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영화 보러다니다 경험한 사소한 23가지
파리에서 두 달 넘게 생활하면서 영화 보다가 느끼고 경험하고 알게 된,
한국에서 영화 보러 다니면서 느낀 것과는 다른 사소한 것들을 많이 느껴서 뜬금없이 끄적끄적 해봤습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1. 프랑스 바깥에서는 프랑스 자국 영화들은 예술영화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으나 막상 프랑스 극장에는 자국 내수용 코미디 영화가 훨씬 많이 개봉합니다.
2. 한국에서는 영화 상영 시작 전 광고시간이 10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기본적으로 20분입니다. 주로 영화 예고편을 틀어줍니다. (근데 프랑스 코미디 영화는 예고편을 정말 못 만듭니다)
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미국과 동시 개봉일 때도 있지만 한주 늦게 개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최초 개봉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보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4. 개봉작들이 극장에서 개봉하고 상영을 모두 마치는 그 사이클 기간이 한국보다 훨씬 깁니다. 한 영화가 개봉하면 기본적으로 한 달은 꾸준히 상영해줘요. 5월 4일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아직도 파리 시내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볼 수 있어요
5. 모든 영화들은 아니지만 특정 영화들은 프랑스 개봉 전에 Avant-Premiére라고 해서 개봉일 전에 특정한 날의 (주로) 저녁 시간에 영화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6. 최신 개봉작은 프랑스 영화를 제외한다면 미국영화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그 외에 다른 유럽 국가의 영화들이 많습니다. 아시아 영화가 개봉한다면 대체로 일본영화가 개봉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술회전 0>, <명탐정 코난 극장판: 할로윈의 신부> <원피스 필름 레드>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비중이 큽니다. 한국영화는 올해 <헤어질 결심>이 프랑스에서 개봉했고 9월에 <당신 얼굴 앞에서>,12월에 <브로커> 개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그 세 편 밖에 없는 것 같네요..
7.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 영화를 정말로 잘 안 봅니다. 지난 주 프랑스 박스오피스 1~5위가 전부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미니언즈 2>, <탑건: 매버릭>,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버즈 라이트이어>, <엘비스>).
8. VF(불어 더빙)과 VOST(원어 상영) 중에서 제가 느낀 바로는 VOST 상영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IMAX나 4DX는 불어 더빙인 경우가 많이 있어요
9. 같은 영화와 포맷이라도 멀티플렉스 체인(Pathé & Gaumont, UGC, mk2 등)마다 티켓 가격이 다릅니다. Pathé & Gaumont이 가장 비싸고 그다음이 UGC, mk2 순으로 티켓 가격이 싸집니다. 한국은 관객을 어린이, 청소년, 성인으로 구분하여 다르게 티켓 가격을 매기지만, 프랑스는 14세 미만, 26세 미만, 학생, 성인으로 구분하여 좀 독특하게? 가격을 매깁니다.
10. Pathé & Gaumont을 제외한 모든 극장은 비지정석입니다. 대체적으로 선착순 입장이고 입장한 뒤에 마음에 드는 좌석에 앉으면 됩니다.(Pathé & Gaumont은 좌석을 지정예매할 수 있는데 그 대신 개별 티켓값을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보다 비싸게 받는 겁니다.) 그 대신 웬만하면 어느 좌석에 앉아도 스크린이 한눈에 잘 들어옵니다. 선착순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관객들도 영화관 입장시간보다 더 한참 일찍 온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11. 정해진 기간동안 매달 지정된 금액을 지불하면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Pathé & Gaumont의 Cinepass, UGC의 UGC illimité(mk2와 연동 가능)이 있는데, 각 체인의 지점에서는 물론이고 이 무제한 카드와 연계되어 있는 독립영화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Cinepass는 한달에 19.9유로, UGC illimité는 21.9유로를 매달 내야하지만 범용성은 UGC illimité가 훨씬 좋은 편입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자체적으로 구독권을 만들어서 운영 중입니다) 저는 이걸 끊고 두 달간 30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어요
12. 프랑스 파리에서 IMAX, 4DX, 돌비 시네마, 돌비 애트모스 같은 특별관은 전적으로 Pathé & Gaumont 독점입니다. 최신영화를 특별관에서 보는 걸 좋아하시는 분은 Cinepass를 구독하면 좋은 선택입니다. 다만 IMAX, 4DX는 CGV용산아이파크몰이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납니다
13. 프랑스 극장에선 영화 표를 구매하지 않으면 화장실을 절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아예 표가 없으면 의자가 있는 극장 로비에도 못 들어가요.
14. 큰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더라도 작은 극장에서 개봉이 조금 지난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4월 6일 개봉한 <우연과 상상>을 아직도 파리 시내 어느 극장에서 볼 수가 있어요
15.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말고도 마치 시네마테크의 상영관 역할을 하는 작은 극장들이 국가 지원을 받아 운영 중입니다. 그 극장들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짜거나 개봉 또는 재개봉하는 고전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상영합니다. 특별전도 각 극장마다 각양각색입니다.
16. 프랑스 정부에서 독립영화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에 상영시설(영사기, 스크린)만큼은 부족한 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파리 시내의 건물들이 공통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좌석 간 단차나 좌석 상태는 평균적으로 좋지는 않은 편입니다(멀티플렉스도 상영관마다 상태가 천차만별이긴 합니다. 반대로 독립영화관이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은 곳도 있어요)
17. 제가 경험한 바로는 비스타 비율의 스크린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대체로 제가 방문한 극장들은 거의 시네마스코프 스크린이었어요. 그런데 공통적으로 어느 극장을 가도 마스킹을 절대 안 합니다.
