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대단한 점(작품 해설 번역)
일본 영화 사이트 '시네마투데이'에 좋은 칼럼이 실려서 옮겨봤습니다.
https://www.cinematoday.jp/news/N0134356?g_clk=panel_specials
본문 중간에 스포일러가 있다고 하는데...
별로 스포일러 같진 않지만 어쨌든 참고하세요. (체크해놨습니다.)
영화 <슬램덩크>는 어떤 점이 대단한가?
(일본에서) 12월 3일 개봉해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16일 동안 관객 동원 281만 명, 흥행 수입 41억 8,900만 엔을 기록하면서 개봉 첫 주부터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약 26년 전인 1996년 연재가 끝난 만화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이 정도로 히트한 것은, 골수팬들이 있는 원작의 인기 덕분도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원작 팬도,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하나 같이 “처음 보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찬 작품이었던 것 같다.
영화의 내용에 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아서, 개봉 전에는 과거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바뀐 성우진과 3D CG 영상 등 때문에 인터넷에선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들도 나왔지만, 공개 후에는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개봉 첫 이틀 만에 84만 7,000명, 흥행 수입 12억 9,600만 엔이라는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로도 순조롭게 관객을 모으면서 원작 팬 외에도 SNS 호평 등에 관심이 생겨서 본 사람들도 많은 듯하고, 영화에 감동한 원작 팬이, 마찬가지로 팬인 친구 등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 모습도 보였다.
원작자가 직접 감독을 맡은 영상의 퀄리티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놀라는 부분은 영상의 퀄리티다. 이번 영화는 원작자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감독을 맡았는데, 만화가로서 손꼽는 그림 실력을 자랑하는 이노우에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SNS나 공식 사이트 등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많다. 이노우에의 빼어난 그림 실력이 드러나는 만화나 일러스트의 그림이, 담백한 톤으로 종이 위에 그려진 느낌이고, 디테일한 선과 터치도 그대로 살린 채 장편 CG 애니메이션화된 영상은, 수작업 느낌으로 만들어진 셀룩 CG 애니메이션이나 CG와 수작업 그림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어서, 원작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지금껏 본 적 없는 굉장한 것을 봤다는 놀라움과 감동을 느낄 것이다. 성우의 목소리도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과거의 애니메이션과 차이 때문에 당혹감이 생기지만, 보다 보면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는 의견도 많다.
농구 경기 장면의 영상은 특히 압권인데, 모션 캡쳐를 구사한 3D CG의 세심한 조율과 철저한 리터치로, 실제 시합을 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재현했다. 애니메이션적인 과장이 없는 리얼한 움직임을 목표로 하면서,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을 주기 위해 이노우에 본인이 화면 구석구석의 디테일까지 신경 쓰면서 그림 수정 지시를 내렸고, 3D CG 특유의 무기질적인 질감을 억제한 이노우에식 그림 표현을 리얼리티와 생동감과 함께 애니메이션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당시 제작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인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과거 TV 애니메이션판의 퀄리티에 만족하지 못했던 원작 팬들도, 이번에는 확실하게 진정으로 보고 싶었던 <슬램덩크>의 영상화라는 감동을 받게 된다.
이렇게 실현되기까지는, 구체적인 기획이 세워진 지 13년, 이노우에가 기획을 승낙한 지 약 8년, 실제 작업이 시작된 지 약 4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동안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이 들어갔는데, 그 제작 과정의 일부는 특별 사이트 ‘COURT SIDE’에 게재된 스태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https://www.slamdunk-movie-courtside.jp/ )
(이하는 스토리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원작을 읽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각색
그리고 물론 이야기도 놀라웠다. 철저히 감춰진 이야기는 원작에서 그려진 마지막 시합, 북산고교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다뤘다. 게다가 원작과는 다른 시점으로,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가 아닌 송태섭(미야기 료타)을 주인공으로 삼고서, 원작에선 그려지지 않았던 송태섭의 배경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원작과) 같지만, 이번 영화만의 주제를 바탕으로 하나의 영화로 정리했기 때문에, 원작에서 제외된 요소도 많은 한편, 새로운 요소도 많아서 원작 팬들도 신선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합 중 송태섭뿐만 아니라 다른 북산팀 멤버들의 과거도 살짝 그려지기 때문에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캐릭터를 알 수 있고, 원작 팬들은 명장면 모음을 보는 듯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 산왕팀의 캐릭터들은 원작만큼 그려지지 않았지만, 무패의 강호팀으로서 압도적인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북산팀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어느 쪽이 이길지 조마조마한 전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 끝)
원작의 속편을 원하는 팬들을 위한 하나의 대답
2003년에 처음으로 기획 제안을 받고, 2009년부터 구체적인 영화화 기획을 여러 차례 제안 받았음에도 거절해온 이노우에가, 2014년에 영화화 기획을 승낙한 건, 5년에 걸쳐 비디오 메시지와 파일럿 버전을 여러 차례 제작해 보내온 프로듀서의 열의에 감동받은 것, 그리고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이상에 가까운 영상화 실현에 희망을 느낀 것이 직접적인 이유였다는데, 그 밑바탕에는 독자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1996년 (만화) 연재 당시, 인기 절정 가운데 완결을 지었던 건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작품적으로 훌륭한 결말이었고, 그 결말이었기에 전설이 되었지만, 좋든 나쁘든 예상을 빗나가는 결말이었고, 인기 만화의 정석과는 다른 완결이었기 때문이다. 인기가 그만큼 높았던 탓이지만, 뜻밖이라고 느끼거나 작가가 구상을 갑자기 바꾼 결말이라고 느낀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노우에는 원래 구상했던 결말이었다고 자주 답변했고,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독자적인 이벤트도 진행했지만, 속편을 읽고 싶어 하는 목소리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노우에는 거기에 응하지 못하는 점과 독자들을 마지막에 상처 입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독자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고 <THE FIRST SLAM DUNK re:SOURCE>에 실린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기 위한 하나의 대답이 이번 영화를 스스로 책임지고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영화가 속편을 그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이노우에가 그리고 싶었던 것이 업데이트된,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슬램덩크>가 되었고, 최고의 신작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이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이노우에가 직접 붙인 제목 ‘더 퍼스트’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더 세컨드’는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노우에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창작의 고통을 맛봤음에도 얻은 것도 컸다고 하고, 캐릭터들이 내 안에 계속 살아있다고 자신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기 때문에 어쩌면 속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지만, 일단은 나중의 이야기. 어쨌든 이번 영화는 원작 팬이든 읽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가 놀라움과 감동을 느낄 작품이 될 것이다.
golgo
추천인 7
댓글 9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수입사, 배급사도 엄청 애쓰는 것 같고요.
사실 줄거리 소개 정도예요.^^
한 명의 캐릭터 중심 영화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원작 몰라도 따라갈 수 있나 봅니다.
과연 한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