이 타츠야의 연기도
카리스마나 드라마틱한 것은 제거한 담백하고 섬세한 연기다.
그리고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그의 젊었을 적 사건을 보여준다. 두 여자의 불행을 가져왔던 자기 젊었을 적 어리석음 그리고
비겁함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늙은 나카다이 타츠야가 회상하는 과거는 노스탤지어와 후회로 가득한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그렇게 보내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었나? 이 영화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바로, 장자가 되지 못한 아들의 운명이다. 사회제도를 비난하는 것인데,
장자가 되지 못하면 가문의 이름을 내세우지도 못한다.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야 한다.
나카다이 타츠야도 명망을 떨치던 사무라이에서 자신의 실수로 장애인이 된 이후 같은 운명을 맞는다. 그는 없는 듯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약혼도 파혼 당하고, 20세의 농촌 처녀를 아내로 삼아 살게 된다. 예전 같으면 하녀로 삼았을 여자인데.
하지만 심성이 착하고 바른 나카다이 타츠야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해준다.
아마 상속 문제가 복잡해질까 봐 그런 것인지, 나카다이 타츠야는 아이를 가져도 그 아이를 낳자 마자 죽여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을 하나 하나 죽이면서, 나카다이 타츠야는 무너지고 피폐해진다. 아이를 죽이면서 목 놓아울던 아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버린다. 죽으면서 나카다이 타츠야더러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기와 약혼했다가 부모에 의해 강제로 파혼을 했던 여자는 다른 권력가에 시집 갔다가 나카다이 타츠야를 잊지 못하고
산다. 그러다가 마음의 병을 얻어 요절한다.
자기 실수와 객기로 장애인이 되어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은 맞다. 하지만, 장애인이 된 것은 그렇다치고, 나카다이 타츠야에게는
이 두여자를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 길밖에 없었을까? 장애인이 된 후에도 그는, 좀 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두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가령 무기력하게 사회규범을 받아들였던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니었던가? 사회규범에 저항하면서 사랑을 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죽은 두 여자들을 그렇게 그리워하면서도 그 무덤에 와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평생에 걸쳐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애타는 그리움을 느낄 뿐이다.
늙은 나카다이 타츠야는 가족 하나 없이 친척에 얹혀 눈칫밥을 먹으며 산다.
다 그의 잘못 때문이다. 젊은 시절 최고검객 사무라이로 이름을 날리며, 명망 있는 권력가 딸과 약혼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던 그가 평생의 회한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늘그막에야 잡는다. 아버지 뜻에 따라 권력가에 시집 보내질 운명에 처했던 소녀를 도와 권력가에게 혼자 대항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평생을 후회한 그와 달리, 소녀는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자기 사랑을 선택한다. 젊은 나카다이 타츠야보다 더 현명하고 용감하다. 나카다이 타츠야는 옹졸하게 앙심을 품은 권력가에게 소녀를 대신해 대항한다. 그리고 있는 듯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무라이로서 할복자살하는 최후를 맞는다.
나카다이 타츠야는 과연 대배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우라가 남다르고 연기가 대단하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감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나카다이 타츠야의 평생의 회한과 노스탤지아, 그리고 그리움같은 것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자아내는 연출도 굉장히 좋다. 영화가 아주 단단하다. 느슨한 부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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