18. 고전영화들을 많이 재개봉합니다. <트루먼 쇼>나 <엄마와 창녀> 같은 영화도 재개봉했고, 현재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전작들이 리마스터링되어서 순차적으로 재개봉하고 있습니다. 저는 <맘마 로마>를 다음 주에 보러 갈 예정입니다.
19. 프랑스 멀티플렉스 체인도 자체적으로 특별상영 이벤트를 만들어서 꾸준히 상영합니다. 현재 Pathé & Gaumont은 <로보캅>, <토탈 리콜>, <원초적 본능> 같은 작품을 특별상영해주고 있고, UGC는 매주마다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를 지정해서 각 주요 지점에서 틀어주는데 지난주에는 <황야의 무법자>를 상영했습니다. mk2도 도서관 옆 지점에서 지금 지브리 영화들을 매주 순차적으로 상영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의 공포영화들도 틀어주고 있어요
20. 4시간 이상의 초장편 영화도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총 8시간의 런닝타임을 가진<일과 나날(시오타니 계곡의 시오지리 다요코의)>이라는 작품이 프랑스에서 최근에 개봉했는데, 세 파트로 나누어서 동시 개봉을 했습니다. 이 영화도 개봉한 지 3주가 되어가는데 파리 한 극장에서 파트를 날마다 바꿔가면서 상영 중이네요. 저는 1, 2, 3부를 각각 다른 극장에서 봤었습니다.
21. 프랑스 극장에서 대관은 체감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껴집니다. 어느 시간대의 어느 상영관을 들어가도 관객들은 일정 수만큼은 꾸준히 있어요. 그것도 남녀노소 다양하게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도 <미니언즈 2> 같은 영화를 보러 오시고, 젊은 관객들도 친구, 연인과 같이 독립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갑니다. 부부가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같이 보기도 하고요
22. 관객 뿐 아니라 평론가 반응도 정말로 다양합니다. 평들을 찾아보면 “이런 영화인데도 별 하나를 주는 매체가 있네?”나 “이런 영화에도 만점을 주는 사람도 있네?”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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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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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산업 궁금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프랑스 디플은 법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 디플은..
올해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고 그 다음으로는 <당신 얼굴 앞에서><브로커>만 개봉예정이네요
감사합니다
프랑스 문화 교양 들을 때, 교수님이 프랑스 영화 재미없어서 안 보신다고 하셔서 프랑스 영화는 죄다 재미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중 영화가 별로고, 예술 영화는 특이하고 재밌는 거 많더라고요ㅋㅋ
물론 프랑스 개봉영화 중에서도 좋은 평가 받는 영화들도 있어요!
궁금한 게 예술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대중이 많나요?
프랑스 사람들이 자국 예술 영화에 대해 단 댓글 보면 Bobo(부르주아 보헤미안)이라는 둥 좌익이라는 둥(사실 훨씬 심한 말 쓰던데 익무 정치글 금지라 여기까지..) 꼭 정치적 성향 나타내는 용어 써서 비하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게 큰 범주까지는 제가 감히 말씀드리긴 어렵고..
근데 시네필이라고 칭할수 있을 만한 관객들이 많고 연령층도 다양한 것 같긴 해요
다만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주로 백인 관객이 많아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아랍인, 흑인 관객들을 극장에서 정말로 잘 본 적이 없어요
프랑스의 인종-계급 갈등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뿐이지만 아마 그런 비하 표현은 그런 갈등에서 기인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
아.. 우리나라가 주로 그런 것만 수입하는 걸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상영 프랑스 영화 기준으로 대중 영화에 비해 예술 영화가 백인 배우들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이 높던데, 그래서 그런 것도 있겠네요.
앗 맞아요!
제가 작년에 영화정책 공부한다고 알아놨던 걸 습관적으로 적었네요 ㅠ
지금은 홀드백 기간이 15개월 맞습니다
본문 글 수정할게요 !
고전영화 재개봉은 부럽네요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3번은 장난 아니군요 😅
오오 감사합니다!!
23번은 제가 알던 정보에서 바뀐게 있어서 수정했어요!
특히 씨네패스랑 고전 영화 상영은 정말 부럽네요
재밌는 이야기네요. ㅎㅎ 우리나라도 구독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극장들이 있을거 같아요. 역시 자국산 영화는 상업영화가 많군요. 프랑스에서도 그렇다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네요.
잘 읽었어요^^
다양하고 고전작 많이틀어주는건 부러운거 같아요 4번도 그렇구요
근데 프랑스는 엔딩크레딧끝나고 불켜나요?
회차 관람료는 성인 기준으로 대략 15유로부터 9유로까지 극장마다 천차만별이에요
한달에 극장에 영화보러 두번 이상 보러가시는 분들께는 무제한 카드가 사실 상 무조건 이득이죠..
1은 게드 엘마레: 프랑스에서만 대스타같은 프로 있는거 보고
알았네요.대니 분도 실감은 못하지만 국민 코미디언이래고..
우와~ 엄청 흥미로워요~
나이를 14, 26세로 끊는건 아직 취업을 안한 대학생들을 배려해주기 위함인가보군요?
좋네요~ ㅎㅎㅎㅎ
1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게 사실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수입되는 프랑스 영화 장르를 생각해보면 코미디, 로맨스 코미디인 것 같아요. 저는 불어 특유의 발음을 좋아해서 프랑스 영화만 개봉했다 하면 거의 찾아보는 편인데 가장 최근 개봉한 <완벽한 축하를 준비하는 방법>도 로코였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알로 슈티>도 코미디였구요. 프랑스 국민배우라는 로망 뒤리스 나온 영화 여러개 봤는데 미세스 하이드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로맨스나 로코였던 것 같아요.
정보 감사합니다! 23번 ott 신기하네요@@