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가 한국에서 왜 인기지?" 일본 매체 칼럼
일본 영화 사이트 시네마투데이 칼럼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https://www.cinematoday.jp/page/A0008709?g_clk=top_specials
[칼럼]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국에서 왜 히트?
200만 명 돌파 대인기
일본에서 대히트 상영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1월 4일 극장 개봉되어, 2월 1일에는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이후 흥행 Top 10 상위에 올랐는데, 1월 27일에는 박스오피스 1위가 되었고 (이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2월 1일 기준). 왜 이렇게까지 한국 관객에게 통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시작된 건 1997년경부터이며, 영화에 관해 언급하자면 같은 해 12월 5일 극장 개봉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부터 단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어, 현재는 성인영화를 제외하고 일본영화에 대한 규제는 거의 철폐되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관해선 의외로 한국에 일찍 도입되어 <마징가 Z> <아스트로 강가>(짱가) 등을 TV에서 보고 자란 세대가 적지 않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원작 만화인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발표된 건 1992년으로 약 30년 전. 당시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이 작품을 계기로 농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많았다. 필자도 친구의 자녀가 갖고 싶어 하는 <슬램덩크> 관련 굿즈를 일본에서 구입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곤 했다.
이처럼 인기였던 <슬램덩크>지만 일본과 큰 차이는 캐릭터명이 현지화되었다는 점이다. 사쿠라기 하나미치는 강백호, 미야기 료타는 송태섭으로 바뀌었다. 당시 한국에선 지금보다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풍조도 있어서, 한국 이름이 아니면 불필요한 반발을 낳을 우려가 있었다. 지금은 자막을 못 읽는 저연령층 대상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한국어 자막으로 극장 개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 한국어 자막판과 더빙판으로 동시 개봉된 것이 이례적인 일이며, 개봉 첫 주 주말에 더빙판 성우가 무대인사를 진행한 것도 이례적이다.
필자는 한국의 설 연휴 중 1월 24일 아침 첫 회 상영을 집에서 가까운 더빙판으로 감상했다. 30대, 4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아이를 데려온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본편에서는 미야기가 전학을 와서 칠판에 쓴 이름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장면이 새롭게 한국어로 그려져 있는 등의 차이가 있었다. 또 한국에선 엔드 크레딧이 올라오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보기 드물게 상당수 관객들이 끝까지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또 고등학생 아들과 보러 간 한국인 친구는 “송태섭(미야기 료타) 모자의 관계와 죽은 형의 그림자를 쫓는 그의 심정에 끌렸다.”라고 소감을 말하고, 관람 후 아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국 인터넷에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데, 반일 운동을 전개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조차 “No Japan일지라도 슬램덩크는 보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막판과 더빙판 둘 다 봤다. 또 보러 간다.” 등 N차 관람객이 속출하고 있어, 관객 동원수를 더욱더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이 작품의 흥행 성공은 어떻게 보면 예상된 일이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것일까. <슬램덩크>도 그랬지만,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선 농구 붐이 일고 있었다. 1994년 방영된 장동건, 심은하 주연, 농구에 대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 장동건의 출세작이 되었다. 또 1997년에는 한국에서 프로 농구 리그가 개막하는 등, 더욱더 순풍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선 “키덜트”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자신의 취미나 흥미 있는 것에 돈을 쓰는 어른들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에선 오토나가이(大人買い)에 해당한다. 영화 개봉에 맞춰 재판된 복각판 원작 만화는, 1만 부 팔리면 히트라는 한국 출판 만화계에서 100만 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고, 1월 26일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는 기간 한정 관련 굿즈를 취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가 오픈하여, 연일 수많은 키덜트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너의 이름은>(2016)이 가진 한국 내 일본영화 최고 관객 수 379만 7,426명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에서의 <슬램덩크> 열기는 현재로선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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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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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진짜 너의 이름을 넘어설지 궁금하네요
그 시절의 젊음도 그리울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재밌어서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