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일본 관객과의 GV 내용 정리
일본의 한류 전문 사이트 Kstyle에 박찬욱 감독 일본 GV 내용 정리된 기사가 올라와서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https://news.kstyle.com/article.ksn?articleNo=2208605&categoryCode=MV
12월 27일 일본 도쿄에서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GV 시사회 개최
<아가씨>(201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일본을 찾은 박찬욱 감독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
(첫 인사)
박찬욱 감독: 약 6년 만에,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되는 장편 영화를 찍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앞으로 관객분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날이 올까?’하고 무척 걱정했기 때문에, 마치 처음 영화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것처럼 들뜨고 설레는 기분입니다.
MC의 질문: 전작 <아가씨>와는 전혀 다른 설정이지만 사랑 이야기를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융합시키는 스타일에 끌린 이유가 뭔가요?”
박찬욱 감독: 사랑이란 건 아주 커다란 미스터리라서, 그 두 가지는 무척 잘 어울리는 요소라고 봅니다. ‘왜 나는 그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라는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수수께끼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에 로맨스를 융합시키는 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질문: 한국어와 중국어로 말을 주고받는 게 무척 섹시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뭔가 서로 통하는 듯한 모습이 멋졌는데요.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었나요?
박찬욱 감독: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건, 이야기의 효과적인 장치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조건과 장벽이 있을수록 더 드라마틱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언어의 벽이라는 걸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를 만들 때 통역이 필요한 장면은 아무래도 묘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관객들도 답답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해보려고 했어요. 주인공 해준과 관객들까지 모두 답답하게 만들어보고자 했던 거죠. 여주인공 서래가 뭔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라고 말하는지 무척 궁금해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한국말로 말하고 있으면 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건지 궁금하시겠죠? 그러니 가능한 한 짧게 말하고 통역가분에게 넘기겠습니다.“
(관객들 폭소)
관객 질문: 이전의 작품들과 다르게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싶었던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박찬욱 감독: 제가 지금껏 만들어온 영화들도 낭만주의적인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작품들은 폭력적인 장면과 에로틱한 장면의 이미지가 강해서 사랑 이야기가 잘 안 보였을지도 몰라요. 이번 영화를 찍고서 제가 “이번에도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라고 소개하면 다들 웃어요. 제 마음속으론 더욱 직접적인 러브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러브스토리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지금까지 넣었던 요소들을 (이번엔) 넣지 않은 거죠.“
관객 질문: 이 영화에서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첨단 장비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애초부터 구상했던 건가요? 아니면 각본을 쓰는 도중에 이야기에 포함시킨 건가요?
박찬욱 감독: 처음에 써낸 각본을 다시 읽어보니 ‘이거 큰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떻게 바꿀까 생각했는데 곧바로 포기했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필름 카메라나 구식 테이프 레코더, 종이 자료 등을 사용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만약 그런 영화를 만든다면 관객들은 ‘이게 뭐야, 이상하네’라며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낄 거예요.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결코 구식 영화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고,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현실 세계에서 그러한 장치들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죠.
디지털은 차갑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스마트폰을 마치 손의 일부처럼 항상 쥐고서 뭔가를 하고 있죠. 그리고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가 지금 읽고 있다, 는 것까지 알 수 있죠. 기계적인 차가움이 아니라, 상대방도 분명 손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상대의 손을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더라도 메시지를 통해 마치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은, 상대방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기왕이면 더 많이 사용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기로 생각했죠. 통역 앱의 사용은 각본 집필 마지막 단계에 넣었고요.
(마무리 인사)
박찬욱 감독: 이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2번 이상 보면 더 재밌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해준의 관점에서 보고, 두 번째는 여주인공 서래의 관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이죠.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의 입소문이 퍼졌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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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기사쪽이 더 자세했나 보더라고요.
스시도 나오고 벽지도 뭔가 일본인들에게 친숙할것 같은데 흥행했으면 좋겠네요.
일본에서도 흥행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