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vs 앰버 허드 재판 영화 관람평 번역
조니 뎁 vs 앰버 허드의 재판 과정을 쭉 다뤄온 LA 주재 일본인 사루와타리 유키 기자가...
문제의 영화까지 보고서 관람평을 올렸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news.yahoo.co.jp/byline/saruwatariyuki/20221005-00318138
재연 배우를 쓴 조니 뎁 재판 영화는 터무니없이 싸구려에다 최악이었다.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명예훼손 재판을, 재연 배우를 써서 영화로 만든다. 이 기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터무니없는 것이 될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Tubi가 공개한 <Hot Take: The Depp/ Heard Trial>은 예상보다도 지독했다.
이 영화를 형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싸구려(cheap)’. 세트와 출연진을 봐도 제작비를 들이지 않은 게 분명하고 접근 방식도 싼 티 난다. 1시간 24분의 이 작품을 “영화”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건 화제가 된 사건을 이용하려고 서둘러 적당히 만든, 안일하고 조잡한 TV 드라마다. 실제로 있었던 스캔들 사건을, 재연 배우를 가지고 드라마처럼 재현시키는 건 옛날부터 흔한 일인데 그런 사례의 최신판인 셈이다.
이 “영화”는 재판에서 뎁과 허드가 증언한 내용을 플래시백 형태로 보여준다. 재판에서의 증언 자체에 관해서는 뎁을 연기한 마크 합카와 허드를 연기한 메건 데이비스가 (재판) 중계 영상을 보고 연구한 듯, 말투의 특징은 일단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건 연기라기보다는 흉내. 그것도 너무나도 어설픈 흉내여서 보고 있기가 괴롭다. 더욱더 보기 괴로운 건 플래시백 장면이다. 두 사람이 <럼 다이어리>를 통해 친해진 상황 등 과거 두 사람의 모습이 연기로 재현되는데, 무엇보다 각본이 너무 진부해서, 시청률 저조한 낮 시간대 드라마 이하 수준이다.
캐스팅, 대화가 아주 부자연스러워
나쁜 건 각본뿐만이 아니라,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뎁과 허드에겐 아무런 신빙성도 없고, 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단순한 이유로, 나이 차이가 있다. (실제) 뎁과 허드의 나이 차이는 23살이나 됐지만, 합카와 데이비스는 같은 연령대 정도로 보인다.
뎁이 허드를 처음 만났을 때 허드는 22살이었고, 그 나이만이 가능한 풋풋함(사실 스트리퍼 경험이 있는 허드는 결코 청순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 사실을 당시 뎁은 몰랐다), 눈부신 젊음에 뎁은 매혹됐다. 뎁은 자신이 중년 아저씨고, 반면에 허드는 아름다운 피조물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찬가지로 나이 차이가 컸던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에 빗대서, 자신들을 ‘스티브’, ‘슬림’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뎁이 허드를 만나자마자 서로 그 닉네임으로 부르자며 갑작스레 제안하며 생겨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플래시백으로 오가는 다른 대화에도, 실제와는 다른 것들이 잔뜩 나온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초기 장면에서 허드가 뎁에게 “당신 아이들은 잘 있어?”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허드는 뎁의 자식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뎁이 아이들과 만나고 있으면 자길 신경 써주지 않는다며 질투까지 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허드를 실제보다 다정한 여성으로 묘사하려 한다. 허드가 뎁에게 소리치는 장면에서도 데이비스는 결코 무서운 표정을 짓지 않고, (실제) 허드를 상당히 배려하여 부드러운 연기만 보여준다. 이것은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한 것이며 가장 불쾌한 부분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허드를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끔 결정한 것이다.
데이비스가 ‘피플’지의 팟캐스트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실제 재판을 전혀 보지 않았고, 허드 역할을 맡으면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말라.”고 감독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재판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을 제대로 봤다면 누가 거짓말을 계속해왔는지 명백하다. 판결도 제대로 나왔다. 그런데도 세상에 뿌려진 거짓말들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된 인물의 편을 들지 말자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지난달에 먼저 공개된 이 재판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포함하여, “양쪽에 공평한 입장에서”라고 강조한 매체들은 아직도 있다. 재판 전이라면 그런 주장도 납득이 됐겠지만, 재판에서 이미 답이 나왔으니 그 진실을 제대로 전달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공평하다고 할 텐데 말이다. 잘못된 “공평”을 주장하기 위해, 이 “영화”는 허드의 플래시백으로 그녀가 뎁한테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갖가지 지독한 폭력을 그리고 있다. 진실을 무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굳이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즉 이 “영화”는 제목은 “Hot Take”일지라도 새로운 시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허드가 침대 위에 인분을 놓았다던가, 허드가 보드카 병을 던져서 뎁의 손가락 끝이 잘렸다든가, 재판에서 나온 가장 센세이션널한 것들을 여러 가지 섞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쪽은 허드라는 걸 배심원들에게 확신시킨 가장 중요한 대화와 증거는 빼놓고 있다. 또 뎁이 재판에서 이겼다는 결과는 마지막에 자막으로 살짝 나오기만 할 뿐이어서, 이 재판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본 사람은 이 재판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제작진의 의도였을까? 아무 생각도 없는 척하면서, 옳은 건 허드일지 모른다고 시청자들이 생각하게 만들려는 건 아닐까?
설령 그렇다고 한들, 이 작품이 영향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재판을 제대로 본 사람들은 이런 쓸데없는 걸 안 볼 것이고, 재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애당초 관심이 없을 테니까 안 볼 것이다. 이 “영화”는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 본 상태로 끝날 것이다. 진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적어도 그것만큼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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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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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영화인 것 같네요. ㅠㅜ 좋은 기사와 수고로우신 번역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